떠오르는 웹툰 시장 집중 탐구

‘하나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보는 사람은 없다’는 웹툰. 웹툰(webtoon)은 인터넷(web)과 만화(cartoon)의 합성어로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만화를 뜻한다. 지난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아래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풀의 『순정만화』를 기점으로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웹툰은 지난 2014년 기준 4천661개의 작품이 각종 매체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에 매일 밤 11시 혹은 12시쯤 새 웹툰이 올라온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지? 기다리던 웹툰이 올라오지 않아 ‘up’ 표시가 뜰 때까지 기다리다 기어코 보고 나서야 잠을 자는 것은 웹툰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했을 법한 경험이다. 우리대학교 정원식(경영·11)씨는 “잠들기 전 웹툰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눈이 감긴다”며 웹툰 사랑을 외치기도 했다.

웹툰이 대세다

웹툰이 서브컬쳐*가 아닌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는 것은 TV 속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웹툰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웹툰 작가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 예로 지난 7월 26일 방영된 인기 예능 『런닝맨』에서는 인기 웹툰『마음의 소리』의 작가 조석이 출연해 조훈현, 표창원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렇게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짜로 보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돈을 내고 웹툰을 ‘사보는’ 사람도 크게 늘어났다. 일례로 유료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진코믹스(http://www.lezhin.com)의 경우 창립 2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또한 유료 웹툰 시장이 활성화되자 작가의 복지도 덩달아 증진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레진코믹스는 지난 8월 3일 연재 작가에게 지급하는 월당 원고료를 최소 200만 원으로 보장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목원대 애니메이션과 김병수 교수는 “인기 작가의 경우 월 고료가 500만 원을 넘으며 최상위권 작가는 2천만 원을 넘는다”며 “유료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의 경우 수익쉐어**방식을 통해서도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보급도 웹툰의 인기에 한몫했다. 언제 어디서나 어플만 다운받으면 쉽게 웹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웹툰 이용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에서는 ‘스마트툰’이나 ‘공뷰’와 같이 스마트폰으로 보기 편한 형식의 웹툰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네이버에서는 최근 웹툰 『고고고』나 『2015 소름』 등에 ‘웹툰 효과 에디터’를 제공해 웹툰 중간에 스마트폰 진동이 울리도록 하거나, 하나의 컷 속에서 장면이 움직이도록 하는 등 색다른 시도로 웹툰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던 호랑 작가의 『옥수역 귀신』은 귀신의 손이 컷 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효과를 연출해 많은 독자를 놀라게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민대 연지은(경영·12)씨는 “처음 보는 유형의 웹툰이 신선했다”며 “만화의 스토리를 떠나서 움직이는 웹툰이 신기해 스마트툰은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이라고 전했다.

웹툰, 흥행 보증수표?

 

인기를 얻은 웹툰은 단순히 웹툰으로만 끝나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tvN의 『미생』이나, 2013년 700만 관객을 동원한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은 모두 웹툰을 기반으로 한 2차 저작물들이다.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박용제 작가의 『갓오브하이스쿨』은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듯 웹툰이 모습을 바꿔가며 재생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웹툰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스토리텔링 콘텐츠”라며 “웹툰은 특히 칸의 구성이나 배치, 대사 같은 면에서 영화나 드라마와 유사한 연출을 갖고 있어서 영화화·드라마화가 쉽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웹툰이란 하나의 소재를 활용해 여러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OSMU 사업***이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고 흥행이 보증되지는 않는다. tvN『호구의 사랑』, MBC『밤을 걷는 선비』, 영화 『패션왕』은 모두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즉, 웹툰의 재미가 영상으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웹툰을 즐겨본다는 서울대학교 조재민(원자핵공학·10)씨는 “웹툰이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지는 것은 만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어느 정도 흥행이 보증되는 성공한 웹툰만 영화화·드라마화가 이뤄지는 듯해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여배우 캐스팅 과정에서 후보에 오른 여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을 뒤덮으며 ‘치어머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치즈인더트랩’은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웹툰에 너무나 심취해 독자들이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나 드라마 배우에게 과도한 것을 바라면서 배우가 해당 배역을 부담스러워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마케팅까지

웹툰이라고 재미만 추구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올라간 웹툰의 위상을 반영하듯, 한화케미칼, 온슈어, 아보키 등 다양한 기업에서 웹툰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기업에서 홍보와 같은 목적을 갖고 웹툰 작가와 함께 기획한 웹툰을 ‘브랜드 웹툰’이라고 한다. 인텔코리아의 얘기를 담은 『마조앤새디』의 경우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오프라인에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카페가 등장하기도 했다. ‘마조앤새디’ 카페는 웹툰 속 캐릭터를 잘 활용해 동대문 부근의 명물로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조회수를 기반으로 봤을 때 많은 브랜드 웹툰은 상위권 웹툰에 잘 진입하지 못한다. 브랜드 웹툰의 효과에 있어서는 많은 시시비비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웹툰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한화 그룹 측에서 브랜드 웹툰인 『연봉신』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같은 계열사인 온슈어의 웹툰인 『2024』까지 지원에 나섰다고 나와 있다. 반대로 코오롱의 옷 브랜드인 바이시리즈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현세 작가의 『코리안조』의 경우 많은 사람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김지석(경제·11)씨는 “그런 웹툰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듯 브랜드 웹툰을 통한 마케팅은 웹툰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웹툰을 홍보하는 것 역시 중요해 보인다.

김 교수는 “출판 시장이 축소되면서 만화 시장도 따라 작아지고 있는데, 웹툰이 판을 키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우리나라 만화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웹툰이라는 구원 투수의 등장은 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는 것과 같다. 오늘 밤 11시에도 수많은 사람은 침대에 누워서, 지하철 한편에 서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은 잊은 채 ‘new’표시가 올라온 웹툰을 하나하나 읽어갈 것이다. 잠들기 직전의 3분의 일탈. 그것이 바로 웹툰만의 매력이다.

*서브컬쳐 : 하위문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즐기는 주류가 아닌 일부가 즐기는 비주류문화를 말한다.
**수익쉐어 : 기본 원고료를 받고, 일정 수익이 넘어가면 수익의 50%를 가져가는 방식
***OSMU : One Source Multi Use의 준말로, 하나의 콘텐츠가 다른 형태로 재생산돼 판매되는 것을 일컫는다.


김민호 기자
kimin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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