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성형, 학대 그리고 유기까지

“장난감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이는 다양한 동물보호단체 및 유기견보호센터에서 널리 쓰이는 문구다. 이런 문구가 나온 이유는 애완동물을 자신의 장난감인 마냥 마음대로 다루고 학대하다가 끝내 버리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애완동물의 외모를 원하는 대로 바꾸는 애완동물 성형까지 등장했다. 주인의 이기심으로 인해 고통 받는 말 못하는 ‘애완’동물들의 ‘애환’을 들어보자.

끊임없이 계속되는 동물학대

투견이나 교배를 통한 돈벌이 수단, 혹은 애완동물을 자신의 화풀이 대상쯤으로 여기고 폭행하고 학대하는 이들은 예전부터 문제가 돼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완동물을 학대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들도 생겨나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애완동물에게 술을 먹여 구역질하는 등의 괴로워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고 사람들은 문제의식을 느끼기보다는 이를 재밋거리로 삼았다. 이러한 동물 학대는 「동물보호법 제8조」에 의거한 엄연한 범죄 행위이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처벌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위가 낮은 편이며 이마저도 학대에 대한 증거를 찾기 어렵고 유기견의 경우 주인이 없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동물 학대에 대해 약 3천 8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영국은 영구적으로 애완동물을 기를 수 없도록 돼 있다. 또한 투견의 경우, 이로 인해 죽었을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어 실질적 제재가 없는 셈이다.

한편, 이러한 직접적인 학대가 아니더라도 동물을 굶기거나 병에 걸린 채로 방치하는 것도 동물 학대다.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동물 학대는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 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학대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처벌을 할 수 없다. 방치에 의한 학대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문도 모른채 오르는 수술대

애완동물을 생명체가 아니라 인간의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은 학대에 이어 애완동물 성형으로 이어졌다. 주인의 취향과 선호에 따라 보톡스를 비롯해 앞트임, 쌍꺼풀 수술 등 치료가 아닌 미용을 목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애완동물 교정이나 귀를 세우기 위해 실리콘과 같은 보형물을 넣는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고, 문신과 피어싱 등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주름을 제거하고 눈썹 모양을 교정하는 등 미용을 목적으로 한 애완성형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동물에게도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는 있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철용 교수는 “특히 수컷은 본능적으로 암컷에게 자신을 잘 보이려는 욕구가 있다”며 “하지만 미에 대한 기준은 동물의 종에 따라 달라 사람이 다른 종에 대해 아름다움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애완동물 성형은 오롯이 동물의 기준이 아닌 인간이 정해놓은 미의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논란이 된 것은 최근이지만 애완동물의 외형을 바꾸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도그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귀를 짧게 자르는 수술인 ‘단이술’과 꼬리를 자르는 ‘단미술’을 시행하는 것이 그 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단이술과 단미술은 성형수술이 맞지만, 견종의 발달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관습적으로 굳어진 성형수술”이라며 “그러나 이런 시술은 많은 나라에서 비윤리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과거부터 이루어지던 행습마저도 사라지는 가운데 고통을 주는 새로운 수술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는 고려대 심소정(정경학부·15)씨는 “애견성형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이라며 “정말로 애완동물을 사랑한다면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두 번 갖고 놀던 장난감

이렇게 학대 받고 성형을 강요당한 애완동물은 병에 걸렸단 이유로,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때로는 그냥 놀이가 끝나고 질린 장난감이 버려지는 것처럼 버려진다. 동물 유기는 학대와 마찬가지로 「동물보호법 제8조 4항」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돼있지만, 유기한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비한 책임의식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유기동물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기동물의 수는 매년 약 10만 마리에 다다른다. 게다가 모든 유기동물이 유기동물보호소의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더 극심하다. 정부지원을 받는 보호소의 경우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택하고 있고, 사설보호소의 경우는 동물인권을 위해 부족한 자금과 인력으로 인해 많은 수의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없다. 유기된 동물들은 보호를 받는 대신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애신동산’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김모씨는 “보호소의 운영난으로 인해 시설 안 동물들의 생활이 길거리 유기 동물들의 생활보다 낫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4년 1월 1일부터 개를 소유한 사람에 한해 전국 시·군·구청에 동물등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동물등록제’를 도입했다. 동물등록제는 주인의 성명과 전화번호 등이 담긴 무선식별장치를 애완견의 몸에 삽입하거나 목걸이의 형태로 부착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물등록제는 애완동물을 잃어버렸을 때와 같이 고의적인 유기가 아닌 경우 애완동물을 찾는 수고를 덜어줄 뿐 아니라 책임의식을 높여 고의적 유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제도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슈나우저를 키우고 있는 서울대 김지수(독독·15)씨는“이제 애완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전봇대에 전단지를 붙이거나 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대학교 박채린(UD·15)씨는 “강아지 몸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 같아 부작용이 우려돼 불안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같은 동물등록제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칩의 체내 안정성과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대한동물약국협회는성명서를 통해 ‘주입 과정에서의 피부 괴사 및 피부 속에서 내장형 칩의 체내 안정성도 문제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내장형 칩은 결코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제도’라고 밝히며 반대 입장을 표한바 있다.

내꺼니까 내 맘대로 해도 돼!’

그렇다면 애완동물의 학대, 유기 그리고 성형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법에도 반영된다. 타인의 애완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살인했을 경우, 동물학대가 아닌 재물손괴죄**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민형법상 동물은 ‘재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애완동물 대여’ 사업의 흥행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007년 ‘Rent-a-Dog’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애완동물대여 사업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싫지만 잠깐의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들은 돈을 주고 원하는 기간 동안 원하는 종류의 동물을 ‘대여’한다. 짧으면 3일에서 길면 1년까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불안정한 삶을 살게 되는 동물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어린강아지를 선호하는 애견시장에서 나이가 든 동물들은 소외받게 된다.

미흡한 제도적 관리 및 처벌도 문제이다. 동물에 대한 학대와 존엄성 훼손을 막기 위해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실질적 처벌을 부과하지 못하고 있고, 늘어나는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동물등록제는 아직까지 안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최근 사람들은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이라는 뜻의 ‘애완’이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주인의 소유물로 보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애완’ 대신 쓰이게 된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물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자 하는 명칭의 변화는 실제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학대하고 자신의 소모품쯤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입맛대로 성형을 시키며 유기하고 있다. 이름만 ‘반려’동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인간의 소유물인 ‘애완’동물로 남아있는 것이다. 김모씨는 “반려동물을 기를 때 생명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완동물이 진정한 반려동물로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동물학대에 대한 제재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도그쇼 : 순종 품평회. 각각의 견종마다 가진 고유의 견종표준과 세계 애견 연맹이 지정한 여섯 가지 기준인 타입, 정신적 혹은 육체적인 건강함 균형, 상태, 캐릭터에 대해 출전 애견을 심사함.
**재물손괴죄 : 타인의 재물 또는 문서를 손괴 또는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죄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r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자료사진 SBS, 애신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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