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길 열풍 속 문제점을 짚다

명품길이란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산책하며 휴식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을 말한다. 최근 ‘걷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명품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많은 지방자치단체(아래 지자체)에서는 ‘명품길’ 유치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서울 둘레길’ 조성사업을 완료했으며, 광주광역시에서 오는 2018년까지 가로숲길 조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자체마다 ‘명품길’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무분별한 명품길 조성은 접근성과 안정성 등의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최근 발생하고 있는 ‘명품길’ 열풍 현상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 탕춘대능선길로 향하는 입구. 현재 이 길은 비법정 등산로로 지정돼 있어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사람들이 명품길을 찾는 이유


사람들은 왜 명품길을 찾는 것일까? 지난 2014년 7월 18일 서울연구원에서 발표한 『서울 둘레길 관리·운영 방안』에 따르면, 사람들이 명품길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과 치유였다. 전체 응답자 중 34.4%가 건강과 치유를 꼽았으며, 이어 24.7%가 취미를, 21.4%가 휴양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명품길을 찾는 것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힐링 열풍’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는 수많은 명품길이 유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서울 둘레길’을 포함한 ‘서울두드림길’을 유치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영덕군에서는 ‘블루로드’를, 전라남도 담양에서는 ‘메타세쿼이아길’을 명품길로 홍보하고 있다. 명품길 유치로 시민들은 높은 복지 수준을 누리는 동시에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등의 부가이익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김기호 교수는 “명품길이란 지자체의 주민들에게 쾌적한 길을 제공해 깊은 성찰과 주변 경관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더불어 외래 방문객들이 올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접근 불가능한 ‘명품길’, 비법정 등산로 문제


하지만 명품길은 취지와 달리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조성된 길을 방문객이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길이 조성돼 있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용객이 매우 적은 경우도 있다.

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길이 ‘탕춘대능선길’이다. 탕춘대능선길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길로, 약 0.8km 정도이며 도보로 약 27분 정도 소요되는 구간이다. 하지만 이러한 탕춘대능선길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 이용객은 매우 적은 실정이다. 은평구에 사는 장우형(화공생명·14)씨는 “족두리봉은 가본 적 있지만, 탕춘대능선길은 가본 적이 없다”며 “탕춘대능선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탕춘대능선길은 지하철 불광역에서 내려 15~20분 정도를 걸어가면 나오는 ‘구기터널’ 근처에 있다. 하지만 지도상으로 구기터널 근처를 통해 쉽게 올라가는 길은 ‘비법정 등산로*’로 지정돼있었다. 합법적인 등산로를 통해 탕춘대능선길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구기터널 중심부까지 이동해 들어가야 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대해 북한산 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특히 안전 문제가 발생한 길을 중심으로 비법정 등산로로 지정·관리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수요를 자체적으로 조사해 최대한 등산로로 지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법정 등산로가 아니더라도 시민들의 수요가 많다면 법적으로 허용된 루트를 제공하는 것이 옳다”며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사용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명품길의 안전 관리 실태는 적신호?

명품길의 안전 관리 실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7월, 제주 올레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명품길의 안전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됐다. 더불어 최근엔 산악자전거족들이 명품길을 활보하고 다니면서 보행자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북한산 둘레길이나 안산 자락길과 같은 서울 시내 명품길의 경우, 야간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때문에 ‘야간 산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걸려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통제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간 산행을 금지한다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야간 산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주말의 경우, 명품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 도보 산행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안산 자락길을 오르던 시민 박모씨는 “자락길을 걸을 때 산악자전거나 일반자전거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며 “도보 산행을 위해 만들어 놓은 길에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은 등반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을 제재할 법적 조항은 미비한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전거 문제에 대한 권고를 하고는 있지만 법적으로 제제할만한 조항이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명품길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명품길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명품길의 접근성과 안전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명품길을 유치하고 늘리기만 한다면 문제가 있다. 명품길을 진정으로 ‘명품’길로 만드는 작업에도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비법정 등산로 : ‘샛길’이라고도 불리며, 법적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일컫는다. 비법정 등산로를 이용할 경우, 관리공단 측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글 박상용 기자
doubledragon@yonsei.ac.kr
사진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자료사진 서울두드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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