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의 저자, 홍선기 동문을 만나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을 내 청춘의 찬란함을 믿는다
- 헤르만 헤세 『청춘은 아름다워라』 中

청춘은 이름만으로도 찬란한 시절이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찬란함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현실에서 청춘들에게 어쩌면 찬란한 빛은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 이처럼 취업을 향해 바쁘게 달려가는 청춘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가는 청춘이 있다. 바로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의 저자이자 우리유통 대표인 홍선기 동문(국제관계·06)이다. 졸업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이지만, 20만 원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보기도 하고 단돈 30만 원으로 창업도 해본 그는 매우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청춘의 찬란함을 믿고, 누구보다도 찬란한 청춘을 보낸 그의 이야기를 지금 소개한다.

▲ 새로운 만남과 도전으로 자신의 20대를 가득 메운 홍선기 동문

단돈 20만 원을 들고 떠나다

학창시절 홍 동문은 마냥 노는 것을 좋아하는 철없는 학생이었다. 홍 동문은 출석만 하면 졸업을 시켜주고, 졸업만 하면 어디든지 취업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이런 홍 동문에겐 학업보다 다른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막연하게 시간이 흐르면 그런 자신도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방탕한 삶은 변하지 않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죽도록 고생해서 철 좀 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홍 동문은 단돈 20만 원과 런던행 비행기 표만 달랑 들고 무작정 한국을 떠났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지구 반대편의 낯선 땅에 스스로 몸을 던진 것이다. 홍 동문은 “뭐라도 해서 6개월 동안 버티다가 돌아오는 것이 처음 목적이었다”며 “런던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막연하게 세계여행이란 목표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낯선 땅에서 잘 곳도 없었던 그는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한인민박에서 머슴 일을 했다. 홍 동문은 외국인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일을 하지 못했고 주변 사람에게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민박에서 하루에 20시간을 일하며 돈을 벌기도 하고 환경미화원, 식당 서빙, 관광가이드 등의 일을 하면서 6개월 동안 1천300만 원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5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떠났다. 런던에서 시작된 그의 발걸음은 유럽을 지나 아프리카에까지 이르렀고, 걸음 수만큼 많은 경험이 쌓여갔다. 홍 동문은 “여행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면서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아 강한 자극과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홍 동문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좋아해 집필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홍 대표는 자신의 여행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다시 돌려받기 일쑤였고 그렇게 3년 동안 216곳의 출판사에 투고 한 끝에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웅진리빙하우스)』이 탄생할 수 있었다. 홍 동문은 “당시 투고를 할 때마다 원고가 돌아와 짜증이 났지만, 그러면서도 돌려받은 원고를 또다시 봤다”며 “자려고 누워도 내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와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읽고, 낯선 동네 서점 한편에 꽂혀 있는 것을 상상하면 마음이 너무 벅차 다시 일어나 원고를 수정했다”고 회상했다.

▲ 홍선기 동문의 책

새로운 도전, 30만 원으로 창업하다

지난 2011년, 졸업하기도 전에 그는 27세의 나이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는 창업이라 하면, 집에 돈이 많아 가맹점을 낸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돈이 많거나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정부나 학교의 지원을 받지도 않았다. 맨땅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했던 홍 동문은 30만 원이라는 많지 않은 돈으로 창업하기 위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발로 뛰는 일’을 고민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전국에 있는 생산자와 기업들을 만나 계약을 맺고, 납품하는 특판업이었다. 그는 이런 고민을 거쳐 특판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우리유통’을 설립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한 특판업은 홍 동문의 경영철학과 딱 들어맞았다. 그는 본래 사람과 사람이 서로 윈윈하며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창업의 선배로서 홍 동문은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요즘엔 취업을 준비하는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시작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글쓰기와 창업이 하고 싶었던 나였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강의를 하다

회사의 대표임과 동시에 홍 동문이 하는 일은 강사다. ‘YES Leader*’ 소속 강사가 돼 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과 창업에 대해서 특강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홍 동문은 소년원부터 똑똑한 학생들이 많다는 외국의 명문대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세계여행과 창업 등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홍 동문은 “학사만 졸업해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깜냥이 안 되는데, 강연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으면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든다”며 “강연을 통해서 사람들과 공감하고 동기부여를 받는 것 같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항상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람 만나는 것이 좋다는 홍 동문은 “이런 강연들 또한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계속하게 된다”고 전했다. 전 세계의 청년들을 만나면서 홍 동문은 그들에게 자신의 꿈을 향해 무엇이든지 도전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한편, 지난 2013년 홍 동문은 「조선일보」에서 인턴수습기자로서 기사를 쓰기도 했다. 홍 동문은 대학생 시절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책 한 권을 내는 것과 더불어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이에 홍 동문은 “세상에 꼭 던지고 싶었던 화두들이 있어서 잠시 병행했었다”며 “지금은 동기들이 다양한 언론에 종사하고 있어서 대리만족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홍 동문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향해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로운 출발,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

같은 시대를 공유하며 비슷한 고민을 먼저 했던 선배로서 홍 동문은 대학생들에게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한 장면을 이야기해줬다.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내 가슴을 진정으로 뛰게 한 것은 원피스라는 보물이 아니라 보물을 찾아가는 모험이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루피에게 목표는 원피스라는 보물이었지만,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루피를 더 가슴 뛰게 만든 것이다. 이에 홍 동문은 “사업이 잘 안 되던 시기와 출판사에 원고를 거절당하던 시기가 같았다”며 “당시는 세상이 완전히 나를 버렸구나 싶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도전할 수 있던 그때가 백배 더 행복했다”고 냉혹한 세상을 원망하고 있는 청년들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앞으로 홍 동문은 두 권의 책을 더 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돕기위한 한국형 ‘퀵스타터**’로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이다. 작은 기업에 필요한 돈을 대신 모금해 주는 기존 한국의 크라우드 펀딩과 다른 점은 수수료를 떼지 않는 것이다. 홍 동문은 “창업특강을 다니면서 창업경진대회를 자주 봤지만, 거기에 좋은 아이디어들이 아깝게 묵혀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이런 아이디어들을 끄집어내서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 그 이유는 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서다. 홍 동문은 “무엇을 하든 힘든 세상에서 뭐든지 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안 되면 될 때까지 계속 두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의 말처럼 무언가를 절박하게 원해서 간절히 문을 두드리고, 이 문이 열리면 펼쳐질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 있는 것이 청춘이 아닐까.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그는 여전히 지치지 않고 계속 달려가고 있다. 포기를 모르는 홍 동문의 도전이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YES Leader : 대한민국 청년들의 도전정신과 열정, 끼의 발현을 돕고자 지난 2009년부터 심사를 통해 선정된 성공 중소벤처기업의 대표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업가정신 멘토단
**퀵스타터 : 미국의 창업자금지원 시스템으로서 크라우드 펀딩업체이다.


글 문세린 기자
peace.maker@yonsei.ac.kr
사진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자료사진 : 웅진리빙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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