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의 성장과 그 이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성장이 매섭다. 이 시장의 규모는 약 2천억 원으로 추정되며, 주요 3사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GS25, CU는 각각 전년 대비 도시락 매출이 51%, 43.8%, 10.2% 성장했다. 눈에 띄는 매출 증가에 편의점 프랜차이즈들은 도시락 점유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편의점 도시락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고, 이를 즐겨 먹는 사람들이 늘어 ‘편도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맛있고 내용물도 많다는 뜻의 ‘혜자스럽다’는 유행어와 함께 하나의 음식문화로 자리 잡은 편의점 도시락. 우리 사회는 왜 편의점 도시락을 찾기 시작했을까.

거침없는 고공행진, 편의점 도시락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부터다. 바로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가 있었던 해이다. 이후 지속된 경기 불황과 식자재비 상승은 값싼 편의점 도시락 시장 성장에 도화선이 됐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간편한 한 끼 식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의 매출은 매년 고공행진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유명 편의점 프랜차이즈 CU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평균 40%를 웃돌았다. 과거의 편의점 도시락이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의 연장선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로의 기대가 높아진 것이 그 이유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3천 원대의 도시락의 비중이 매우 높았으나 최근에는 3천500원 이상 제품의 매출이 50%에 육박할 정도다. 이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저렴한 가격보다 좋은 품질에 더 우위를 두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기대에 따라 각 편의점 프랜차이즈들은 품질 고급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쌀의 산지 및 품종, 영양 등 밥을 짓는 데에 있어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한 전문가 ‘밥소믈리에’를 채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인식 개선과 품질 향상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편의점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편도족, 그들의 이야기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 요인은 경제성과 편리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구매해, 먹고 정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분으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매우 적합하다. 실제로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 먹는다는 여병호(정경경영·11)씨는 “편의점 도시락을 주 5회정도 먹는다”며 “메뉴 선택의 폭이 넓고 뒤처리가 간단해서 좋다”고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반면 경제적인 이유로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이유빈(25)씨는 “일주일에 3번 정도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며 “회사 주변의 식당은 밥값이 너무 비싸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편의점 도시락은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안양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임희주(21)씨는 “점포에 회사원들이 많이 오다 보니 점심시간에 판매량이 높다”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회사원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많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는 오랜 경기불황에 따른 식비 지출의 부담과 바쁜 업무에 대한 압박감의 결과로 풀이된다. 원주시 흥업면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예원(22)씨는 “점포가 대학 인근에 있어 편의점 도시락은 주로 저녁에 많이 팔린다”며 “주로 공부에 집중하는 고학번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편도족의 이면에는 경제적인 이유와 여유 없는 삶이 자리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 GS25의 진수성찬 도시락(좌)과 CU의 국민9찬밥상(우)

사람들의 끼니를 채워주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 CU에서 출시한 ‘국민9찬밥상’(이하 CU도시락)과 GS25에서 출시한 ‘진수성찬도시락’(이하 GS도시락)을 기자가 직접 먹어봤다. 두 도시락은 다양한 반찬을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CU 도시락은 9개, GS도시락은 8개에 이르는 전, 튀김, 볶음, 나물 등의 다양한 가정식 반찬을 맛볼 수 있었다. CU도시락을 개발한 BGF리테일 조성욱 상품개발팀장은 “편의점 도시락의 가격 대비 성능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20~30대들은 따듯한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에 한국인의 감성과 식생활을 고려한 가정식 도시락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반찬을 통해 영양소 균형을 맞춘 것 역시 눈에 띄었다. 그러나 다소 조미료의 맛이 강하고 육류의 비율이 매우 높아 상대적으로 나물류의 섭취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편의점 도시락 과연 괜찮을까?

반찬의 수가 많고 품질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편의점 음식에 대한 영양학적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편의점 도시락만으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호남대 식품영양학과 권수연 교수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의 영양의 질을 분석한 결과 열량, 단백질 및 티아민 함량은 충족됐으나 비타민 A, 리보플래빈*, 비타민 C, 칼슘, 철분 등의 주요 미량영양소의 함량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부족한 미량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개발 및 제품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든든한 한 끼라고는 하나 보통의 식사로 섭취할 수 있는 주요 미량영양소의 함량이 미달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방식으로 인한 우려 역시 발생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 중 이중으로 포장되어있는 편의점 도시락의 경우, 음식이 담긴 용기와 이를 담고 있는 외부 용기와 뚜껑이 따로 있다. 보통 이 경우에 음식이 담긴 내부 용기는 폴리프로필렌**이고, 이를 담고 있는 외부 용기와 뚜껑은 폴리스티렌***이다. 내부 용기인 폴리프로필렌은 전자레인지의 열에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지만 외부 용기와 뚜껑의 폴리스티렌은 고온에 녹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경우 환경호르몬의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편의점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기 전에 세심한 유의가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도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뜻하는 ‘혼밥족’의 증가는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품질의 향상과 함께 큰 호황을 맞은 편의점 도시락 시장. 많은 사람이 한 끼로 선택하고 있는 만큼 더 나은 품질과 맛을 기대해본다.

*리보플래빈 : 비타민 B, 수용성 비타민으로 세포의 재생이나 에너지 대사를 촉진시킨다.
**폴리프로필렌 : 프로필렌을 중합하여 얻는 열가소성 수지이다. 뜨거운 물에 견디므로 보온병, 열소독을 하는 의료기구·약품용기 등에 사용된다.
***폴리스티렌 : 플라스틱 중에서 표준이 되는 수지이다. 투명하고 형상을 만들기 쉬우므로 1회용 컵, 과자의 포장용기 등에 쓰인다.

 

글·그림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사진 전준호 기자
jeonjh1212@yonsei.ac.kr
<자료사진 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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