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중인 취업 사교육 시장, 그 명암을 살펴보다

“대기업 합격 보장 코스, 자신 있기에 가능한! 불합격 시 수강료 전액 환급”

요즘 대학가, 그리고 강남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 취업컨설팅업체의 광고문구다. 계속되는 경제난과 취업난으로 청년실업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낯선 말이 아니다. 취업준비생(아래 취준생)들은 졸업을 유예하면서까지 취업을 위해 뛰어다니지만, 그들을 위한 취업문은 매우 좁다. 최근 이러한 현실 속에서 취업 실패의 고배를 마신 취준생들을 위한 ‘취업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취업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자기소개서부터 면접, 스펙, 이미지까지 지도해 주면서 취준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취업 사교육 시장의 실태를 알아봤다.

취업 사교육,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나

 

▲ 포털사이트에 ‘취업컨설팅’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업체들

포털사이트에 ‘취업컨설팅’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업체의 광고가 게시돼있다. 이 회사들은 자신들 나름의 전략과 홍보를 통해 취준생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지난 6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청년구직자 취업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792명 중 351명(44.3%)이 학원·취업컨설팅 등 취업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취업을 위해 월평균 30만 4천 원의 비용을 들이고 있었다. 대학생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취업 사교육을 이용하는 것은 취업 사교육 시장이 그만큼 확대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취업컨설팅업체는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고 여러 유형의 모의면접과 PT 면접* 방법 등을 지도해주고 있다. 이런 업체에서는 기업의 직무분석을 통해 개인에게 맞는 업무나 기업을 제시하기도 하고, 그들의 스펙을 관리해 준다. 또한, 컨설턴트가 취준생에게 1:1로 개인지도를 제공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여러 번 서류·면접에서 떨어진 취준생들과 취업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학생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따라 30~300만 원 선을 넘나드는 취업컨설팅의 비싼 가격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몇몇 유명한 취업컨설팅업체에 상담을 받아본 결과, 이들은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며 기자의 대학, 전공, 학점, 원하는 직종, 스펙 등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한 회사에서는 150만 원을 내면 합격할 때까지 계속 수강이 가능함을, 다른 회사는 한 시즌에 300만 원을 내면 원하는 기업에 합격하지 못할 시 환불을 해준다고 약속했다. 언뜻 듣기에도 비싼 가격에 놀랐지만, 회사가 약속하는 말들은 취업 앞에 좌절을 경험한 학생들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취업컨설팅업체가 수강생이 원하는 기업에 대해 분석을 하면 수강생들은 그만큼 시간도 절약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할 수 있다. 취업컨설팅업체 잡이룸의 정태용 대표는 “진로설정을 하지 못하거나 직무 경험이 없는 학생들, 스펙이 낮은 학생 등이 많이 찾아온다”며 “사실 위주로 개인의 장점이나 경험들을 부각하고 개인의 잠재력을 찾아내 합격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취업 사교육, 현실적인 도움이 될까

여러 포털사이트의 컨설팅 후기에는 자신이 받은 컨설팅에 만족했다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한 학생은 자신의 합격 후기에서 ‘스터티를 10개 이상 하기도 했지만, 면접에서 항상 떨어져서 자신감이 없었다’며 ‘면접 지도를 통해 준비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최종합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합격 수기에서 김모씨는 ‘컨설팅 비용이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인턴에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줘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취업 사교육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취업 사교육을 통해 시간과 돈을 들인 것에 비해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이모씨는 취업을 위해 강남의 한 개인 업체에서 취업컨설팅을 받았다. 이씨는 자소서, 면접, 프레젠테이션 등을 준비하는 데 4시간씩 4회에 걸쳐 4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컨설팅을 통해 이씨가 맺은 결실은 별로 없었다. 회사에서 스펙이 좋은 학생 6명을 그룹으로 맺어줬지만, 교육을 받은 6개월 동안 취업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씨는 “컨설팅 덕분에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얻을 수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는 다른 취업 블로그에서 하는 컨설팅도 받아봤지만, 저렴한 가격 이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었다. 이씨는 “나중에 한 컨설턴트는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은 사실 컨설팅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취직했을 친구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취업컨설팅으로 도움을 얻은 취준생들도 분명 있지만, 위와 같이 투자한 비용에 비해 얻은 것이 없다는 취준생들의 이야기는 취업 사교육의 명암을 분명히 보여준다.
 

학교와 기업이 바라보는 취업 사교육

각 대학의 취업 관련 부서에서도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우리대학교 장학취업팀 관계자는 “외부 컨설팅업체의 경우 컨설턴트의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학교에서 최상의 프로그램을 주최할 수 있도록 예산이 확보되고 전문 인력이 충원된다면 외부의 사교육 시장으로 학생들이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과열된 취업 사교육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제난이 해소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과열된 취업 사교육 시장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취업을 위해 취업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LG 디스플레이의 인재확보팀 박경하 과장은 “과거에 비해 훈련을 받은 듯한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정작 내실이 없는 지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사람의 본질을 꿰뚫는 면접 질문들 앞에서는 컨설팅을 통해 훈련을 받은 사람들도 한계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코오롱글로텍 인사팀 유영빈 대리 역시 “인사 채용 시 전문가가 쓴 것처럼 다듬어진 자소서는 잘 읽히지 않는다”며 “컨설팅업체는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이용해야지 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박 과장은 “컨설팅을 받을 수는 있지만,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를 보여줘야 한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제는 사교육 시장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넘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학생들에게 취업컨설팅업체들은 한 줄기 빛이 될 수도, 혹은 돈만 날리고 상처를 주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취업컨설팅의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해 취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좋지만, 취업 사교육에만 목을 매는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PT 면접 :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한 기업의 면접 방법 중 하나.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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