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학교 측의 의견차가 극명해 타협점 찾기 힘들어

지난 2014년 4월 2일, 신촌캠에서 교육권 실천단 ‘TRY AGAIN’(아래 실천단)을 중심으로 한 4·2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진행됐다. 실천단은 ▲중앙운영위원회 ▲확대운영위원회 ▲총학생회(아래 총학) 및 단과대 집행부 ▲일반 학생 등 학생 주체들이 중심이 된 단체로, 학교의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을 비판하고자 꾸려졌다.
공동행동에서 두드러졌던 안건은 ‘재수강 3회 제한제도’(아래 재수강 제한제도)에 대한 재논의였다. 재수강 제한제도는 2013학년도 이후 입학생에게 모두 적용되는 문제였으나, 실천단 측은 제도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재수강 제한제도
 
기존의 재수강제도에서는 C+이하의 학점을 취득한 학생은 횟수 제한 없이 재수강이 가능해 낮은 학점에 대한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학사지원팀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졸업 시까지 평균 5회 정도 재수강을 하며, 졸업이수학점의 8.7% 이상이 재수강으로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수강 제도가 본 취지와는 다르게 학점 세탁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자, 우리대학교는 13학번부터  재수강을 3회로 제한하는 정책을 폈다. 학사지원팀 박병록 팀장은 “수업 중 교과이수를 포기해 학습 분위기가 저해되거나, 한정된 교육자원이 재수강에 투입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왔다”고 말했다.
재수강 제한제도가 적용되며 학생사회 전반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51대 신촌캠 총학생회(아래 51대 신촌캠 총학)는 개인 사정을 참작해 추가적인 재수강 기회를 받을 수 있는 ‘3+a’제도를 제안했다. 이후 4·2 공동행동에서 불가피하게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총학과 학교 측은 합의를 이뤘고, 이는 지난 2014년 6월 20일에 있었던 총장과의 면담시간에서도 긍정적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지난 2014년 9월 18일 학장협의회에서 교무처를 중심으로 재수강 제한제도 합의안에 대한 재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 팀장은 “재수강 3회에 이미 학생의 불가피한 사정에 대한 배려가 포함돼있다”며 “개인적인 사정이라는 기준은 해석의 차이로 인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51대 신촌캠 총학생회장 이한솔(문화인류/신학·10)씨는 “교무처는 총학과 합의한 개선안이 부실하다며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총학 임기가 끝나 추가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수강 제한제도, 그 해결의 딜레마
 
학생들은 재수강 제한제도로 인해 ▲재수강 제도의 차등 적용 ▲학내 학점 경쟁 과열화 ▲다른 학교와의 경쟁에서의 불리함 등을 우려해왔다.
우선 지난 2013학년도 1학기를 기준으로 재수강에 횟수 제한이 없는 학생들과 3회로 제한되는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김홍찬(실내건축·10)씨는 “제도가 급격하게 변화하며 1년 차이로 제한을 받게 된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며 “재수강 제한제도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조금 더 점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수강 횟수의 제한으로 학생들의 학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학점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하승종(정경경영·14)씨는 “재수강 횟수가 제한돼 학생들 사이에서 학점 경쟁이 심해진 것 같다”며 “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 등 학업 외의 다양한 활동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다른 학교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영표(행정·13)씨는 “재수강이 자유로운 다른 학교 학생들은 소위 ‘학점세탁’을 할 가능성이 커, 취업시장에서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보생명 인사지원팀 염명섭 부장은 “우리기업은 공개 채용 과정에서 학점을 20% 정도 반영한다”며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에 학점의 영향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재수강 제한제도가 시행 2년째를 맞았지만 본 제도의 교육적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최소한 제도가 적용되는 학생들이 졸업하고 난 후에야 제도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수강 제한제도를 쉬이 폐지할 수도 없다. 학교 측은 학점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반영되는 대학순위평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무분별한 재수강을 막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회적인 추세로도 나타난다. 실제로 중앙대는 오는 2016학년도부터 F 학점 이외에는 재수강이 불가하며, 졸업 전까지 재수강 횟수도 3회로 제한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대의 경우 재수강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 학점의 상한선을 A0로 규정하는 등 많은 대학이 재수강을 제한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씨 또한 “학생들은 우리대학이 대학순위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을 원한다”며 “재수강 횟수와 상위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상충관계에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학교 모두 민감하게 얽혀있는 만큼, 재수강 제한제도에 대한 학생과 학교의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2 공동행동, 그 이후…
 
지난 2014년 4·2 공동행동과 9월 학장협의회 이후, 52대 총학 또한 재수강 제한 제도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문고 제도*가 그 단적인 예다. 신촌캠 총학생회장 송준석(정외·12)씨는 “학생복지처와 논의가 끝나고 교무처와 어떤 기준으로 재수강 기회를 더 줄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주캠 총학생회장 노승원(EIC정치문화·12)씨 또한 “앞으로 신촌캠 총학과의 교류를 증대해 재수강 제도와 관련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더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대학가에서는 비정상적인 학점 인플레이션을 막고자 하는 추세가 강화됐다. ▲서울대 ▲UNIST ▲서울시립대 등은 재수강 횟수를 제한하는 대신에 F 학점을 대외용 성적표에 표기한다. 재수강 여부와 상관없이 F 학점은 성적에 표시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단순히 학점 세탁을 목적으로 재수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재수강을 원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재수강을 할 수 있다. 이는 재수강의 근본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재수강 횟수 자체를 제한하는 우리대학교의 재수강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학사정책은 교육수준의 질적 유지를 위해 엄정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어, 제도를 쉽게 변경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재수강 제한제도가 시행 2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 재수강 제한제도에 관한 논란은 여전하다. 재수강의 기회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학교 측의 입장과 학점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 간의 의견대립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재수강 제도의 본 취지는 부득이한 사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학생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3회’라는 횟수제한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점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지고 있다. 재수강 제한제도의 긍정적 취지를 살리면서도 학생들의 수업 자율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신문고제도: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로, ▲주거 ▲학사지도 문제 ▲재수강 등 학생들이 문제를 청원하면, 학내 관련 부처들이 논의 후 구제해 주는 제도
 
권아랑 기자
chunchuarang@yonsei.ac.kr
김광영 기자
insungbo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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