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주요 오해와 진실에 대하여

 

남북이 분단된 지 어느덧 67년이 흘렀고, 그 세월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도 많이 생겨났다. 더구나 북한을 접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인 언론에서는 연일 북한의 빈곤, 핵무기 문제 등과 같은 자극적인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이러한 보도에 의해 형성된 부정적 인식과 오해는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정작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화합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이에 기자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주요 오해와 이에 대한 진실을 알아봤다.
 

오해1.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세뇌된 수동적 존재일까

북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북한사람들일 것이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어려서부터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고양하는 내용의 사상 교육을 받기도 하고, 주민들끼리 서로를 감시하는 체계를 만들어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 주민들은 정말로 세뇌된 로봇처럼 시키는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기자는 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아시아프레스」의 영상과 보도자료를 살펴봤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전문가들이 세계 최고의 북한취재팀으로 꼽고 있는 저널로서, 이들은 각종 영상과 음성 파일을 토대로 북한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도한다. 「아시아프레스」 이시마루(53) 북한취재팀장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강연에서 ‘북한은 최근 15년 동안 시장경제 활동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생활 방식과 행동 양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북한 사람들이 지도자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사회의 정치 구호나 지배체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배급체제가 아닌 시장 중심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의식도 많이 변해 당과 지도자에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 자립성을 키워가고 있다.
이시마루 팀장이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내부 취재협조자들이 찍은 영상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북한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군용차량이 손님을 태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군대가 차량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영상에서는 2013년에 생겼다는 오토바이 택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오토바이에 짐만 싣고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며, 사람을 태우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대중교통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면서 군용차량과 오토바이 택시가 암암리에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시마루 팀장은 강연에서 ‘북한에서는 개인사업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군부에 뇌물을 주고 사업권을 따내기도 한다’며 ‘북한 사회에서도 시장경제식 운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을 직접 목격한 북한이탈주민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함경북도 무산군에 살다가 지난 2009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가톨릭대 박수향(사복·14)씨는 “북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세뇌교육을 받고 대부분 나라가 정해주는 대로 살아가기는 하지만 실제로 많은 일탈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에 따르면, 가장 많이 벌어지는 일탈은 중국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남한드라마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남한드라마를 보는 것이 불법이라 적발 시 큰 처벌을 받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오해2. 북한 사람들은 정말 굶어 죽고 있을까?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흔한 오해는 ‘북한에는 배고픔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북한은 사회주의경제체제를 택하고 있다고 배워왔다. 역사적으로 사회주의를 택했던 나라들은 경제적 발전이 더뎌 국가발전에 장애를 겪은 사례가 많아,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매우 가난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 때문에 남한 사람들은 남북한이 통일됐을 때 우리의 일방적인 원조로 인해 남한이 안아야 할 경제적 타격을 걱정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 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는 않다. 지난 2007년 ‘세계식량계획(아래 WFP)*’에서 발표한 자료를 참고한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이는 ▲2006년 –1.0% ▲2007년 –1.2% ▲2009년 –0.9% ▲2010년 –0.5% 성장률을 제외하면,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전부 양의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지난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북한 내 식량 수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는 일종의 유인책인 ‘포전담당제**’를 실시한 결과인데, 북한도 어느 정도 집단경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박씨는 “기억조차 없는 어렸을 때는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시기로, 사람들이 칡뿌리를 먹는 등 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 상황이 나아져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굶어 죽은 사람을 본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국경 지역에서는 중국과의 거래가 많아져 시장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박씨에 따르면, 북한의 배급제로 지급되는 식량은 양이 턱없이 부족해 남편이 직장에 가면, 아내는 보따리 장사 등을 통해 돈을 벌어온다. 물론 북한에서 보따리 장사는 불법이다. 한국에 정착한 지 15년 차에 접어든 우리대학교 허원민(정외·05)씨는 “현재 북한에서는 ‘일을 한다’는 것의 개념이 과거에 비해 확고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국가의 일원으로서 일을 했다면, 현재는 개인화된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덧붙여 허씨는 “현재 북한의 상황을 살펴보면, 다시 배급체계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해3. 북한에 보내는 식량과 의약품은 지도부가 전용한다?

북한에 대한 지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북한에 보내는 구호물자들이나 지원금들이 결국에는 북한 지도부의 개인 소유로 돌아갈 것을 걱정한다. 그러나 북한으로 지원되는 여러 물품은 예상보다 훨씬 투명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북한에 원조하는 나라나 기구들이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 ‘분배의 투명성’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WFP에서 북한으로 전달되는 구호물자는 총 9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각 과정에서 물품의 양과 책임자 등이 철저하게 감시된다. 이를 통해 각 지역별 보관소 및 지원물자가 목표지점까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WFP는 ‘No Access No Food****’를 원칙으로 삼아 모니터링 요원들이 각 식량배분처에 무작위로 방문하는 것이 가능하다. 박씨는 “윗선에서 전달되는 과정은 잘 모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소량이나마 구호물자가 전달되긴 한다”며 “또한 시장에서도 UN이나 남한에서 전달된 식량과 물자를 사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해를 해소하는 것, 왜 중요할까?

너무 오랫동안 단절되어 있었던 탓인지, 우리는 북한에 대해 많은 오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오해들은 무의식중에 편견이 돼 통합의 가능성을 저해한다. 박씨는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남한 친구들과의 소통’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서로 다른 삶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도 소통의 벽이 있는 것 같다”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오해를 풀어가는 것이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허씨는 “통일이 아니더라도 북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단편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노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허씨는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며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통해 일반인들의 인식개선에 도움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오해가 많은 사람보다 낫다” - 아나톨 프랑스

허씨는 “우리는 북한에 대해 너무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서로 듣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갖게 된 많은 오해는 어쩌면 정보와 이해의 부족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여기에서 출발한 작은 오해의 씨앗이 약 7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서로에게 허물어지지 않는 단단한 벽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해 알아가고, 그들과 교류하려고 노력한다면 남북한의 관계는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려는 시도가 통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세계식량계획(WFP) : 긴급상황이 발생해 도움이 필요한 국가들에게 식량을 지원해 구호활동을 펼치는 유엔산하기관
**포전담당제 : 가족 단위의 개인영농방식. 포전담당제 하에서는 가족단위의 소수인원이 협동농장으로부터 일부 경작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데, 수확량의 일부만 협동농장에 납부하면 나머지 가족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일종의 성과급제도로서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상승시킬 수 있다. 
***고난의 행군 : 1990년대 중·후반 시기에 북한이 극도의 가난과 여러 자연재해들로 시달렸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에서 제시한 구호 
****No Access No Food :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는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서 WFP가 북한에 구호물자를 전달할 때, 관리자들이 반드시 도달해서 관리할 수 있는 장소들에만 음식을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7.1 경제관리개선조치 : 지난 2002년 7월 1일 북한에서 실시한 경제관리조치로서, 이를 계기로 북한이 일부 시장경제적 요소들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고석현 기자
shk920211@yonsei.ac.kr
권아랑 기자 
 chunchuarang@yonsei.ac.kr
<자료사진 통일부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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