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과 배려의 태도를 잃어버린 대학과 구성원들

존중(尊重): [명사]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필요한 덕목인 존중. 이 덕목은 서로를 대할 때 상대를 높이고 자신을 낮추어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최근 사회 속에서 이런 존중의 자세가 사라져갔고, 우리가 생활하는 대학에서마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보기 힘들어졌다.   

교수, “내가 하라는데 뭐가 문제야?”

대학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하며 살아가고, 그 중심에는 교수, 교직원, 학생이 있다. 그중에서도 교수는 권위와 명예의 상징이며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권위를 남용하며 학생들을 존중하지 않는 교수들도 있다.
지난 2014년 9월, 숙명여대 작곡과 학생들은 윤모 전 교수와 홍모 전 교수의 무리한 요구에 거리로 나와 시위를 시작했다. 윤 전 교수는 학과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오선지와 졸업 작품집을 강매했으며, 학생들에게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확인돼 현재 파면된 상태다. 윤 전 교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오선지와 졸업작품집 판매는 내가 학과장으로 재직하기 전인 1997년부터 시작된 작곡과의 관행’이라며 ‘학생들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대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어를 가르치는 ㄱ 교수는 학생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매주 보는 쪽지시험과 중간·기말고사의 채점 기준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ㄱ 교수는 학생들에게 수업계획서를 짜게 시키기도 했다. 이 강의를 수강했던 김모씨는 “채점 기준을 물어도 정확하게 답변해주지 않았다”며 “수업계획서도 학생이 짜게끔 해, 교수가 강의에서 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한 채점 기준이 무엇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A강의의 모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녹음본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받아쓰기를 하라는 황당한 과제를 냈다. A강의에 참여했던 송모씨는 “과제를 내면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 과제를 통해 진정한 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며 “과제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모호했다”고 답했다. 이 사례들은 교수가 학생들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자신의 이익과 편의만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이러한 교수의 행태에 속수무책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교수가 학생들의 성적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교수의 이런 행동에 대한 고발이나 항의가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은 학생들이 아무 말도 할 수 없게끔 한다. 예체능계나 의학계의 경우, 교수가 학생이 앞으로 갖게 될 직업이나 직업군에서 선배로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리를 내기가 더욱 힘들다.

교직원,‘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더니…

지난 3월, ㅎ대 김모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근로 장학생으로 선발된 줄 모르고 있던 김씨는 갑자기 걸려온 학생지원팀의 전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학생 지원팀에서는 ‘근로 출석부를 작성해야 하는데 왜 하지 않느냐’며 반말로 김씨에게 물었고, 김씨는 ‘내가 근로 장학생에 선발된 것을 왜 알려주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학생지원팀에서는 김씨에게 ‘전달상의 착오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학생 일이면 학생이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했으므로 이건 학생 불찰이다’라고 김씨에게 오히려 화를 냈다.
김씨처럼 교직원으로부터 불친절한 대우를 받은 사례는 적지 않다. 우리대학교 ㅇ모씨는 우리대학교가 주관한 사업의 서류전형에 합격해 면접을 보러 갔다. 공식적인 면접에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해갔지만, 막상 ㅇ모씨에게 던져진 질문은 “1시간 30분 거리인데 할 수 있어요, 없어요?”였다. 당황한 ㅇ모씨는 추가적인 질문이 없는지 물어봤지만 ‘많이 준비해 온 것 같은데 말해 보라’, ‘지원한 사람이 많아서 합격할지, 안 할지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런 대답이 황당했던 ㅇ모씨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ㅇ모씨는 “공식적인 면접에서 학생이라고 이렇게 예의없이 대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이와 같은 대우 때문에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모든 교직원이 학생들을 이렇게 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교직원들의 존중없는 행동 때문에 교직원 전반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우리대학교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서 공적인 일을 처리할 때 형평성과 공정성을 염두에 두고 규정을 따른다”며 “여기서 발생하는 불편함이 학생들에게 불친절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교직원들이 불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개인적인 자질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해소해 나가야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생들 역시 교직원을 대할 때 올바른 태도로 다가가야 한다. 관계자는 “교직원이 학교의 공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어, 규정을 따라야만 한다는 것을 학생들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학생, 예의를 잊어버린 행동

학생들 역시 다른 구성원과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수업 중 예의 없는 행동을 한다거나, 교수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등 학생이 교수에게 지켜야 할 선을 넘는다.
수업 중인 강의실을 둘러보면, 학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노트북으로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는 교수가 하는 강의를 무시하는 행동이지만, 학생들은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평소 수업시간에 핸드폰과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는 우리대학교 C교수는 “이런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려는 교수의 집중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대 학생 ㅇ모씨는 수업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해 “수업 시간에 잠깐 메신저를 확인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수업 중간에 컴퓨터로 계속 딴짓을 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교수가 수업자료로 사용하는 PPT 화면을 핸드폰으로 대놓고 촬영하는 모습 역시 쉽게 볼 수 있다. 이 역시 수업을 듣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수에 대한 예의를 어기는 대표적인 행위이다. 실제로, 우리대학교의 D강의에서는 PPT 자료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아, 이를 휴대폰으로 소리를 내며 찍어가는 학생들이 많았다. 당시 D강의를 들었던 임모씨는 “PPT 내용을 필기하기에도 시간이 충분해, 카메라는 필요하지 않았다”며 “이를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 때문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또한, 교수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근거 없는 성적 이의신청은 또 하나의 무례함으로 여겨질 수 있다. 성적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는 것은 학생들의 권리 중 하나지만, 종강 후 쌓이는 메일에는 수업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메일보다는 온갖 이유로 학점을 올려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더 많다. 지난 2005년, 익명의 모교수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수업시간 내내 자신이 한 당부를 잊고 종강 후에 성적을 올려달라고 사정을 말하는 학생들을 보면 치사한 것 같다’며 ‘예상외로 높은 성적을 받은 경우에도 고맙다는 메일은 거의 오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우리가 지내는 대학이라는 장소는 교수들만, 교직원들만, 학생들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자신만 생각하며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학교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각자의 이기심을 돌아보며 서로에게 지금보다 갑절의 존중과 배려를 보여야 할 시점이다.


오지혜 기자
dolmengemail@yonsei.ac.kr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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