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커리어우먼, 전유진 외교관을 만나다

굳게 닫힌 철문과 높다란 담벼락, 그리고 철문을 지키고 서 있는 경찰들. 광화문에 위치한 외교부는 외교부를 지키는 삼엄한 경비에서부터 그 위상을 뽐내는 듯 했다. 그리고 지난 27일, 기자들은 담벼락 너머 외교부에 들어가 우리나라의 얼굴을 대표하는 외교관 전유진 동문(경제·01)을 만날 수 있었다.

외교관의 길을 걷다

“외교관은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 간의 다리가 튼튼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전씨는 지난 2010년, 외교부에 입부해 아프리카중동국, 지역통상국 등 여러 부서를 거쳐 지금의 대변인실에 왔다.
현재 전씨가 몸담고 있는 대변인실은 외교부의 최전방이라고 불린다. 이는 외교부 내에서 국민들과 가장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대변인실은 외교부의 다른 부서들에서 만들어진 정책들을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일종의 ‘판매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대변인실은 국내 언론사에게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우리나라 기자가 외국에 나가 취재 활동을 할 때 해당 국가와 우리나라 사이를 연결해주고 있다. 그리고 전씨는 이러한 대변인실에서 일하는 만큼 외교부와 국민, 그리고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를 연결해준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하지만 전씨가 처음부터 외교관의 꿈을 키워왔던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전씨는 막연하게 외국에 관련된 일을 꿈꾸며 국제 변호사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어 그는 국제 변호사가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아 방황 끝에 프랑스 유학을 택했다. 그러나 유학의 길은 평탄치 않았다. 전씨는 “이방인이라 많은 차별도 받았고,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며 “내가 느꼈던 서러움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은 전씨에게 외교관이라는 꿈을 심어줬고, 꿈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 됐다.

외교관의 빛과 그늘을 말하다

외교관이란 직업은 외국인들을 많이 상대하고 다양한 국가를 다니는 만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씨는 “외국에 나가면 대사관 사람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며 “중동 사람들은 정이 많아 한번 친해진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간적인 교류는 국가 간의 관계도 두텁게 만들기 때문에 우리나라 외교부 직원들은 활발한 교류에 많은 노력을 쏟곤 한다. 그래서 외교관은 길면 2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씨는 외교관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외교관이 되려면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의지와 새로운 사람과의 소통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그러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매 순간을 색다른 경험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관으로서의 경험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복잡한 국제 정세로 인해 시시각각 판도가 변해 일이 틀어져 버릴 때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씨는 “어떤 일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해서 낙심해서는 안 된다”며 “실패한 사례를 앞으로의 관계 정립에 발판으로 삼아야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결국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멀리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씨는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부서를 계속 옮기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맡은 업무 현안에 대해서 숙지하고 더 나아가 대안까지 내놓아야 한다”며 꾸준한 공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외교관으로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전씨는 “매일이 보람찰 수는 없지만 사소한 일이어도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자긍심이 든다”며 웃었다.

대학생에게 묻다 - 성공한 삶의 기준이란?

전씨의 좌우명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이는 외교관의 자질을 그대로 대변하는 말이자 대학생들에게 그가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전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타인의 시선에서 탈피해 더디더라도 10년 후, 20년 후의 자신을 바라보면서 끈기 있게 노력한다면 나만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전씨에게 성공한 삶이란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자신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이다.
전씨의 말에 따르면 대학시절은 남의 시선을 가장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전씨 스스로가 대학시절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했던 만큼 전씨는 지금의 대학생들 역시 각자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기를 바라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누구보다 성장한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전씨는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가게 될 것”이라며 “목표를 이룰 때까지의 경험은 평생의 자산이 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전씨는 “내 현재 목표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밑바탕으로 삼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경험이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굳은 믿음이 보이는 부분이었다. 외교관이라는 꿈을 이뤘지만, 그녀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말처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기 때문이다.

글·사진 한선회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