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 봄꽃축제 체험기

봄.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계절이다. 봄이 온다고 해서 설렜던 것은 기자들만이 아닐 터. 봄을 기다린 마음을 알아챈 듯 우리 주변 곳곳에서는 꽃 축제를 열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기자들도 두근두근한 마음을 안고 서울 근교의 서로 다른 봄꽃축제 네 곳을 선정했다. 각각의 매력을 가진 봄꽃축제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환상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에버랜드 튤립축제

▲ 에버랜드 '포시즌가든'에 가면 튤립공원이 조성돼있다.

아이들에게는 환상의 나라를, 어른들에게는 동심의 세계를 다시 꿈꾸게 하는 그 곳, 에버랜드에서는 매년 봄 튤립축제가 열린다. 올해 튤립축제는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26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렸다. 강남역에서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서 도착한 에버랜드. 셔틀버스*를 타고 에버랜드 정문에 내리자 정문에서부터 곳곳에 심어져 있는 튤립이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벚꽃, 철쭉과는 달리 튤립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없어 더욱 축제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났다.

입장권을 사서 에버랜드 안으로 들어서면 그림 같은 건물들, 여기저기 화사하게 피어있는 튤립이 정말 동화 속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거대한 꽃나무나, 공중에 매달려있는 플라워 볼들을 보며 기자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또한 놀이동산에서만 볼 수 있는 퍼레이드도 에버랜드 튤립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카니발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퍼레이드 동선에 다가서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에버랜드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관람객들도 많았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중앙대 박상호(경제·14)씨는 “놀이기구도 타고 동물원을 보려고 왔는데 형형색색 예쁜 꽃이 많아 구경거리가 더욱 풍성했다”며 “여자친구도 좋아하고, 데이트도 더 알찼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에버랜드 CS 혁신 손님 담당실 이주원 직원은 “대학생들 외에 가족끼리도 많이 온다”며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꽃구경 할 수 있어 다른 꽃 축제보다 즐길 거리가 더 많다”고 밝혔다.
튤립축제는 끝났지만 에버랜드에서는 지난 8일부터 오는 6월 14일까지 장미축제가 연이어 열린다. 아쉽게 튤립축제를 놓친 당신이라면 장미축제에 가볼 것은 어떨까? 어느새 당신도 마음만은 ‘어린이’가 돼 있을지도!

* 에버라인의 종점인 에버랜드역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에버랜드 정문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셔틀버스 이용은 무료이며 주차장마다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꽃의 고향, 고양 국제꽃박람회

▲ 고양 국제꽃박람회에는 형형색색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다.

올해로 9회를 맞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박람회로 성장하고 있는 고양 국제꽃박람회. 올해 고양 국제꽃박람회는 ‘꽃과 평화, 신한류의 합창’을 주제로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렸다. 입구에는 어린이, 연인, 가족 단위에 따라 다양한 추천코스가 마련돼 있어 관람객들이 헤매지 않고 박람회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줬다. 기자는 어린이도 아니고, 가족끼리 온 것도 아니었기에 발길 닿는 대로 박람회를 구경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박람회장에 들어서자마자 ‘꽃 박람회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꽃향기가 향긋하게 퍼졌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이름 모를 꽃들도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더 눈길이 갔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며 카메라 셔터에서 손가락이 떨어질 줄을 몰랐던 것은 비단 기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해바라기처럼 해를 따라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던 튤립이 모여 있는 정원에 이르자, 꽃 앞에 앉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커플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꽃박람회에 왔다는 경인교대 유소현(사회교육·12)씨는 “따뜻한 날 예쁘고 다양한 꽃들을 구경하고 사진도 많이 찍어서 좋았다”며 “호수, 야외작품 등 볼거리도 많아서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꽃을 보며 행복해하는 유씨를 바라보는 남자친구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고양시 홍보관 김윤정 직원은 “고양 국제꽃박람회에는 1억 송이가 넘는 꽃이 있다”며 “특히, 다른 꽃 축제에서는 볼 수 없는 원숭이란*, 레인보우 장미 같은 꽃도 볼 수 있다”고 고양 국제꽃박람회만의 특징에 관해 설명했다. 그 뿐만 아니라 박람회 내 ‘2015 코리아 가든쇼’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이 설치한 5평 남짓한 크기의 정원들을 구경할 수 있어 볼거리를 더했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햇빛을 받아 빛나는 호수를 바라보며 자전거도 탈 수 있다는 것은 덤. 꽃도 보고 자전거 데이트까지 일석이조의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고양 국제꽃박람회, 이래도 ‘안올고양’?

* 원숭이란 : 중남미에서 자라는 난으로 그 꽃이 원숭이 모양을 하여 원숭이란이라고 부른다.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악산 철쭉제

▲ 늦은 봄을 알리는 관악산의 철쭉.

봄꽃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꽃이 바로 철쭉이다. 지난 2일부터 이틀간 열린 관악산 철쭉제는 철쭉을 보는 재미와 관악구 주민들의 문화공간을 맛보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축제였다. 사실 처음 관악산으로 향할 때만 해도 기자는 봄이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악산 주차광장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다양한 색의 철쭉들이 관악산 등산길을 낭만적이고 설레는 길로 꾸며주고 있었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옆에 계곡과 호수가 있어 꽃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상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관악산 철쭉제는 꽃뿐만 아니라 관악구의 문화도 엿볼 수 있는 축제다. 관악구청 문화체육과 홍연희 주무관은 “구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관악산 철쭉제를 통해서 사람들이 관악구의 문화를 경험하고 철쭉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악산 주차광장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나와 노래나 장기자랑을 뽐내는 등 여러 가지 공연이 진행됐다. 매년 관악산 철쭉제를 온다는 정인호 동문(교육·84)은 “어르신들을 위한 트로트와 같은 공연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관악산 철쭉제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관악산 철쭉제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쓰레기가 거의 없다는 것! 홍씨는 “어느 축제장이나 쉽게 지저분해지기 마련이지만 쓰레기가 줄여보자는 의미에서 먹거리 부스에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면 할인을 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 ‘아트레시(Artrash)’라는 청년 아티스트들의 프로젝트도 눈에 띄었는데 ‘아트레시’는 아트(Art)와 트레시(trash)의 합성어로 쓰레기 문제를 예술과 접목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자는 의미의 프로젝트다. 아트레시 부스에서는 쓰레기를 가져오면 캘리그라피나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선보였다. 아트레시 프로젝트의 담당자 장서영(22)씨는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받고 그 대가로 쓰레기를 줄여보고 싶었다” 말했다.
5월이라 늦은 감이 없던 봄. 바쁜 시험 기간 때문에 벚꽃축제나 다른 꽃 축제를 놓친 사람들을 위해 예쁘게 핀 철쭉은 봄과 이별하는 슬픈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여의도 벚꽃축제

▲ 여의도 벚꽃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추운 겨울이 지나고, 사람들의 마음을 괜히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봄이 왔다. 그중 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벚꽃은 봄의 하이라이트!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각종 SNS에는 벚꽃 개화 시기가 포스팅되는 것은 물론 벚꽃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벚꽃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하게 즐기는 방법은 단연 벚꽃 축제일 것.

수많은 벚꽃 축제 중에서 기자는 벚꽃도 보고 한강 바람도 느낄 수 있는 여의도 벚꽃축제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4월 10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여의도 벚꽃축제는 우리대학교 신촌캠에서 지하철로 20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5호선 여의나루역 근처 윤중로에서 열렸다. 축제 기간이라 많은 사람이 지하철역부터 붐볐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탁 트인 한강 전경과 함께 벚꽃 길을 걸으며 봄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 강사 케빈(25)씨는 “한국인 선생님이 추천해줘서 꼭 와보고 싶었다”며 “실제로 한국에서 벚꽃을 보니 색다른 분위기”라고 감상을 전했다. 또한 축제인 만큼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맛있는 음식! 윤중로 주변에 늘어져 있는 포장마차들은 후각을 자극하며 벚꽃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기자도 포장마차에 들르려 했으나 현금이 없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라도 여의도 벚꽃축제에 갈 사람이라면 현금을 꼭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꽃의 아름다움도 잠시.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기자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기조차 어려웠다. 그리고 벚꽃 나무의 가지들보다도 빽빽하게 하늘로 솟아있는 셀카봉 무리는 더욱 기자의 발걸음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게 했다. 로맨틱하게 벚꽃이 날리는 풍경을 기대했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예쁜 벚꽃을 구경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했다. 중앙대 김재원(경영·11)씨는 “벚꽃을 즐기기 위해 동아리 회의를 야외에서 했다”며 “오랜만에 밖에서 동기들과 끈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화려하지만 빨리 지는 벚꽃이라 아쉽기도 하지만 벚꽃 축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지 않을까?

 

글·사진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김민호 기자
kimino@yonsei.ac.kr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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