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기원과 우리나라 커피의 시작점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10cm’의 「아메리카노」 노래 가사 중-

위의 가사처럼 많은 사람은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커피의 진한 향기와 그 매력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커피의 인기는 매우 높아졌고 커피 브랜드와 커피의 종류 역시 다양해졌다. 그렇다면 이 커피는 과연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커피가 현대 사회의 대중적인 음료가 되기까지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커피의 역사

커피의 기원에 관해선 일반적으로 두 가지 설이 있다. 이는 오마르 설과 칼디 설인데 먼저 오마르 설은 1258년 아랍 승려 오마르가 오사바라는 산으로 추방됐을 때 처음 커피를 접했다고 전한다. 그는 산속에서 우연히 피로를 해소해주는 빨간 열매를 먹게 되는데 그 열매로 많은 환자의 병을 낫게 해 유배에서 풀려나고 이슬람의 성자가 됐다고 한다. 커피의 기원에 대한 또 다른 것은 칼디 설인데 이 설은 에티오피아에서 커피가 세계에서 처음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는 9세기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설에 따르면 염소를 치던 한 목동, 칼디는 어느 날 염소들이 갑자기 날뛰는 모습을 목격했고 그 이유가 염소들이 먹던 빨간 열매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 이 빨간 열매가 바로 커피였고, 이후 열매가 마을에 들어오면서 피곤함을 덜어주는 커피의 효능이 마을의 종교 수행자들을 돕기 위해 쓰이게 됐다고 한다.
커피는 오스만 제국의 공직자 프란츠 콜스키츠키(Franz Kolschitzky)에 의해 처음으로 유럽에 발을 들인다. 그는 오스만 제국이 오스트리아 빈을 점령할 당시 커피를 오스트리아에 가져갔다. 커피는 후에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특히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사회에 유용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하나의 일상으로 삼았는데 그 만남의 장소는 바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였다. 볼테르, 루소, 디드로 등 많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카페에서 자유롭게 토론을 즐기곤 했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인 파리의 ‘카페 프로코프(Café Procope)’가 대표적이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커피 산업 전반에 큰 발전이 나타나는데 1900년 힐스 브라더스 사가 진공 포장된 커피 제조에 성공했으며 이듬해에는 일본계 미국인 과학자이던 사토리 카토(Satori Kato)가 인스턴트 커피를 처음으로 발명했다. 1938년에는 네슬러 사 소속 과학자들이 에스프레소 커피 개발에 성공했고 1946년에는 아킬레스 가기아(Archilles Gaggia)가 에스프레소 제조기계 발명에 성공했다. 이렇게 커피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왔고 긴 과정을 거쳐 현재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커피

AC닐슨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4조 1천3백억으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커피는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으로 마신 사람은 고종임금으로 추정된다.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던 고종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를 통해 처음 커피를 접했는데, 이후 그는 커피의 독특한 향과 맛을 잊지 못해 환궁 이후에도 커피를 끊여 마실 만큼 커피 애호가가 됐다. 하지만 고종이 커피와 관련해 좋은 경험만을 한 것은 아니다. 고종은 공사관에 있을 때 커피를 이용한 암살시도도 겪었기 때문. 통역관 김홍륙이 고종의 커피에 다량의 독을 넣은 사건이 있었는데, 고종은 즉시 뱉어냈지만 그렇지 못한 왕세자는 한 모금을 마시는 바람에 18개의 의치를 하고 평생 병약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종의 커피 사랑엔 변함이 없었다. 고종은 덕수궁 내에 정관헌이라는 최초의 서양식 건물을 짓고 서양 음악과 커피를 즐겼다. 이후에 고종의 신임을 얻어온 독일계 러시아인인 손탁이란 여인이 손탁호텔을 세우고, 이 호텔 1층에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하우스인 '정동구락부'를 열었다.. 커피하우스가 생기고 나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식 다방들이 잇따라 생겨난다. 다방을 경영한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시인 '이상'과 영화배우 '복혜숙'이다. 특히 복혜숙의 '비너스 다방'은 여러 영화, 연극, 문학의 예술/지식인들의 아지트라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일제 강점기가 지나고 미군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가 들어와 전국의 다방으로 보급되었고, 1978년 커피 자판기가 생기면서 커피의 인기는 커졌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거리에는 인스턴트 커피뿐만 아니라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유형의 커피가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원두커피 전문점이 바로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신촌 이화여대 부근에 1호점을 열고, 대학로와 명동, 압구정을 거쳐 전국으로 퍼지게 된다.

이렇게 인류가 어떻게 커피를 마시게 됐는지부터 우리나라에 커피가 알려지기까지의 역사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의 일상이 된 커피 한 잔에는 생각보다 오랜 역사와 철학이 담겨 있었다. 커피의 역사를 알고 커피를 마신다면 그 맛의 깊이는 더 깊어질 것이다.

*아관파천 :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이후에 친일 세력이 날뛰자 신변 위협을 느낀 고종이 왕세자와 함께 1년간 왕궁을 버리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긴 사건이다. 이후 흥분한 군중과 친러, 친미 세력에 의해 친일세력은 숙청됐으나 러시아의 내정 간섭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결국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을 나와 환궁하고 대한제국을 선포하게 된다.
 

글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이미지 출처 http://bestcoffeemaker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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