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을 심화시키는 무역을, 빈곤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이는 커피를 묘사하는 터키의 속담이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 내놓은 '국내 커피 수입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341잔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의 평균 가격이 4천 원 이상인 것을 생각한다면 일 년 평균 341잔의 커피를 마시게 되면 커피 값은 무려 136만4천원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당 생산자가 받는 임금은 불과 20원 정도라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우리가 커피를 많이 소비하더라도 이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의 불편한 진실

피로를 풀기 위한 커피 한 잔. 이 중독성 강한 검은 액체 뒤에는 제3세계 커피 생산 노동자들의 눈물이 담겨있다. 커피 한 잔에 담겨 있는 원두의 원가는 약 200원으로 이중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평균 20원 정도다. 커피 생산지역이 주로 제3세계 저개발 국가들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대기업 중심의 커피 생산은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기 어렵게 만들어 제 3세계의 빈곤을 대물림시킨다. 또한 가난한 나라에 태어난 많은 어린이들이 학교가 아닌 커피콩을 수확하는 농장으로 내몰리는 아동노동 착취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대기업 위주의 커피 생산 과정은 환경파괴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또한 문제적이다. 대다수의 거대 기업들은 열대우림에 대농장을 만들어 커피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열대우림의 나무를 베고 다양한 화학 비료를 사용해 열대우림의 사막화를 촉진시킨다. 이는 생물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그가 커피를 뒤집어쓴 이유는?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킹스맨』의 주연 콜린 퍼스는 자선단체 옥스팜(Oxfarm)*의 홍보대사로서 공정무역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커피를 뒤집어 쓴 포스터를 찍었다. 다국적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국제 무역 규칙에 경고하기 위함이다. 포스터에서 콜린 퍼스는 이런 잘못된 규칙을 버리는(dumped on) 느낌을 살려 직접 커피를 뒤집어(dumped on)썼다. 포스터를 촬영하기 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콜린 퍼스는 농민들이 커피콩 1kg당 겨우 90원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 비참한 현실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 공정무역을 알리는 활동과 함께 런던에서 공정무역 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커피를 뒤집어쓰면서까지 알리려 했던 공정무역이란 무엇일까? 지난 1988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공정무역은 윤리적 사회운동의 하나로 빈곤문제를 가진 생산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중간 기업을 거치지 않고 상품 생산자와 직접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생산자는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고 소비자는 중간 유통이 줄어들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또한 화학비료를 최대한 쓰지 않는 친환경 커피 생산 방식으로 환경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 공정무역 커피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부스.

공정무역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세계 공정무역 단체는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을 '세계 공정무역의 날'로 지정했다. 지난 9일 서울시와 (사)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세계 공정무역의 날 행사에서는 공정무역 커피를 포함해 다양한 공정무역 식품과 공정무역이 이뤄지는 과정 등이 소개됐다. 지난 2002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정무역 운동을 개최한 공정무역 재단법인 아름다운 커피 홍보 사업팀 방연주(40)씨는 “공정무역은 대기업과는 달리 커피를 생산하는 제3세계 생산자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올바른 이윤 재분배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프리미엄**을 통해 그 지역의 사회적 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지만 공정무역 상품과 이에 대한 홍보를 통해 인식이 재고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정무역 커피의 또 다른 면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공정무역의 또 다른 면도 존재한다. 먼저 노동자의 저임금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자극적인 여론이 많다는 입장이다. 노동 집약적 산업인 커피의 특성상 커피를 만드는 기업들은 주로 임금이 싼 저개발 국가에서 커피콩을 생산한다. 임금이 싼 저개발 국가와 선진국은 전반적인 물가 수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선진국의 커피 가격과 ‘하루 임금 20원’이라는 절대적 수치만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정무역이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만 사용된다는 우려도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커피의 실제 사용량은 약 10% 이하로 매우 미미하다. 평소 공정무역에 관심이 많은 이화여대 이소윤(역사교육·12)씨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는 공정무역 커피콩을 사용하는 줄 알았다”며 “좋은 의미의 사회 운동이 단순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대기업들의 공정무역 커피 홍보가 착한 소비에 대한 안목을 길러준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중앙대 이유빈(작곡·12)씨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공정무역 커피에 대해 홍보하지 않았다면 공정무역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공정무역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세계 공정무역의 날 행사 참가자들이 공정무역 캠페인을 하고 있다.

*옥스팜(Oxfarm) : 1942년 영국에서 결성된 국제 NGO 단체로 전 세계빈민을 구조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공정무역 프리미엄(Fair trade premium) : 생산자의 최저보장가격을 보장하고 경제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판매가 이외에 지급하는 금액.


글·사진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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