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강 법률사무소의 신장수 변호사를 만나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이는 지난 2013년 1천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의 대사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의 권리와 관련한 많은 문제가 법에 따라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이를 위한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신장수 변호사(54)를 만나봤다.

Q. 변호사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제5공화국* 시절에 대학교를 다니면서 학생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졸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사회의 변혁에 도움이 되는 법률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법률가 중에서도 특히 활동이 가장 자유로운 변호사가 적절한 직업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Q. 변호사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A. 변호사가 된 1980년대에는 구속된 피의자를 변론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억울한 사정으로 구속된 피의자들이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날 때 변호사로의 역할을 다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반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관대한 판결을 받기 어려운 피의자의 변론을 맡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이 사건을 통해 인생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게 됐다.

Q. 변호사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신조는 무엇인가?
A. 법률가의 역할은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기 위해 의심을 하고 증거에 의해 일을 처리하는 것이지만, 변호사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이라도 감정적이며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어떠한 사건이나 사람이 아무리 불합리하고 의심스럽게 보이더라도 가능하면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자는 신조를 지니게 됐다.

Q. 많은 사건을 맡다보면 변호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는가? 이 경우에는 어떻게 거절하는가?
A. 변호사는 공직을 맡고 있는 법관이나 검사와 달리 자신이 맡고 싶지 않은 사건을 맡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러므로 변호를 원하지 않는 사건은 거의 맡지 않는 편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내 인생관과 양심에 따라 변호가 옳지 않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맡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개인적인 신념과 변호사로서의 의무가 충돌하는 딜레마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A. 의뢰인이 무죄인 줄 알고 변론을 시작했으나 진실을 알고 보니 의뢰인이 거짓말을 해 유죄인 경우인 경우가 있다. 이때는 진실과 변호사의 의무에 대해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우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측 의뢰인을 심하게 나무라는 편이다. 이런 경우 의뢰인의 거짓말이 본질적이고 심각하다면 그 사건의 변론을 사임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의뢰인의 거짓말이 심각하지 않고 변론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유죄를 인정하되 관대한 처분을 요청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변론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Q. 변호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법률의 실무를 담당할 때 여러 가지 사회적 사건의 맥락에서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관계를 추려내고 삶의 현장에 적절한 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법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의외로 법률 공부가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변호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활할 때 시험 준비 외의 다른 것들은 최소화하고 대부분 시간과 노력을 과제에 집중하는 ‘몰입’된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Q. 앞으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가?
A.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한 지 25년이 됐다. 초기에는 인권 관련 변론을 했으나 이후 현재까지 기업이나 부동산과 관련된 변론을 해왔다. 앞으로 주력하고 싶은 분야는 통일과 관련된 분야다. 통일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 법적인 준비를 해 두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혼란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이 이뤄진 이후에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북한의 토지나 재산에 관한 법적 정비, 북한 주민의 정치적 권리, 북한이 대외에 부담해온 부채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을 준비 중이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지배적인 현대사회에서 이런 사회 체제의 골격을 이루는 것은 바로 법치주의다. 변호사는 현대 사회를 지탱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에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복잡한 사회적 문제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공정한 시각이 중요하다는 신씨의 말을 통해 사회적 질병에 대해 올바른 처방을 내리기 위한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제5공화국 : 1981년 3월 3일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1988년 2월 25일까지 약 7년간 지속한 우리나라의 다섯 번째 공화헌정체제.

글·사진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