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제, 4년제 전문대학 탄생하나?

우리나라의 대학 과정은 크게 복수의 단과대학 및 대학원으로 이루어진 4년제 종합대학(아래 일반대학)과 실용적인 직업교육에 중점을 두는 2~3년제 전문대학으로 나뉜다. 우리 대학생들은 지난 40여 년 동안 이 같은 체제에서 대학 교육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청년들의 구직난이 심화되고, 대학에 불어 닥친 구조조정 바람이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를 구현하겠다’라는 기조와 맞물리면서, 기존 대학 체계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13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이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를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40여 년간 유지된 대학 체계 변화의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속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의 내용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찬반 입장과 그 근거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란?


현재 전문대학은 「고등교육법 제48조」에 따라 간호학과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과가 2~3년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발표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전문대학 6천555개 학과 중 3년제는 589개 학과(9.0%), 4년제는 33개 학과(0.5%)에 불과하다. 사실상 대다수의 학과가 2년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행 2년제 중심의 전문대학 수업연한을 1~4년으로 다양화 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는 전문대학의 오래된 숙원 사업인 데다 최근 박근혜정부의 ‘전문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정책 방향과도 부합해 탄력을 받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같이 4년제 학사학위 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로 대학 진학 연령대의 인구가 점차 줄어들며 위기를 맞고 있는 일반대학 입장에선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 전문대학과의 경쟁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전문대학과 유사하게 실용적인 특성화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비수도권 일반대학들에게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일반대학들 사이에서는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대학, “학생들에게 선택권 주어져야”


전문대학이 주장하는 수업연한 다양화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자는데 있다. 단순한 직무와 기술과 같은 실습 경험이 중요한 학과들의 경우 1년의 과정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법으로 규제된 수업연한으로 인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반면 각종 기술 산업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보다 심화된 교육 과정을 필요로 하는 학과의 경우 기존의 2~3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학과에 한해 확장된 4년제 교육과정을 적용해야한다는 것이 전문대학의 주장이다. 전문대학교육혁신운동본부 윤여송 본부장은 “수업연한이 2~3년으로 획일화되다 보니 공업기술, 보건의료 등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의 직업교육은 한계에 달했다”며 “4년제 전문대학 도입을 비롯한 전문대학 운영의 다양화는 피할 수 없는 대학 사회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대학에 비해 높은 등록금을 받는 일반대학들이 실제 산업 현장과 괴리된 교육을 하며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이승근 기획조정실장은 “학벌 중심사회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만 8조 3천69억 원이고, 교육수요와 맞지 않은 고등교육체제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크다”며 “교육기관의 관점이 아니라 국민 행복권과 학생 선택권의 관점에서 수업연한 다양화는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전문대학 재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인덕대 이신호(건축·13)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적성에 맞는 공부를 심층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전문성이 필요한 학과가 4년제로 변경되는 것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민대 송민준(사회복지·13)씨는 “학생들이 전문대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부분 단기간에 대학 교육을 이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기술을 다루는 학과여도 전문대학만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반대학,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일”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일반대학들은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정부의 지방 일반대학 육성 정책에 위배되며 ‘직업교육은 2~3년제 전문대학, 일반교육은 4년제 일반대학’이라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체계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 보다 심층적인 교육을 수행해야한다는 전문대학의 주장에 대해 일반대학들은  ‘일반대학이 충분히 전문화된 교육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전문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으로 진학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호서대 행정학과 임정우 교수는 “4년제 전문대학이 늘어날 경우,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의 교육과정의 차이가 없어지면서 수도권 학생들이 지방소재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을 더 찾게 될 것”이라며 “4년제 전문대학 도입은 지방소재 일반대학 육성 정책이라는 정책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자칫 학력 과잉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만형 충북대 기획처장은 “이러한 정책은 전문대학의 일반대학화를 의미하며 궁극적으로는 학력 과잉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방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일반대학이 이를 반대하는 이유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지방소재 일반대학의 대다수는 전문대학과 유사하게 간호, 조리 등 취업과 연계된 실용적인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수업연한 다양화로 인해 4년제가 될 경우, 학생 수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소재 일반대학들이 비교적 낮은 등록금과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전문대학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는 것이다. 반면 이에 대해 교육부 최창익 전문대학정책과장은 “수도권 전문대가 2년 과정을 4년으로 운영하려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의 대학 내 ‘정원 총량제’ 때문에 정원을 반으로 줄여야 하고, 지방 전문대학도 4대 설립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와 지방소재 일반대학 존폐 문제는 독립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문대학 수업연한 논란은 이제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밥그릇 경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교육부에서는 아예 취업률을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기에 이르렀으며 학문의 전당이 돼야 할 일반대학은 직업 교육을 수행하는 전문대학과 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이 됐다.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어찌 보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즉 학문교육과 직업교육의 구분이 붕괴한 것에서 시작된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국어사전에 대학은 이렇게 명기되어 있다.

‘고등 교육을 베푸는 교육 기관.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한다’

이제 우리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서진정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학 본연의 역할을 재정립하기위한 노력과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4대 설립요건 : 대학의 설립요건을 4가지로 정리.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을 포함함.

 


글 송진영 기자
sjy0815@yonsei.ac.kr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자료사진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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