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지늉 작가를 만나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세계적인 희극인,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희극철학은 이 시대의 청년들의 삶을 묘사한다. 요즘 20대는 취업을 위해 학점, 스펙에 매달리면서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20대들을 젊다는 이유만으로 ‘청춘’이라 부른다. 이렇게 청춘이란 이름 아래 포장되는 20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신인 웹툰 작가가 있다. 20대에게는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위로를, 기성세대에게는 20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웹툰 『멀리서 보면 푸른 봄』(아래 멀푸봄)의 지늉 작가를 만났다.

대학생뿐만 아닌 모든 이십대의 이야기

10대 학생을 대표하는 드라마는 『학교 2013』, 30대 직장인의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미생』이라면 20대를 대표하는 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멀푸봄은 이제 20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하다는 의식에서 출발해 지난 2014년 4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멀푸봄은 6인 6색의 대학생들을 통해 오늘날의 20대를 대변하고 있다. 지늉 작가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우리가 처한 현실을 꾸밈없이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예로 멀푸봄은 기업주의 아들로 부유하게 사는 ‘여준’과 한 집안의 가장으로 고달프게 살아가는 ‘남수현’을 경제적 사정을 중심으로 극명히 대비시키면서 대학생 간의 빈부격차 문제를 보여준다. 더불어 멀푸봄은 대학생의 이야기로 한정 짓는 것이 아닌 폭넓은 20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녀는 “모든 20대가 대학생은 아니기에 대학생이 아닌 20대를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20대 이야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20대 청춘의 실태를 그리고 있는 멀푸봄은 다음웹툰 평점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멀푸봄이 취직, 연애, 우정, 어느 하나 쉽지 않은 20대의 현실을 잘 보여주며 공감을 얻고 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늉 작가는 왜 20대의 이야기를 다루게 됐을까? 지늉 작가는 20대의 힘든 현실에도 이를 ‘청춘’이라 포장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치기와 반감을 이유로 꼽는다. 몇 년 전 우리 사회엔 각박한 삶에 치여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이 시대의 20대들을 가리키는 ‘3포 세대’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 후 더욱 가혹해진 현실에 3포 세대는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5포 세대’로 진화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지늉 작가는 “가뜩이나 많은 20대가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기성세대가 너무 무책임하게 대학생을 몰아가고 있다”며 “20대들이 실패라는 고통의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물론 이렇게 20대의 각박한 현실을 그리는 그녀의 마음도 편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지늉 작가는 “누군가는 이러한 20대의 고충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발 넓은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어요

이처럼 웹툰을 통해서 20대의 이야기를 들려준 지늉 작가는 지난 2월 멀푸봄의 시즌 1을 마친 후 약 두 달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그동안 지늉 작가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때마침 한국문화인진흥재단에서 지늉 작가에게 독자들의 후원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제작방법을 제안했고, 그것을 기회로 멀푸봄의 오디오 드라마화에 도전했다. 지늉 작가는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었다”며 “바쁜 현대인들이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웹툰의 오디오 드라마화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늉 작가는 오디오 드라마 제작 초기에 돈이 모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지난 4월, 목표 금액 달성에 성공했다. 이에 지늉 작가는 “팬들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나와 팬들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서 지늉 작가는 “오디오 드라마가 성공한다면 이러한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또한 지늉 작가는 “다른 웹툰 작가들도 원소스 멀티유즈(OSMU, one source multi use)**를 활성화 시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늉 작가는 오는 30일 멀푸봄 시즌2로 돌아온다. 새롭게 시작하는 지늉 작가는 “좀 더 녹록지 않은 삶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20대의 목소리를 많이 듣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멀푸봄은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지늉 작가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의 고민과 좌절은 이 시대 청년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청춘들이 언젠가는 ‘가까이서 봐도 푸른 봄’으로 비칠 날을 기대해본다.

▲ 웹툰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오디오 드라마 커버

*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 원소스 멀티유즈(OSMU, one source multi use) :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전략

글 박은미 수습기자
이주인 수습기자
한동연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이미지 출처 : 지늉 작가, 다음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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