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열풍 속의 한국, 레스토랑 비평문화의 현주소는?

우리나라는 지금 ‘맛집’이라는 키워드에 사로잡혀 있다. 외식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외식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주세영 교수와 연구진이 지난 2012년에 조사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2년에 하루 한 번 이상 외식을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1998년에 비해 1.4배 정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외식산업의 급격한 성장세에 ‘레스토랑 비평’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레스토랑 비평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20년 전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레스토랑 산업, 가히 폭발적!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는 “지난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 레스토랑 성장 정도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1990년대 당시에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이 처음 들어왔을 때, 패밀리 레스토랑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식당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찾는 대중화된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해외의 음식을 직접 접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렌치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같은 레스토랑들이 개업하기 시작했다. 또한, 2000년대 중·후반부터 맛집 정보를 공유하는 주체로 떠오른 것이 인터넷 블로그와 SNS이며, 맛집 열풍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파워 블로거’와 같은 개념이 등장했으며, ‘맛집 정보 공유’의 개념은 ‘먹방’, 최근 유행하는 ‘쿡방*’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외식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는 사람들의 구매력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1인당 GDP는 달러 기준으로 지난 1994년 9천757달러에서 지난 2013년 2만 4천329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구매력의 증가로 소비자들은 단순한 생계 수준의 소비에서 벗어나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는 소비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로 세련된 감성의 레스토랑, 즉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게 됐다. 레스토랑 평가서『다이어리R』 관계자(아래 다이어리R 관계자)는 “레스토랑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를 충당할 소비자의 수요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공급의 측면에서는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국내에 들어온 셰프들이 증가해, 그들만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경우가 증가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레스토랑 평가서 『블루리본 서베이 – 서울의 맛집』 2015년판에 등재된 레스토랑 1천356개 중에서 새로 개업한 레스토랑이 78개로, 레스토랑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기자는 어윤권 셰프가 운영하는 ‘Ristorante Eo’와 임정식 셰프가 운영하는 ‘청담 정식당’을 방문했다. 어 셰프는 “이탈리아에서 7년 정도를 유학하고 국내에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셰프는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아래 CIA)를 졸업하고, 스페인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Akelare’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두 식당 모두 플레이팅 수준과 맛, 섬세함 모두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한 두 식당 모두 이탈리아·미국 뉴욕에서 배웠던 테크닉을 음식에 활용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의 식재료와 어우러지면서 신선하고 새로운 맛을 낸다. 이와 같은 미식과 분위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문화공간의 느낌을 주고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성장세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해외로 유학을 다녀온 셰프들이다.

 

▲ Ristorante Eo의 메인 메뉴 ‘한우 안심스테이크와 푸아그라’

 

 

▲ Ristorante Eo의 파스타 ‘해산물 스파게티’


 

 

▲ 정식당의 ‘항정살’



 

▲ 식당의 ‘황새치와 절인 김치’



레스토랑 비평, 비평을 넘어 식문화 발전으로!


외식 문화의 발전은 자연스레 ‘비평 문화’의 발전을 견인한다. 최근 ‘레스토랑 비평’, ‘미식 비평’의 문화 또한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문 교수는 “외식 문화 발전의 부산물로 볼 수 있는 것이 ‘레스토랑 평가서’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레스토랑 평가서에는 『블루리본 서베이』, 『다이어리R』 등이 있는데, 이 두 평가서 모두 본격적으로 ‘맛집 열풍’이 우리나라에서 분 지난 2005년에 발행되기 시작했다. 『블루리본 서베이』의 경우, 1차 평가에서 전문가들이 레스토랑을 어느 정도 선별하고, 2차 평가에서 ‘블루리본 기사단’이라고 하는 일반인 평가단들이 평점을 매긴다. 이후 3차 평가에서 최종적으로 전문가들이 2차 평가에서 선별된 레스토랑을 재평가하여 최고의 레스토랑을 선정한다. 반면 『다이어리R』의 경우, 레스토랑을 방문한 일반인·전문가들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 둘 모두 우리나라 외식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탄생했으며, 오늘날 외식 문화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식 비평’이라는 것은 식문화의 발전 과정의 부산물로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식문화의 발전 과정을 견인하기도 한다. 저자 ‘야기 나오코’의 『레스토랑의 탄생에서 미슐랭 가이드까지』라는 책에 따르면, 프랑스가 미식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외식 문화 발전뿐만 아니라 ‘미식 비평’의 등장이 상당 부분을 기여했다고 한다. 스페인의 경우에도, 이전까지는 미식 대국의 지위를 누리지 못한 채 저평가돼있었는데, ▲‘엘 불리’라는 셰프의 혁신적 요리 기법 ▲스페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미식 비평 문화의 성장에 힘입어 미식 대국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어 셰프는 “스페인은 유럽의 식자재 공급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스페인 식자재는 상당히 저평가돼있었다”며 “‘엘 불리’와 미식 비평 발전 이후, 스페인의 식자재가 고급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문 교수 또한 “스페인의 경우 소비자의 세련된 감성이 발달된 상태에서 미식 비평이 성장하자 식문화가 성장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미슐랭 가이드’는?


하지만 우리나라 미식 비평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 이전에 비해 외식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식 비평의 역사는 10~15년 남짓으로, 그 역사가 아주 짧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식비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의 미식 비평의 평가 영역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미식 비평은 요리의 기법이나 과학적 측면 대신에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다루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유행하는 「수요미식회」의 경우에도, 요리 기술이나 과학적 측면보다는 요리가 발달한 역사적 배경, 우리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연결지어 평가했다. 우리나라 레스토랑 평가서『블루리본 서베이』의 경우, 블루리본 3리본을 받은 정식당을 “뉴코리안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서울을 대표하고 있는 레스토랑 중의 하나. 최근 세계 미식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아 비주얼은 아방 가르드하면서도 식재료와 조리 기법은 한식과 양식을 넘나든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에 「The New York Times」에서는 ‘뉴욕의 정식당’의 ▲버섯 ▲다시마 ▲수란 요리를 “▲표고버섯 ▲팽나무버섯 ▲양송이버섯이 기름에서 함께 조금씩 요리돼 콩피가 된다”고 분석하는 등 요리 각각의 조리법과 맛에 대해 평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미식 비평’에서 중시하는 역사적·문화적 배경 평가에 더불어 미식 대국의 비평이 강조하는 요리의 맛과 과학적 측면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는 식재료 간의 조화를 중시하는 반면, 식재료 본연의 식감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편이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밥 문화, 비빔밥 문화, 반찬 문화 등과 같이 식재료 간의 궁합을 상당히 중시하는 편”이라며 “이와 더불어 식재료 본연의 특질에 대해 연구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더욱 고차원적인 미식 비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단 4종 밖에 판매되지 않는 사과가 재료의 특질에 집중하는 스페인에서는 무려 12종이나 대중화돼 있다”며 “식재료 자체의 특질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더욱 다양한 식재료의 재배가 장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식에 대해 보다 다양한 접근을 통해 미식을 조금 더 즐겁고 풍부하게 음미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식 산업은 20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소비자들의 감성도 이전에 비해 깊어졌고, 소비자들의 개성도 다양해졌다. 이와 더불어 미식 비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음식에 대한 보다 다양한 접근을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식 비평 문화가 식문화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쿡방 : 요리(Cook)과 방송의 준말로 어떤 사람이 실제로 요리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것으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방송 형태의 하나.
**파인 다이닝 :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미식을 즐기는 것을 말함.

 

글 박상용 기자
doubledragon@yonsei.ac.kr
사진 박규찬  기자
bodogy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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