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열린 JYJ 김재중의 단독 콘서트는 입장권 예매개시 5분만에 표가 매진됐다.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취소표를 예매하려는 ‘취켓팅’, 피 튀기는 티켓팅이라는 ‘피켓팅’ 등의 용어가 생겨났다. 먼저 예매한 사람이 표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암표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암표, 그러나 암표는 ON!

▲ 잠실 종합경기장에서 암표상이 관객을 상대로 암표를 거래하고 있다.

지난 4월 25~26일 양일에 걸쳐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빅뱅의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 당일 경기장에는 콘서트를 보러 온 많은 팬들과 함께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 그리고 암표를 판매하는 암표상들이 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암표상들은 “좋은 자리의 표를 판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았다. 더러는 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웃돈을 주고 표를 사려는 암표상들도 있었다. 한 암표상은 앞쪽의 좋은 자리를 구하려는 기자에게 “18만 원에 가져왔기 때문에 그 이하로 줄 수가 없다”며 정가 11만 원의 표를 2배 가까이 불렀다. 11만 원인 표는 콘서트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5만 원부터 10만 원씩 점점 더 떨어졌고, 뒤늦게 온 사람들은 오히려 정가보다 싼 가격으로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콘서트장의 한 스태프는 “암표상을 한 명씩 전담할 수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암표상 단속에 따로 인력을 배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지난 5일 어린이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야구경기에서도 암표상들은 극성이었다. 수많은 경찰들이 치안유지와 암표 단속을 위해 곳곳에 배치돼 있었지만 암표상들의 거래는 활발히 이뤄졌다. 암표 가격도 제각각이었는데, 1만2천 원인 레드석이 장당 5만 원, 정가 1만5천 원인 블루석이 7만 원으로 팔리기도 했고 7천 원인 외야석을 5만 원까지 부르기도 했다. 휴일에 홈그라운드 경기였기에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암표상들의 호객 행위를 뿌리치지 못했다. 경찰들의 눈치를 보던 암표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대담하게 사람들을 붙잡았고, 이내 그들에게 표를 사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한 암표상은 암표 가격을 물어보는 기자에게 “학생할인해서 2만 원 깎아주겠다”고 말했고 조금 더 싸게 줄 수 없냐는 기자의 물음에 “가져온 가격이 5~6만 원”이라며 “이 정도 돈을 낼 생각이 없으면 경기를 볼 수 없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다른 암표상은 “경찰들이 깔려 있어도 표를 사려면 다 살 수 있다”며 대담한 면모를 보였다. 실제로 담합한 암표상들과 단속에 나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계속된 신경전이 있었고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한 가족은 “표를 한 장만 구해 가족이 다함께 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암표를 구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커플은 “암표를 구매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원래 가격의 몇 배를 부르는 암표상들에게 화가 난다”며 “지금 사봤자 모두 거품 가격이기 때문에 5회 말쯤에 다시 와 보려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암표는 더욱 기승부려

오프라인 암표가 콘서트나 경기 당일에 극성이라면, 온라인 암표는 티켓팅이 끝난 직후부터 당일까지 기승을 부린다. 티켓팅이 끝난 이후부터 프리미엄*을 붙여서 표를 팔겠다는 사람이나 프리미엄 붙은 가격으로 표를 구하겠다는 사람으로 중개사이트는 활발해진다. 네이버의 큰 중개사이트인 ‘중고나라’를 살펴본 결과, 암표보다는 ‘양도’라는 이름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표를 정가 또는 그 이하로 파는 정직한 거래자들도 많이 있었지만, 인기가 많은 콘서트나 경기의 경우에는 비싼 가격에 암표를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는 23일에 열릴 드림콘서트의 경우, 지난 4월 28, 29일 이틀에 걸쳐 티켓팅이 진행됐는데, 이미 며칠 전부터 표를 사겠다는 사람들의 글이 올라왔다. 티켓팅 직후에는 9천900원의 표가 3~4만 원을 웃도는 가격으로 양도되고 있었다. 2~3배 이상 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표가 부족해 사람들은 양도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중고나라는 ‘가격 미기재, 정가 이외의 웃돈 요구, 게시글에 기재된 가격과 실 판매가가 다른 경우에 암표 판매로 처리해 1년 동안 활동을 정지하거나 강제퇴출 등의 제재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페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수십 건의 암표 거래 관련 글이 올라오고 있고, 일일이 확인해서 제재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아예 온라인에서 개인 간의 거래를 중개해주는 사이트도 있다. ‘티켓비스’의 경우 전 세계의 이벤트, 경기 등의 표를 팔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회사 자체에서 안전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환불이나 사기 등에 대해 제대로 조치를 취해준다 하지만 개인이 가격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표가 팔리기도 한다. 드림콘서트의 경우 티켓비스에서는 1장에 1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올라와 있었고, 뮤지컬 『데스노트』의 경우 2배 이상의 가격 등 프리미엄이 많이 붙은 가격으로 티켓이 판매되고 있었다. 티켓비스 관계자는 “구매는 구매자의 몫이기에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온라인 암표는 우리대학교에서도 거래되고 있다. 오는 15일에 열리는 행사인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아래 아카라카)’의 경우 표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모든 표가 돌아가지 못한다. 5월 8일 기준 세연넷에서는 1만1천 원 정가인 아카라카 표를 장당 2만~2만5천 원에 사겠다는 사람들의 글로 넘치고 있다. 거의 2배의 가격으로 팔리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도 비공식적으로 표를 사고파는 행위가 만연하다. 작년 아카라카 당시 실제로 표를 팔았던 적이 있다는 우리대학교의 서모씨는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친구들과 함께 팔았는데,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이혜민(환경·13)씨는 “학교 행사를 이용해서 학생들이 암표를 파는 행위는 일반인들보다 더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암표, 갑론을박

이러한 사정에 대해서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식 티켓팅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결국엔 온라인에서 암표를 구매한 윤모씨는 “공급이 부족해서 이런 식으로 구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며 “그래도 온라인 티켓팅으로 인해 피켓팅이나 엑테크** 등의 말이 도는 것을 보니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가수 윤하의 팬인 주진홍(26)씨는 콘서트 티켓팅 이후 암표가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것에 대해 “좋아하는 가수를 앞자리에 가서 보고 싶은 팬들의 순수한 팬심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화가 난다”며 “콘서트는 가수가 하고, 엉뚱한 곳에서 나쁜 방법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이들의 행태가 괘씸하다”고 말했다.

단속이 힘든 이유, 왜?

암표는 이제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까지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암표 거래는 처벌이 가능한 엄연한 범죄다. 오프라인 암표 매매는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경우 경찰들이 나서서 암표를 단속한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돈을 건네받는 상황이 아니면 단속하기 쉽지 않다. 온라인 암표의 경우에도 문제는 심각하다. 온라인에서 암표상들이 활발하게 활개를 치고 다니지만 직접적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면 처벌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이버안전국 본청 관계자는 “오프라인 암표와 판매 방식만 다르기 때문에 오프라인 암표 단속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며 “온라인 암표를 단속하는 다른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역시 “암표 거래는 사업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피해 구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암표는 어떻게 막아야 하나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완 교수는 “암표 매매 행위로 인해 범칙금에 그치는 행정벌에서 그칠 수도 있지만 2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법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교육, 홍보를 통해 암표를 파는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렇게 기승하는 암표를 없애기 위해 주최 측의 단속 역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경복궁은 지난 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야간개장을 하면서 입장 시 신분증을 확실하게 검사하면서 단속을 강화했다. 경복궁 관계자는 “확실한 검표와 단속으로 암표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와 비슷하게 CGV는 지난 4월 15일 『어벤저스2』를 개봉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영화관람 환경을 조성하고자 재판매 행위자와 암표 구매자에게 제한조치를 내리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표를 사려는 사람들 역시 암표 불매 운동을 취하기도 한다.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암표상이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온라인에는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암표를 구매하지 맙시다’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주씨 역시 “자리를 못 구한 사람들은 취소표를 노려야 하지 암표를 구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암표는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며 부당이득을 취하는 암표 매매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므로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표를 사는 사람, 파는 사람, 그리고 표를 공급하는 측에서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 : 일정한 가격에 얼마를 더해서 주는 여분의 금액.
**엑테크 : 아이돌 엑스오(EXO)와 재테크의 합성어. 엑스오의 표가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

글·사진 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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