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위한 복지는 양호, 편견없는 이해와 배려는 필요

우리대학교 2만 5천여 명의 학부생 중 80여 명은 장애학생이다. 학부생 중 장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같은 연세의 구성원인 장애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신문은 우리대학교의 장애학생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고충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들을 직접 만나봤다.
 
▲ 김민성씨가 지난 2014년 신촌캠 연희관에 새로 설치된 경사로를 이용해 수업에 가고 있다.
 
가장 많은 장애학생이 지내고 있는 곳, 신촌캠
 
신촌캠은 가장 많은 장애학생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곳인 만큼 장애학생들을 위한 지원이 잘 되고 있는 편이다. 학생회관 2층에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장애학생의 학업과 생활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매 학기 초 도우미를 모집하며, 모집분야는 ▲강의대필도우미 ▲활동보조도우미 ▲교재제작도우미 ▲대학도우미 ▲기숙사생활도우미(국제캠)가 있다. 
 
학업 면에서도 장애학생들은 여러 방면으로 배려를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시험을 치를 때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 수업마다 배려공문이 발송된다. 하지만 시험문제 사전공지는 문제 유출 우려로 인해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시각장애 1급인 김진영(사회·13휴학)씨는 “문제를 미리 받지 못하면 도우미가 읽어 줘야 문제를 풀 수 있는데 객관식 시험 유형은 일일이 읽어달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정리도 잘 안 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생활 면에서 장애학생들은 ▲차량 ▲시설개선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뇌병변 2급으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김민성(정외·14)씨는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차량을 요청할 수 있어 이동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장애학생의 접근이 어렵거나 위험한 학내 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신촌캠에는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건물이 있고, 점자 유도블록이 깔린 곳도 일부에 불과해 시각장애학생들이 지표로 삼을 만한 곳이 부족하다. 김진영씨는 “정작 캠퍼스 안에서는 혼자 다니지 못해 수업 때마다 도우미와 함께 이동한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캠퍼스 내 공사로 비포장 길이 많고, 수시로 통행로가 바뀌고 있다. 김민성씨는 “길이 자주 바뀌어 헷갈리고 공사장 근처를 지날 땐 길이 울퉁불퉁해 휠체어 자체에도 무리가 많이 간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이주희 전문연구원은 “통로 대부분을 계단 대신 경사로로 설치하는 등 공사로 인해 불편한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백양로 재창조 사업 설계 과정에서도 장애학생들을 고려한 시설을 고민하고 있다.
 
한편 수업이나 생활 외에 학교의 큰 행사에서도 장애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4학년도 연고전, 휠체어를 탄 학생들이 국제캠에서 잠실운동장까지 갔지만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그대로 다시 되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주로 음성으로 축제나 행사가 진행돼 청각장애 학생들도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강호영씨는 “장애학생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도 도움을 받는 것을 미안해하고 위축돼 있어 축제에 잘 안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 강백진씨가 국제캠 언더우드기념도서관 장애인열람실에서 확대기를 통해 수업 교재를 읽고 있다.
 
24시간 공부하고 생활하는 국제캠
 
국제캠의 지원과 배려는 장애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24시간 캠퍼스 내에서 생활하는 만큼 이동 불편, 시설 부족·미비 등의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인 강백진(행정·15)씨는 대부분의 수업을 도우미와 함께한다. 강백진씨는 “강의대필도우미가 옆에 앉아 판서 내용 등을 설명해줘 많은 도움이 된다”며 “‘영화의 이해’ 강의에서는 영화가 보이지 않아도 도우미가 옆에서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줘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캠에서 활동보조도우미를 했던 이수진(사복·14)씨는 “강의 전후 시간에 장애학생을 강의실로 이동하도록 도왔고, 강의 중에는 활동을 보조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말했다. 이수진씨는 “매우 뿌듯한 일이었지만 장애학생이 정확히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지 못해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주희 전문연구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도우미에게 미리 교육 자료를 배부하고,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장애학생을 돕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캠의 언더우드기념도서관(아래 언기도)은 신촌캠과 원주캠에 비교해 새로 지어져, 국제캠 장애학생들은 언기도의 시설에 만족하는 편이다. 특히 6층에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장애인열람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강백진씨는 “장애인열람실까지 따로 있다는 점에서 우리대학교의 지원이 잘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설의 미비로 인해 실제로 많이 이용되고 있지는 않다. 강백진씨는 “책을 확대기에 놓고 화면을 통해 책을 읽는데 확대 화면이 선명하지 않고 스크린이 작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차라리 방에 있는 32인치 개인용 확대기를 사용해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주희 전문연구원은 “장애학생들마다 장애의 정도가 달라서 필요한 보조기구들이 모두 다르다”며 “최대한 장애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학교 측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 면에서 국제캠 장애학생들은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그렇듯이 국제캠에 거주하는 장애학생들도 자치활동을 위해 신촌캠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셔틀버스나 M6724번 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라 장애학생들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민성씨는 “셔틀버스가 저상버스가 아니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학생들은 지하철 외에는 방법이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주희 전문연구원은 “현재 법적으로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저상버스나 리프트 장착 버스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라며 셔틀버스 개선에 어려움을 표했다. 
 
▲ 김민성씨가 지난 2014년 신촌캠 연희관에 새로 설치된 경사로를 이용해 수업에 가고 있다.
 
원주캠, 적은 인원이지만 많은 배려를
 
현재 우리대학교 원주캠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은 13명이다. 등·하교 때나 수업을 들을 때면 종종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생이나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송지현씨는 의자와 책상이 이어져있는 일체형 책상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게 제작된 책상을 사용한다. RC 교육과정에서도 장애학생을 위한 학교의 배려를 볼 수 있었다. 원주캠에서 RC 교육을 받는 15학번 학생들은 사회기여활동 16시간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송지현씨는 참여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학교 측은 책 한권을 읽고 레포트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사회기여활동을 대체해줬다.
 
이렇듯 학교 측에서 송지현씨의 수업권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아직 맞춤 책상이 들어오지 않은 강의실이 있다거나, 장애 인식 프로그램의 내용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송지현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실시됐던 장애 인식 프로그램이 대학생 수준에 맞지 않고 기본적인 것만 다뤄 아쉬웠다”며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의 교육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주캠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장애학생은 국제캠 장애학생과 마찬가지로 시간 대부분을 캠퍼스 내에서 보낸다. 송지현씨는 “장애학생 특실*에서 생활하고 있어 기숙사 내에서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도우미가 기숙사 생활을 도와주고 있는데, 송지현씨는 “도움을 요청하면 도우미가 잘 도와주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좋다”고 전했다.
 
송지현씨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배려심은 좋은 편이지만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때는 종종 아쉬움을 느낀다고 전해왔다. 송지현씨는 “학생들이 양보를 잘해주는 편이지만 수업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내가 있어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휠체어를 탄 사람들에게는 엘리베이터가 유일한 이동 방법이기에 학우들이 조금만 더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경계심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제가 위축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단지 몸이 좀 불편하다는 것 빼고는 저도 그들과 다를 게 없거든요. 괜히 거기에 위축돼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는 것이 더 아쉬울 것 같아요. -김민성(정외·14)
 
장애학생에게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우선시돼야 한다. 학교의 지원과 더불어 학생들 자신도 편견 없는 이해와 배려를 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장애학생 특실 : 문턱을 없애고 화장실을 개조하는 등 장애학생에게 맞게 바꾼 1인실 방이다.
 
 
 
 
정서현 기자
bodowoman@yonsei.ac.kr
이유림 기자
yurrr1104@yonsei.ac.kr
심규현 기자
kyuhyun122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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