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함에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

강의 조교는 ▲대학원 등록금 부담 경감 ▲교수와 친분 형성 등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자리다. 우리대학교 조교는 크게 전공수업 조교(아래 전공조교)와 교양수업 조교(아래 교양조교)로 나뉘는데 선발 과정에서 교수의 영향력이 크다. 전공조교는 전적으로 교수의 재량으로 선발되며 교양조교의 경우 일차적으로 교수가 내정하거나 또는 학부대 차원에서 선발한다. 이러한 내정된 조교 선발 방법으로 인해 교수와 조교의 관계에서 교수는 처음부터 우위에 있다.

임용 과정부터 발생한 교수와 조교의 ‘갑을 관계’로 인해 조교들은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다. 송인한 교수(사회복지대학원·정신보건/보건복지)는 “인간관계의 복잡성 때문에 교수와 조교의 관계를  단순히 일반화할 순 없다”며 “교수가 절대적인 힘을 가지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교수와 조교가 개별적으로 형성하는 관계를 모두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인문계열 전공조교로 일한 경험이 있는 A씨는 “교수마다 조교를 대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지만, 일부 교수들이 조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이런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점에서 조교들이 느끼는 괴로움은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
 
등산도 업무의 연장인가? 조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
 
조교로 선발된 이후에도 조교들의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개인 공부에 차질이 있다는 불만이 조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과대 조교로 일한 경험이 있는 C씨는 “학생들이 시도 때도 없이 연구실을 찾아오기도 하고 밤에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아 힘들다”며 “시험문제를 직접 내거나 수업자료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A씨 또한 “심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조교 업무를 하다 보니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과도한 업무 부담뿐만 아니라, 교수의 개인적인 용무까지 조교가 맡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는 조교 업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다. A씨는 “일부 교수들은 조교에게 자녀가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을 찾아오라는 부탁까지 한다”고 밝혔다. 또한, B씨는 “주변에서 교수님의 컴퓨터 수리를 도맡아 하는 조교는 물론, 갑작스럽게 잡힌 회식이나 등산에 개인적인 일정을 취소하고 따라나서는 조교까지 봤다”고 말했다. 
 
불만이 있어도 말 못하는 조교들, 대책은 없나
 
교수와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중요한 전공조교는 교수가 사적인 일을 시키더라도 거절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졸업을 위해서 담당 교수의 승인이 필요한 대학원생 전공조교의 경우 교수의 부당한 요구에 항의하기가 더욱 어렵다. A씨는 “조교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학계에서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행동이기에 교수님 아래서 눈치를 보며 배우는 게 된다”고 전했다. B씨 역시 “대학원생 조교 업무에 대한 불만은 많지만 ‘고생하는 만큼 교수님이 취직시켜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틴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처럼 조교들은 부당한 대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워 속만 썩이고 있다.  
연세대학교 상담코칭지원센터 상담원 임대영씨는 “과도한 업무나 사적인 용무를 맡은 조교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라며 “조교와 교수간 관계가 있는 만큼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고 전했다.
 
 
이런 유머가 있다. 대학에는 2가지 모르는 일이 있는데, 하나는 조교는 ‘교수도 예전에 조교였기 때문에 조교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을 모르고 교수는 ‘조교가 곧 졸업하고 성장하여 교수가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 송인한 교수
 
송 교수는 “교수와 조교는 사제 관계이면서 동시에 동료연구자인데, 우리가 이를 쉽게 잊는 경향이 있다”며 “관계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생각하면 쉽게 문제해결의 방법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본인이 느끼고 원하는 바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 등 타인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2014학년도 2학기 통계학 입문 강의 조교로 일한 경험이 있는 C씨 역시 “교수님과 특별한 친분은 없었지만, 그 관계에서 파생되는 어려움은 특별히 없었다”며 “서로의 편의를 최대한 봐 주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교와 교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서로를 배려하려는 노력과 진지한 대화를 통해 그 해결점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채린 기자
hot_issue@yonsei.ac.kr
차지현 기자
batterycharge@yonsei.ac.kr
권아랑 기자
chunchuarang@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