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시장의 성장, ‘슬리포노믹스’에 대해 알아보다

넌, 필요할 땐 내 곁에 없어
넌, 바쁠 때만 날 괴롭히지

-하상욱, 「잠」

위의 시 내용처럼 잠은 바쁠 땐 오고, 막상 필요할 땐 오지 않아 때때로 우릴 괴롭힌다. 잠 못 드는 밤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함께 성장한 것이 바로 수면산업이다. 우리나라 수면시장의 규모는 1조 원 정도로, 미국이나 일본이 20조 원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작다. 하지만 수면 관련 제품들의 매출은 매년 60% 정도의 증가율을 유지하며 우리나라 수면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수면시장의 성장에 따라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경제용어도 등장했는데, 우리나라 수면시장의 면모를 다양하게 짚어보자.

슬리포노믹스란?

슬리포노믹스란 무엇일까? 슬리포노믹스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현대인들이 숙면을 위해 돈을 내면서 성장하고 있는 ‘수면경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면산업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를 바탕으로 건강, 미용 등의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 활발해지는 ‘선진국형 산업’이다.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들에선 일찍이 수면산업이 발달했는데, 두 나라 모두 1990년대 이후 각종 스트레스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면산업이 성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수면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면장애 환자는 약 35만 7천 명으로 4년 전인 2008년보다 1.6배 증가했다. 또한, OECD의 조사 결과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회원국 중 가장 적었다. 수면시간도 적은 편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못 자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슬리포노믹스가 활성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당신의 잠을 컨설팅해 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수면산업 관련 상품에는 수면제부터 보조식품, 침구, 잠옷, 수면유도장치까지 다양한 것들이 해당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면시장 성장에 따라 잠을 컨설팅해주는 ‘수면 컨설팅’까지 등장했다. 지난 2014년 5월 침구업체 ‘이브자리’에서는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 앤 슬립’을 출시했는데 이곳에서는 전문 슬립코디네이터인 필로우피터(pillow fitter)*가 고객이 작성한 설문지와 각종 체형검사를 바탕으로 개개인에게 맞는 침구류, 수면 소품 등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장에 방문한 기자에게 필로우피터 강현숙(41)씨는 “체형에 맞는 침구를 사용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며 “경추 깊이가 2.61cm이므로 높이 2나 3의** 베개를 추천한다”고 다양한 소재의 베개 6개 정도를 사용해보라고 제안했다. 이어 누가 필로우피터를 많이 찾느냐고 묻자 강씨는 “목이나 어깨가 아픈 분들이 많이 온다”며 “치료와 함께 제대로 된 침구를 사용하면 회복도 빨라지고 어깨통증이나 목통증이 줄어든다”고 대답했다.

잠깐 쉬었다 갈래?

▲ '슬립 앤 슬립'에서는 침구뿐만 아니라 수면관련용품도 판매한다.

최근 슬리포노믹스가 발달하면서 수면 관련 용품을 제공하는 호텔 패키지도 나오는 추세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잠깐의 휴식을 위해 호텔 패키지를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이런 대학생들도 이용하기 쉬운 휴식공간이 있으니, 바로 낮잠카페다. 낮잠카페는 지난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실시한 신사업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최근 직장인과 대학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생기고 있다. 종로구 계동에 있는 낮잠카페 ‘낮잠’에서는 1인당 5천 원을 내면 설치된 해먹을 배정받는다. 해먹에 누운 사람들은 간단한 음료를 즐기며 쉬거나, 낮잠을 즐길 수 있다. 낮잠카페의 주요 고객층은 잠이 부족한 직장인들과 학생들. ‘낮잠’을 운영하는 정지은씨는 “잠이 부족한 직장인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낮잠 카페를 기획했다”며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근처에 놀러 왔다가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 낮잠카페 '낮잠'에는 잠을 잘 수 있는 해먹이 설치돼 있다.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산업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수면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 기대된다. 이제는 ‘잠’도 하나의 상품이 됐다. 어쩌면 ‘슬리포노믹스’는 잠도 사지 않고는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의 슬픈 단면을 비춘 것일지도 모른다. 잠, 이제는 돈으로 사는 세상이다.

* 필로우피터(pillow fitter) : 일본 침구 브랜드 로프티와 수면문화연구소(Research institute on Sleep and Society)에서 발행하는 하나의 자격으로, 수면컨설팅전문가를 이른다.
** 높이 2 : 슬립 앤 슬립에서는 베개를 1~5까지 숫자로 구분하는데 각 숫자는 베개의 높이를 의미하며 단위는 cm이다.


글·사진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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