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 이동명 회계사를 만나다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미생』에서는 재무부장이 신입사원에게 “회계공부는 하고 있나? 빨리 배워둬, 회계는 경영의 언어니까”라고 조언하는 장면이 나왔다. 회계는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필수’가 된 셈이다. 회계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이 때,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이동명 동문(기계·04)을 만났다.

Q. 전공이 기계공학인데, 회계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대부분의 학생이 그러하듯 취업할 때 전공을 살려 취업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공부를 하는데도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었고 4학년이 되고 나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에 대한 막연한 고민을 안은 채 지난 2008년 졸업 후, 입대를 했다. 이후 군대에서 끊임없이 직업 탐색을 하면서 어느 회사에서든 경제나 재무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분야에 흥미를 느껴 공인회계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Q. 다소 늦은 나이에 수험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A. 지난 2010년 6월 전역 후 회계원리 수강을 시작으로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26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서 ‘주변 친구들보다 나이도 많은데 떨어지면 큰일’이라는 불안감이 컸다. 또한 전공이 공인회계사 시험과는 연관되지 않았기에 가장 기본적인 재무회계에서 남들보다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힘들었다. 공부하면서 무수히 ‘이 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시작한 길이라 중간에 그만두지는 않았다. 그 결과 시작한 지 3년만인 지난 2013년,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Q.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보통 무슨 일을 하게 되나?
A. 보통 합격자 발표가 나면 그다음 주에 바로 회계법인에서 채용 면접을 진행한다. 졸업 전인 학생들은 복학한 뒤(보통 휴학을 하고 시험 준비를 하므로) 졸업을 하고 입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합격 당시 이미 졸업생이었기 때문에 바로 입사지원을 했다. 면접 후 얼마 안 가 합격 발표가 났고 지난 2013년 10월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했다. 일반회사 재무팀이나 증권사, 금융 공기업 등으로 취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합격자의 5~60% 이상은 회계법인에 입사한다. 하지만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 입사한 지 3년 정도가 지나면 반 이상은 업종을 전환한다. 이직률이 높은 이유로는 아무래도 회계법인에서의 업무량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따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나가는 경우도 많다.

Q. 회계사가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A. 회계사의 업무는 크게 ▲회계감사 ▲세무자문 ▲컨설팅 세 가지로 나뉜다. 회계법인은 주로 감사업무를 많이 하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감사본부에 소속된다. 회계감사는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를 검토해서 오류나 부정 없이 작성됐는지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따라서 대부분 회사가 결산을 끝내는 12월 이후 석 달 동안 가장 바쁘다. 보통 이 기간에는 주7일, 하루에 16시간 정도를 일한다. 감사 업무가 마무리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지난 감사를 검토하거나 다음 해에 있을 감사를 준비한다. 세무자문은 개인이나 기업이 내야 하는 세금납부를 대신해주거나 자문을 제공하고 행정관청에 이의신청을 하는 것까지 통칭한다. 마지막으로 컨설팅은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재무 관련 분야에 대해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일을 일컫는다.

Q. 회계사가 되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A. 회계사 시험을 준비할 때 선생님, 교수님들로부터 현직 회계사의 업무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실제로 회계법인에 입사하여 일해 본 결과 공부할 때 들어왔던 회계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감사업무의 특성상 ▲건설업 ▲금융업 ▲서비스업 ▲유통업 ▲광고업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의 회사를 감사하다 보면 업종의 회계처리 방법이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아 책으로만 배웠던 회계감사 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었던 점이 달랐다. 아직 감사 경험이 짧지만 감사 업무를 진행하면서 많은 부분을 새롭게 배워나가는 중이다.

Q. 회계사로서 일하는 것에 대한 장점은?
A. 회계사로 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성격이 활발한 편이라 다양한 업종,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일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한 회계법인의 구성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라 (팀장부터 신입사원까지 팀원 60명 중 59명이 회계사라고)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므로 팀장과 신입사원 간에도 업무와 관련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데 그래서 상대적으로 회사문화가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Q. 회계사로서 일하는 것에 대한 단점은?
A. 빡빡한 업무일정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회계사가 되기 이전에 회계법인의 강한 업무 강도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회계감사 시즌과 비시즌의 근무환경 차이가 커서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 등을 연중 꾸준하게 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단점이다.

Q. 회계사로서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시험에 붙을 정도의 지적 수준만 갖춘다면 특별히 머리가 좋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회계사로서 중요한 것은 책임감과 끈기라고 생각한다. 회계감사를 진행하다 보면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회사를 감사해야 하다 보니 늘 마감에 쫓긴다. 그러다 보면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타협을 하고 싶어지는데 이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검토하는 회계사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그래서 감사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는 내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업무가 끝날 때까지 맡은 일을 완수해내는 끈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한 번 이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길 바란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자아실현을 위해 이 시험을 준비한다. 하지만 공부하면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는 약해지고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처음에 회계사가 되기로 다짐했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합격한 뒤에 ‘하고자 했던 일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느껴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씨는 회계사의 임무에 대해 “회계전문가로서 재무제표의 부정이나 오류를 찾아내, 정보 이용자들이 올바른 재무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재무정보를 정보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건강한 자본주의 건설의 밑거름이 된다. 회계사를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 “몸이 힘들긴 하지만 지난주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보고 나니 회계사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하는 이씨에게서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글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사진제공 이동명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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