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그림과 함께 프랑스 농촌으로 떠나보자.

▲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

저녁노을 사이로 농부 부부가 감자 수확을 감사하며 기도하고 있는 그림을 기억하는가? 보기만 해도 농촌의 잔잔한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만종」이라는 그림을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만종」에서도 알 수 있듯 밀레는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과 농부를 주로 작품에 담은 프랑스의 대표적 농민 화가이다. 뿐만 아니라 밀레는 오늘날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19세기 대표적인 사실주의*, 인상주의** 화가이기도 하다.  모더니즘의 대부인 밀레가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 전시회(아래 전시회)가 오는 5월 10일까지 소마미술관(서울 올림픽공원 내)에서 진행되니, 밀레의 그림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들은 놓쳐서는 안 될 것.

자연을 사랑한 화가, 밀레

“우리가 위대하다고 말하는 작품이란
자연에서 탄생한 것에 한한다.
그 밖의 작품은 모두 꾸미거나 공허한 것이다.” -밀레

교과서에만 보던 밀레의 작품을 직접 내 눈으로 본다니! 약간의 설렘과 호기심을 갖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밀레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전시장I ‘거장에 대한 소개’를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밀레의 자화상이 눈에 띄는데 풍경화로 유명한 밀레이기에 그의 색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이후 전시장II ‘퐁텐블로의 숲’에서는 밀레의 미술적 영감이 됐던 퐁텐블로의 숲을 묘사한 바르비종파의 그림들이 전시돼있다. 각 작품들은 퐁텐블로의 숲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모두 바르비종파 화가들의 섬세한 표현들이 담겨 있다. 짙은 초록색으로 표현된 깊은 숲속과 거울처럼 비치는 수면의 모습은 마치 눈앞에 퐁텐블로 숲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실제로 이 작품들 덕에 퐁텐블로 숲이 유명해져 당시 프랑스 철도 연장 직후 여행객들의 핫 플레이스였다고 한다.
또한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콜레라 덕분에 퐁텐블로의 숲이 바르비종파의 그림 소재가 됐다고 한다. 밀레와 동료 화가들이 콜레라를 피해 파리의 남쪽이었던 퐁텐블로의 숲 근처의 작은 마을로 피신해 이 숲에서 밀레와 동료 화가들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이 숲에서 작품 활동을 줄곧 했고 자연의 아름다움 그 자체만을 주제로 삼은 바르비종파의 풍경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역사나 성서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 주를 이었던 19세기 초에 밀레와 바르비종파 화가들의 그림은 미술계의 ‘센세이션’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숲의 모습을 화가 자신만의 표현 기법으로 화폭에 담은 점 또한 인상적이다.

영웅이 된 농부

“내가 그리려 한 것은 노동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몸을 움직여 수고하도록 태어났다.
‘네 이마에 흐르는 땀의 대가로 살아야한다’고 성경에 쓰여
있듯이. 이것은 영원히 변치 않을 인간의 숙명이다”-밀레

다음으로 전시장III에서는 바르비종 마을의 농가 모습을 표현한 「바르비종의 마을」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밀레의 4대 대표작 중 하나인 「씨 뿌리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그림을 팔아 간간히 생활하던 밀레가 화가로 인정받게 해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선 중앙의 압도적 크기의 한 농부가 역동적으로 씨를 뿌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는 기계에 의해 대체돼 가던 당시, 육체노동을 하고 있는 농부를 성스럽게 표현하고자한 밀레의 기조가 그림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당시 지배계층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주로 성서 속 인물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던 1850년대에 밀레는 최초로 그림의 주인공을 농부로 삼아 매우 크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후 「감자 심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밀레가 농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밀레는 이 작품에서 성서를 참고해 프랑스 독실한 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고자 했는데, 밀레는 왜 하필 많은 농작물 중 감자를 그린 것일까? 당시 감자는 동물 사료로 쓰일 정도로 농부의 빈곤을 상징했던 음식이었다. 하지만 밀레는 의도적으로 감자를 심는 모습을 묘사함으로서 감자를 심는 행위가 그 어떤 것보다 고귀함을 강조했던 것. 맑은 하늘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초원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기자도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 앞에서 떠나지 못하던 박소영(42)씨는 “사람들이 그리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직종의 사람들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것 같다”고 이번 전시회의 감동을 전했다.

미술사적으로 화려한 업적을 남긴 밀레.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작품의 주인공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소박한 사람들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연이다. 밀레는 농촌 생활의 풍경과 아름다운 자연을 화폭에 담음으로써 우리가 잊고 살아오던 노동의 소중함과 자연 속에서의 여유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밀레와 함께 한적한 프랑스 농촌 마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주의: 19세기 중반에서 후반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자연과 사물을 화폭에 담은 서양미술사적 조류.  
**인상주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공상적인 표현 기법을 포함한 모든 정통적인 회화 기법을 거부하고 빛에 의해 변화하는 색채, 색조, 질감 자체에 관심을 두고 묘사하고자 한 예술운동의 한 갈래.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그림 출처 밀레서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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