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net 『언프리티 랩스타』의 한 장면

Mnet의 『언프리티 랩스타』를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쉽게 알아봤을 것이다. 출연자 중 한 명인 제시가 경쟁심에 불타올라 외친 이 말은, 프로그램 속의 무한경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토대로 하는 프로그램은 비단『언프리티 랩스타』뿐만이 아니다. 경쟁의 극한을 보여주는 Mnet의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이에 더불어 지난 2012년 말 순위제를 폐지했던 SBS 『인기가요』는 2013년 3월, 8개월 만에 다시 폐지했던 순위제를 부활시키며 경쟁 포맷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위 ‘무한경쟁’이라는 말이 일상화돼 ‘경쟁의 늪‘에 빠져버린 방송가를 진단해보자. 

경쟁, 즐겁지 아니한가?

인간이 수렵과 채집을 하던 때부터 경쟁의 역사는 시작됐다. 한정된 자원을 얻고자 하는 수많은 인간들의 경쟁으로 인해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경쟁본능은 풍요로운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남아있어, 우리는 여전히 ‘경쟁의 올가미’에 갇혀 있다. 이런 모습을 반영하듯, 지금 브라운관은 온통 경쟁으로 도배돼있다. 특히, 지난 12일 1.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언프리티 랩스타』의 여성 래퍼들의 모습은 서로에 대한 ‘디스’가 난무하는 경쟁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고 있다. Mnet에서 방송했던 『쇼미더머니』와 더불어 경쟁자에 대한 욕설과 비방을 정당한 경쟁 방법으로 수용하는 이런 방송들을 보며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도 모른다. 이런 경쟁 방식으로 표출되는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의 문화는 대한민국의 하위문화를 형성했다고까지 평가받는다.
또한 지난 1월 30일부터 시즌3으로 찾아온 MBC 『나는 가수다』(아래 『나가수』)도 이런 경쟁하는 모습이 극대화된 포맷을 사용하고 있다. 『나가수』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청중 평가단의 투표로 탈락자를 정한다. 백지장 차이로 정상급 가수들을 탈락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즌3까지 나온 것을 보면 대중들의 호응 역시 만만찮다. 『나가수』를 즐겨본다는 김익환(경제·11)씨는 “탈락자 선정은 경쟁을 돋우는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해당 포맷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비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쟁에 질렸다는 반응도 있다. 새로 부임한 고려대 염재호 총장이 “올해부터 출석 체크와 학점 상대평가를 없애겠다”고 발표하자 네티즌들은 “당장이라도 고대에 가고 싶다”며 탈경쟁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 이렇게 대중들이 경쟁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대학교 윤태진 교수(커뮤니케이션 대학원·영상학)는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들 속에 등장하는 경쟁과 서바이벌은 언제나 시청률을 높이는 도구로 기능해왔다”며 “이미 검증된 포맷들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경쟁 방식을 채택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계속해서 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너무 익숙해진 그 이름, 경쟁

무한경쟁을 외치는 예능이 방송가를 점령한 이런 현상은 한마디로 ‘한때는 생존의 수단이었던 경쟁이 일종의 오락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이라는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오락이라는 틀 속에 넣어 말랑말랑하게 만들어놓은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 예능이 항상 이런 ‘경쟁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된, 현대식 예능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과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역시 경쟁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그 이후 차례로 대세 자리를 차지했던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SBS 『X맨 일요일이 좋다』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경쟁보다는 그 과정 속의 재미를 찾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시에는 원하는 파트너와 짝이 되기 위해 ‘매력발산’의 시간을 가지거나, 혹은 숨겨진 ’X맨’이 누군지 찾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2일』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 역시 경쟁이 핵심 요소는 아니었다. 
달리 말하면, 지금처럼 경쟁을 위한 프로그램이 이렇게 범람한 적은 결코 없었다는 말이다. 윤 교수는 경쟁을 핵심 목표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증가 이유에 대해 “방송 프로그램 속 경쟁과 승부에 감정이입을 하는 정도가 강해진 탓”이라며 “승자나 패자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일상이 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본인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경쟁 심리를 즐기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런 경쟁 프로그램들이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윤 교수는 “우리 사회는 어릴 적부터 차별하는 사회이기에 경쟁이라는 구도가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경쟁이라는 바이러스에 내성이 생길대로 생겨 잘못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경쟁을 통한 차별에 익숙해진 우리가 씁쓸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경쟁’이라고 하면 노이로제 걸린 듯 피하려고 하면서도, 『언프리티 랩스타』를 즐겨보며 박수를 치는 우리의 모습이 모순되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TV 속 ‘경쟁’이 누구의 산물인지, 누굴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우리의 모순된 시선을 성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러다간 TV 속 무한경쟁의 상황이 어느덧 브라운관이 아니라 당신이 상황이 돼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민호 기자
kimino@yonsei.ac.kr
<그림 출처 엠넷>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