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도 되는 것 중 하나가 성희롱, 성폭력 등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일 것이다. 직장내 성희롱, 군대내 성희롱, 사회지도자급 인사들의 성희롱 사건 등은 이성 간 성 인식의 차이뿐 아니라 상하관계, 권력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우리사회의 정체된 성인지 수준을 보여주는 극악한 예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 대학의 신입생 오티에서 벌어진, 후배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사건은 대단한 권력관계가 작용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문화 역시 사회의 악습과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일부 학생들은 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자성이 촉구된다.  
성희롱은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이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규정되므로 행위유형이 판단기준이 될 수 없고 피해 당사자의 판단에 따르게 된다.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맥락에 따라, 집단에 따라, 상황에 따라 동일한 언행이 성희롱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벼운 농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따라서 일반화된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해 성희롱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가 힘들다. 일부 가해자들은 대중매체에서도 성적 농담이 난무하며 희롱이 의심되는 장면이 수시로 연출될 정도로 우리사회의 성문화가 개방적이 되었는데 왜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되는지 의아해 한다. 또한 피해자의 의식수준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몰아가며 사회성이 없는 것으로 비난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음모론 등으로 주객을 전도시키며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하면 제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과 동일한 성 감수성을 갖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비난할 수는 없으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감정과 판단이다. 가해자가 의도가 아무리 ‘선’해도 자신의 언행이 성희롱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시발점이다. 이는 곧 상대방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차이에 대한 인정이고 다른 사람의 인격, 인권에 대한 존중이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대학생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학외 유흥공간, 학내 공공공간, 수련회 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음주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되는데, 의식이 흐려진 상태에서 과장되고 거친 표현이 쉽게 나올 수 있고 잠재되어 있던 공격적 성향이 드러나기 쉬우므로 학내 음주문화에 대한 고민과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되고 있는 SNS에서도 성희롱은 일어날 수 있는데 이는 어쩌면 더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상대방을 대면해서는 할 수 없었던 수위의 성적 농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대화를 카톡 등을 이용해 즐기기도 하고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은밀하게 특정인을 성적인 놀림감으로 삼고 불편한 영상을 돌려보기도 한다. 가장 빠르게, 넓게,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이 성폭력이 확산되는 공간이 되는 셈이다.
대학은 무엇보다도 사고와 표현의 자유가 존중받아야 하는 곳이고 서로간의 소통이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우는 곳이고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곳이어야 한다. 누구에겐가 성적인 공격이 되고 모욕감을 준다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 다수에게 통용되는 웃음코드가 한 사람에게라도 상처를 준다면 그것은 더 이상 유머가 아니다. 
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성희롱이 근절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인간을 탐구하고 미래의 리더를 키우는 대학내에서는 교육과 소통을 통해 어떻게 하면 그 수를 줄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남녀구분을 떠나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혹시라도 자신이 의도치 않게 성희롱을 통해 가까운 사람의, 또는 불특정 다수의 존엄성을 조금이라도 침해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또 어떤 형태이건 마음의 상처를 주고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했다면 역지사지(易地思之)해,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자신이 목격자가 되었다면, 또는 피해자가 되었다면 침묵하지 말고 입을 열어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의 감정과 판단, 인격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성평등한 연세를 만드는 첫 걸음이요,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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