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기업이다.

 

기원전 385년 플라톤이 아카데미를 설립한 이래 대학은 학문의 전당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열풍이 대학까지 미친 후 대학이 지나치게 상업화됐다는 지적이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제 대학이 교육기관의 역할만을 온전히 수행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입학 전형료부터 졸업을 유예한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까지. 대학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대학입학전형료, 어떻게 운영되는가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4학년도 전국 대학이 전형료를 통해 올린 수익은 1천5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계산상의 오차가 있지만 이를 2014학년도 수능 응시자 수인 60만 6천813으로 나누었을 때, 학생 한명이 대입 전형료로 평균 25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각 대학이 입학 모집 기간이 지나면 새 건물을 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게 않게 되는 대목이다. 대학입학전형료가 과다하다는 지적은 기성언론을 통해 지적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러 대학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입학처 전상우 주임은 “입학전형료로 발생하는 수익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오히려 에너지 비용 등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입학전형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앙대 입학처 관계자는 “전형료는 법적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으며, 혹시 전형료가 남게 될 경우 지원자들에게 균등하게 반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4학년도에 전형료 반환이 이루어진 학교는 중앙대를 제외한 10개 대학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단계별 선발이 이루어지는 전형에서 일부 1단계 전형 탈락자에게 전형료가 환급되지 않아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교육부는 2단계 전형이 실기나 면접인 경우, 1단계 전형 탈락자에게 2단계 전형에 사용되는 금액을 환급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고모씨는 “서울 주요 대학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지원한 후 면접을 보지 못한 채 탈락했으나 모집요강에 나온 것과 다르게 환급받지 못했다”고 제보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C대 입학처 관계자는 “행정착오나 장부에서 누락된 경우지 의도적으로 환급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학점 아닌 구간으로 책정되는 초과학기 등록금


현재 교육부의 법령에 따르면 모든 대학의 초과학기 등록금은 학점 당으로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1학점에서 3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등록금의 1/6 해당액, 4~6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등록금의 1/3 해당액, 7~9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등록금의 1/2 해당액, 10학점 이상의 경우 해당 학기 등록금 전액을 내도록 구간별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학점을 적게 듣는 경우가 많은 초과학기 학생의 경우 자칫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적은 학점을 수료하는 경우가 생겨 등록금 책정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김현준(대기과학·08휴학)씨는 “현 초과학기 등록금 책정 방식은 불합리하다”며 “학점별로 등록금을 책정하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재무회계팀 관계자는 “학과 전공과목의 경우 대부분 3학점이기 때문에 초과학기 등록금의 구간 기준을 3학점으로 한 것일 뿐”이라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졸업 직전 학기, 꼭 다녀야 하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점점 졸업유예를 신청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대학교 졸업요건에는 졸업 직전 학기는 꼭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8학기를 마치고 휴학해 졸업유예 상태에 있는 학생들이 휴학을 마친 다음 학기에 초과학기를 이수해야만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8학기를 수료해 졸업요건을 갖춘 이들은 굳이 학점을 더 수강할 필요가 없는데, 졸업유예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일고 있다. 많은 학생들은 졸업생보다 졸업예정 재학생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분위기에 맞춰 졸업유예를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우리대학교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학교의 교육 목적은 8학기의 정규 과정을 거쳐 사회의 일꾼을 기르는 것”이라며 “우리대학교의 재학생 신분을 인정해주기 위해선 한 학점이라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유예 학생의 경우도 도서관 등 학교의 시설을 이용하는 만큼, 등록금을 내지 않고 학교 시설을 이용한다면 재학생들과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사지원팀장은 “졸업 직전 학기에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는 규정은 학교의 전통적인 원칙”이며 “이런 원칙이 아직 없는 대학도 졸업 직전 학기 등록을 필수화하도록 규정을 전환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결코 학생들의 취업을 방해하거나, 우리대학교에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초과학기 등록금이 학점 구간별로 나누어져 있고 졸업유예 학생은 초과학기를 무조건 이수해야 하는 상황은 학생들에게 이중고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입학 전형료 문제와 초과학기 등록금 관련 문제가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현상인지 확답을 내릴 수는 없다. 두 문제 모두 과거부터 행해져 온 전통으로 대학 내 신자유주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문제가 대학생들에게 부담스런 짐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부담을 덜어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대학의 역할이다.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야 비로소 대학은 신자유주의를 넘어 대학 본연의 '학문의 전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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