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학평가에 피해 입는 대학생들

‘F’는 학생의 성적표에만 뜨는 것이 아니다. 대학 역시 F가 적힌 성적표를 교육부로부터 받는다. 상대평가 개념이 대학 사회에도 등장한 것이다. 경쟁에서 뒤쳐진 대학들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 교육부의 정책. 과연 대학들은 어떻게 평가를 받으며, 그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은 어떤 피해를 입고 있을까.


대학의 F 성적표, 대학구조조정의 배경



정부에서 대학을 줄여나가기 시작한 배경에는 저출산 현상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1명으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2750년에 인구가 0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실제로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2.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계속되는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앞으로 초등학생들이 진학하게 될 대학에도 그에 맞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왔다. 이에 정부는 대학의 공급이 학생의 수요보다 과도하게 많아질 것을 우려해 재학생 수를 감축하고, 부실대학들을 없애는 대학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2018년 이후 고교졸업자 수보다 대학입학 정원이 많아지게 돼, 정원을 16만 명까지 줄일 계획”이라며 “또한,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재정지원이 현실화될 경우에 부실대학에 이런 혜택이 돌아가선 안 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2학년도부터 전국의 모든 대학과 전문대를 대상으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아래 재정지원제한대학)을 평가, 발표하고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이란, 평가에 참여한 모든 대학 중 하위 15%에 해당되는 대학을 의미한다. 이에 해당될 경우 정부에서 시행하는 LINC사업**, BK21사업***과 같은 재정지원 사업에서 제외되며, 해당 학교의 신입생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을 수 없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학자금대출제한대학과 경영부실대학으로 나뉜다.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의 신입생에게는 등록금의 30~70%까지 한국장학재단에서 시행하는 학자금대출이 제한된다. 폐교의 대상이 되는 경영부실대학 신입생의 경우, 학자금대출제한과 함께 국가장학금 Ⅰ유형 수혜자에서 제외된다.
2015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 중 4년제 대학은 덕성여대를 포함한 총 9개의 대학이다. 그리고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및 경영부실대학은 앞의 9개 대학 중 4개의 대학이다. 학자금대출제한대학과 경영부실대학으로 판정된 대학들이 받을 수 있는 학자금대출의 정도는 등록금의 30%다. 이번엔 학자금대출제한대학과 경영부실대학의 목록이 동일하기에 총 4개의 대학이 학자금대출의 제한과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학구조조정 과정의 문제

 

저출산이라는 배경 속에서 출발한 대학구조조정에는 대학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모습이 드러난다. ▲주요평가지표의 기준과 ▲대학구조조정에 맞춰 학교를 변화시키는 모습이 바로 그 증거다.
대학들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을까?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기에 대학의 연구 성과나 교육의 질을 기준삼아 평가될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교육부와 대학구조조정위원회에 따르면 대학의 평가지표 비중 중 재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이 대학의 질을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인다. ㅅ대 임모씨는 “취업이라는 게 학과마다, 또 학생마다 다른 건데 그걸 평가의 잣대로 이용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에 평가지표 선정 기준에 대한 이유를 문의하자,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말만 돌아왔다.
이와 더불어 평가지표가 각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모든 평가를 전국의 대학교가 똑같이 받기 때문에 평가의 하위 15%에 비수도권 사립대(아래 지방 사립대)가 몰릴 비율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하위 15%에 든 대학들 중 지방 사립대의 비율은 약 70.51%를 차지한다. 대학마다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나의 기준만으로 평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현재 교육부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평가지표 중 하나인 취업률의 경우 인문·예체능의 취업률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인문·예체능의 취업률이 낮게 측정돼, 전체 평균을 깎는다는 다수 대학들의 불만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취업률이 높은 대학들은 평가지표에서 그만큼 피해를 입게 됐다. 2015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덕성여대는 “타 대학에 비해 높은 인문·예체능의 취업률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취업률 부분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대학구조조정에 일부 대학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편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학들은 정부에서 취업률을 높게 평가하자 교내에 졸업생들을 인턴으로 채용해 그 지수를 높이는 것이 그 예이다. 실제로 교육부에서는 이런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교내취업률 상한제와 유지취업률*****을 도입했다. 또한, 인원감축이나 학과통폐합에 가산점이 부여되자 너도나도 점수를 올리려 구조조정을 스스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2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됐던 원광대와 목원대의 경우 이를 벗어나기 위해 학과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부실대학 학생들은 누가 챙겨주나



평가를 통해 대학이 받아든 성적표에 따라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해당 학교의 학생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될 경우, 정부가 대학에게 제공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우리학교는 15학번 새내기부터 국가장학금 Ⅱ유형 혜택 대상자에서 제외되지만 정원이 적은 우리학교의 상황상 더 이상의 감축을 받아들이지 않은 학교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덕성여대는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장학금 Ⅱ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체적인 장학금 형태로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여전하다. 덕성여대 디지털미디어학과 이모씨는 “학교자체가 이런 평가를 신경쓰다보니 계속해서 학생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이 바뀌고 있다”며 “학교가 갈피를 못 잡으니 학생들은 불안하고, 부실대학이라는 칭호가 해가될 것 같아 학교를 옮길 고려도 해봤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면 재학생충원율이 떨어지게 돼, 부실대학의 굴레는 벗어나기 더욱 힘들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학자금대출제한대학들이 겪는 문제는 위의 상황보다 심각하다. 2015학년도 학자금대출제한대학들은 한국장학재단에서 등록금의 약 30%정도의 대출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소득 1~8분위 학생까지 지원이 가능한  ‘든든 학자금’을 통해 등록금의 100%를 대출 받을 수 있지만, 일반 학자금대출만 가능한 9~10분위 학생은 여전히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 2.9%의 고정금리를 적용하며 원금이 아닌 이자만 부담해도 되는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대출을 이용하지 못하고 은행의 학자금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학생들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5학년도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및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된 ㅎ대의 ㅅ모씨는 “신입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정말 불공정하다”며 “부실대학에도 인재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정책은 인재들이 자라날 기회조차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교육부는 어떻게 생각할까. 교육부 대학장학과 관계자는 “교육부는 대학에서 신입생 모집 전에 이런 사항을 발표하기 때문에 부실대학을 선택하지 않게끔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알려줬음에도 선택을 한 학생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대답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앞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은 더 심각해져 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6학년도부터 적용될 대학평가구조가 변화하면서 장학금 제한과 학자금대출 제한 정도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대학평가본부에 따르면 대학평가가 하위 15% 대학을 골라냈던 기존의 평가방식과 달리, A~E등급을 사용해 구분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교육여건에서 만점을 받고 나머지 지표에서 만점의 80% 이상을 획득한 A등급 대학만을 제외하고 모두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해당된다. 그리고 D등급의 경우 이와 함께 국가장학금 Ⅱ유형의 제한을 받으며 소득분위 8~10분위 학생들은 학자금대출은 등록금의 30%만 받을 수 있다. E등급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소득분위에 상관없이 학자금대출은 전면 제한을 받게 되며, 국가장학금 Ⅰ,Ⅱ 유형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무한경쟁이라는 단어가 학문의 장인 대학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학생들을 잘 교육하는 학교로서의 대학보단, 취업률이 높고 경쟁력이 큰 대학을 골라내고 있는 우리나라. 그 속에서 대학생들은 선택의 자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고 있다. 대학의 본래 의미에 맞는 대학평가의 기준과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합계출산율 :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
**LINC 사업 : 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의 약자로,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BK21 사업 : Brain Korea 21의 약자로, 세계 수준의 대학원과 지역 우수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부의 프로젝트
****재학생 충원율 : 재학생들이 학교에 남아있는 비율
*****유지 취업률 : 취업통계 조사기준일에 건강보험 가입자 중 일정기간 경과 후 계속 건강보험 가입자로 유지되고 있는 비율

 


글 오지혜 기자
dolmengemail@yonsei.ac.kr
 


그림 김혜빈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