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제도 문제 개선 시도는 긍정적…충분한 공지와 제도적 보완 필요

오는 2015학년도 2학기부터 우리대학교 수강신청 방식이 ‘마일리지 및 대기순번제도’(아래 변경안)로 개편된다. 변경안은 지난 4일 연세포탈을 통해 공지했으나, 수강신청이라는 중요한 제도를 변경하는 데 있어서 ▲학교 ▲총학생회(아래 총학) ▲학생 사이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왜 도입됐나?
 
기존 수강신청 방식(아래 기존 방식)은 수강신청 기간에 학년별로 학생들이 포탈에 접속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학정번호를 클릭하는 선착순 방식이었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포탈 서버 다운 ▲수강신청 과열 ▲인기과목 매매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로 인해 학교 내부적으로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왔으며, 총학은 지난 2014학년도 말, 52대 총학 선거 출마 당시 공약으로 ‘수강신청 예약순번제’를 제안했다.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변경안은 선진대학들의 수강신청 방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총학 측에서 제시한 대기순번제와 학사지원팀에서 고려한 마일리지제도를 절충했다”고 전했다. 변경안은 예비 수강신청 때 학생 개개인이 희망과목에 마일리지를 배분하면 일정 기준에 의해 과목별 수강권 및 배정순위를 부여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원이 초과할 경우 학생들은 본 수강신청기간에 배정순위에 따라 대기순번을 배분받는다. 
마일리지제도의 경우 국내에서는 서울대 MBA 과정이, 해외에서는 ▲시카고대 ▲예일대 ▲MIT 등이 실시하고 있다. 또한, 대기순번제도의 경우 국내에서는 ▲전남대 ▲성신여대 등이, 해외에서는 타임티켓이라는 이름으로 ▲조지아 공대 ▲MIT가 이용하고 있다. 성신여대 조수경(생활문화소비자학과·14)씨는 “대기번호를 배정받으면 선착순으로 수강신청하는 것보다 불안감이 훨씬 줄어들지만, 성신여대는 전교생이 동시에 수강신청을 해서 인기과목의 대기자는 몇 천 명이 넘어가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은 좋지만 협의 부족 논란도
 
기존의 수강신청이 가진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변경안이 제시됐지만, 현재 학생들은 ▲변경안이 수강신청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는다는 점 ▲의견 수렴 과정 부족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변경안에 따르면 희망과목에 배분한 마일리지가 높은 순서대로 수강권을 받게 되는데, 이는 여전히 인기과목에 대한 경쟁을 해소하기 어렵다. 김모씨는 “비인기학과를 전공하는 학생의 경우 자기 전공에는 마일리지를 적게 배분하고 다른 인기과목에 집중할 것”이라며 “마일리지제도로 바뀌면 학과 간 수강신청 형평성에 위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기존에 학교에서 도입했던 스크린 제도를 실시해 신청 가능인원 중 절반에 한해서는 전공학생들이 선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경안이 2학기부터 적용된다는 공지가 너무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동성(국문·14)씨는 “학생 의견을 페이스북과 같은 제한된 방식을 통해서만 듣고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변경안 시행을 통보한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지난 12일 총학은 입장문을 통해 ▲불충분한 의견 수렴 ▲다소 무리한 변경안 적용 등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2일 진행된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에서 총학생회장 송준석(정외·12)씨는 “변경안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2학기부터 당장 변경안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라며 “명확한 해결방안을 찾기 전까지 2학기 변경안 시행을 찬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이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총학이 일방적으로 제도 변경을 막을 수는 없다”며 “오히려 총학의 입장문을 보면 학생들을 변경안의 실험대상으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학생들의 오해를 살까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기존 방식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수강신청 제도를 바꾸려는 것이므로 학생들이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강신청제도, 향후 운영방향은?
 
총학은 지난 2014년 12월 말부터 2015년 3월 3일까지 <SYNERGY>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수강신청 변경안에 대한 피드백을 진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총학은 ‘개편된 수강신청 제도 학생체험단’(아래 학생체험단)을 지난 7일까지 모집했으며, 학생체험단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교무처는 총학과 함께 수강신청에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해 실질적인 오프라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 수정안을 의논하고, 확정된 변경안이 만들어지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계획이다.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변경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한 적이 없다 보니 아직 학생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변경안에 대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사지원팀 측은 오는 4월 초에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기존안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제안된 변경안의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편이다. 안후성(사복·14)씨는 “변경안에 대해 무조건 비판할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수강신청 방식을 직접 경험해 본 후 제도의 장·단점을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혜지(언홍영·15)씨 또한 “서버가 다운되는 기존의 선착순 방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는 “수강신청 방법을 바꾸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체험단을 진행하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향후 진행되는 변경안 피드백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보다 활발한 소통의 장이 필요해 보인다.
 
선착순 방식에 의거한 기존안은 매 수강신청 때마다 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양산해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일리지·대기순번제도라는 변경안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기존안을 유지하면서 포탈 서버를 확충하는 방안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수천 명의 학생이 동시에 클릭하는 것을 견뎌낼 수 있는 서버는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제 학생들은 서버 확충만을 요구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시행되는 변경안의 향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변경안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보다는 학교와 총학, 학생 세 주체 간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서현 기자
bodowoman@yonsei.ac.kr
이채린 기자
hot_issu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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