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의 남겨진 교통문제를 짚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시행 전후로 여러 갈등이 있었지만 1년의 적응 기간을 거치면서 각종 기관과 기성언론으로부터 ‘성공적인 탈바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보행자를 위한 환경개선과 차량 정체 해결, 각종 축제문화 활성화 등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개선된 부분들이 주목받은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연세로는 보행자의 무단횡단과 오토바이 불법진입 등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주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연세로가 시민들에게 더욱 찾고 싶은 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이에 기자들은 연세로의 교통문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연세로에 나가봤다.

연세로의 변화에 시민들 ‘긍정적’

▲ 지난 2014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현재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부터 우리대학교 정문까지 550m 구간의 연세로는 평일은 보행자와 자전거, 버스와 긴급차량만이 통행할 수 있다. 주말에는 대중교통을 포함한 모든 차량의 진입이 통제돼 오직 보행자만이 연세로를 이용한다. 출입하는 모든 차량은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해야 하며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출입할 경우 범칙금(승용차 4만 원, 승합차 5만 원)이 부과된다. 다만 택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시간대인 자정에서 새벽 4시까지 통행이 허용되며, 연세로 내 상가 영업을 위해 통행이 불가피한 조업 차량은 허가받은 차량에 한해 일부 시간대에 통행할 수 있다.
연세로의 변화에 대해 학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현준(사회·11)씨는 “연세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탈바꿈한 이후 예전보다 인도가 넓어져 다니기 편하고 안전해졌다”며 “길이 막히지 않아 버스 이용이 원활해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8월 서울 환경운동연합에서 연세로를 이용하는 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세로의 변화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는 의견이 39명(13%), ‘만족한다’는 의견이 172명(57%)으로 대략 70%의 시민들이 연세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연세로의 교통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 취재해본 결과 ▲보행자 무단횡단 ▲이면도로의 차량증가 ▲오토바이 불법진입 등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행자와 차량 모두를 위협하는 무단횡단

▲ 보행자의 무단횡단 때문에 급정차한 버스


먼저 연세로는 보행자들이 무단 횡단하는 경우가 잦아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기자들이 취재를 나간 지난 10일에도 버스 앞으로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해 버스가 경적을 울리며 급정차하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보행자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횡단보도 간의 간격이 넓어 이용이 불편하고 도로의 차량 통행이 적어 무단횡단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신촌 U-PLEX 인근에서 거주하는 정모씨(21)는 “연세로는 찻길이 좁아 빨리 건널 수 있어 횡단보도를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대문구청에서는 무단횡단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선 현행 도로교통법은 기존의 횡단보도 200m 이내에 다른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연세로에 더 이상 횡단보도를 늘리기 어렵다.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조승현 주임은 “구 차원에서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센서 설치도 고려해봤으나 가게에서 공사를 하거나 물건을 실어 나를 때의 불편 등이 있어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주임은 “통과 차량의 제한 속도를 시속 30km로 규정하고 있고 도로 너비가 좁아 크게 위험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탁 트인 연세로, 꽉 막힌 골목길 이면도로

▲ 복잡한 연세로 골목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먹자골목 등 골목길 이면도로의 차량이 증가하면서 연세로의 보행자들의 사고 위험과 불편이 증가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면도로란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좁은 도로를 말한다. 이면도로의 차량이 증가한 이유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신촌을 찾는 일반 차들이 연세로를 피해 이면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김광환(시스템생물/정외·11)씨는 “연세로는 대중교통 외의 차량은 이용할 수 없어서 운전자들의 이면도로 사용이 증가한 것 같다”며 “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골목길이라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번영회 부회장 김봉수씨도 “골목길의 상황은 많이 복잡해졌다”며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골목길에 차들이 많이 다녀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 만큼 이면도로 전체에 대한 설계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는 이면도로 차량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주임은 “이면도로에 차량 통행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구청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보행자와의 충돌 등을 우려해 과속방지턱 설치, 일방통행로 설정 등의 노력을 펼쳤으나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금지팻말이 무색한 과속 오토바이


연세로 곳곳에는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하기 위한 표지판이 부착돼있다. 하지만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오토바이가 연세로를 활보하고 있어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연세로를 이용하는 오토바이 대부분은 신촌에 상가를 두고 있는 배달오토바이다. 신촌의 치킨 거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문한웅(32)씨는 “배달이 급한 경우 벌금을 물더라도 간혹 연세로를 거쳐 배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연세로에서 한 달에 한 건 정도의 오토바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가벼운 사고까지 합치면 실제 사고 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조 주임은 “연세로의 오토바이 단속은 경찰이 담당하고 있는데 단속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신촌 지구대 순찰팀 최호연 경위는 “기본적으로 연세로 양쪽의 감시카메라로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으며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경찰이 직접 나서 단속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경찰 측의 말처럼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오토바이가 연세로를 활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차량중심’에서 ‘사람중심’의 연세로


연세로가 새롭게 탈바꿈한 지 1년이 지났다. 확연히 달라진 점은 이전의 연세로가 ‘차량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사람 중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 아직 그 속에서 체계가 잡히지 않은 모습들이 존재한다. 대중교통과 사람이 한 도로에서 엉켜 어떠한 규제도 없이 다니는 모습, 연세로가 막혀 이면도로 진입이 불가피한 일반 차들, 연세로의 오토바이 사용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아직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운영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문제가 없는 완벽한 교통 여건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가 되기 위해선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개선하려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 고석현 기자
shk920211@yonsei.ac.kr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사진 전준호 기자

jeonjh121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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