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해를 맞아 양띠 기자가 떠나는 양떼목장 여행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3월, 개강이다. 야심차게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했지만 만만찮은 수업과 수많은 술자리에 지쳐가고 있다면,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대학교에서 가까워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고,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그곳, 대관령으로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 양떼목장 산책로에서 바라본 풍경. 목장이 하늘 아래 바로 맞닿아 있는 느낌을 준다.

가자! 양떼목장으로!


이번 대관령 여행의 메인 코스는 바로 ‘양떼목장’이었다. 2015년 양의 해를 맞아 양떼목장을 다녀오자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기자는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양떼목장에 가본 적도 없었지만 단순히 ‘양띠’라는 이유만으로 이 여행 기사를 맡게 됐다. 처음에는 ‘이유가 이게 뭐야’ 싶었지만 기자는 이내 양이 그려진 운동화까지 갖춰 신고는 너른 초원 위에 양들이 옹기종기 뛰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양떼목장으로 떠났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횡계 시외버스 터미널. 미리 조사해둔 ‘삼양목장’으로 가려고 했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구제역 때문에 삼양목장이 폐쇄됐다는 소식이었다. ‘구제역’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잠시 당황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일단 택시기사가 추천한 ‘대관령 양떼목장’(아래 양떼목장)으로 향했다.


아이도, 어른도 먹이주기 삼매경!

▲ 기자가 직접 건초 주기 체험을 하고 있다.

양떼목장에 도착해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니 눈앞에 노르스름한 언덕이 펼쳐졌다. ‘그래도 3월인데 따뜻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지도에 표시된 산책로에 들어섰지만 자유로이 뛰노는 양들이 아닌 녹지 않은 눈과 매서운 바람만이 반겨줄 뿐이었다. 양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며 보이는 푸른 하늘과 탁 트인 초원은 묘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했다. 다소 추운 날씨에도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강정모(25)씨는 “삭막한 도심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대자연의 산뜻함과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며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산책로를 따라 양떼목장을 한 번 돌아내려 오면 건초 주기 체험장이 보인다. 건초 주기 체험장에는 양들이 먹이를 기다리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입장할 때 받은 입장권을 내면 건초를 한 바구니씩 받을 수 있다. 연인부터 가족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건초 주기 체험을 하고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가족끼리 왔다는 하모씨는 “동해로 가는 길에 양떼목장이 있어 들렀다”며 “아이들이 건초 주기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는 것 같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조금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장권을 건초 한 바구니와 바꿔 들고 양들 앞에 섰다.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양들은 울타리 쪽으로 뛰어올라 서서 눈을 반짝반짝 빛냈고, 기자가 조심스레 내민 건초 한 줌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처음엔 먹이 주는 것을 어색해 하던 기자도 건초 바구니를 비워갈 때쯤엔 건초로 양을 유인해 양과 함께 셀카를 찍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양떼목장에 왔다면 건초 주기 체험장에 꼭 들러볼 것을 권한다.


오징어와 삼겹살의 특별한 만남


건초 주기 체험까지 마치고 양떼목장을 나선 기자들은 다시 횡계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옆의 ‘횡계 오삼 불고기 골목’에 들러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부터 오삼 불고기를 팔기 시작한 횡계 지역은 오삼 불고기로 유명하다. 이에 각 식당은 서로가 오삼 불고기의 원조라고 주장하는데 식당마다 각각의 조리법과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모두가 원조라면 원조인 셈이다. 이렇게 횡계가 오삼 불고기의 시작이 된 원인에 대해 알아보니 ‘대관령’이라는 지리적 위치상 오징어와 삼겹살을 쉽게 구할 수 있고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추운 날씨와 매운 고추장의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자들은 많은 식당 중에서도 택시기사가 추천해 준 ‘도암식당’으로 들어갔다. 오삼 불고기 2인분을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징어와 삼겹살이 채소와 함께 고추장에 버무려져 나왔다. 쌈 배추에 오징어와 삼겹살을 얹어 한 쌈 크게 먹자 ‘맛있다!’는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찬바람에 꽁꽁 얼었던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동행한 사진기자는 “이런 맛있는 소스에 밥을 안 비벼 먹는 것은 실례”라며 어느새 “이모!”를 외치고 있었다. 기자들은 볶음밥까지 살뜰히 긁어먹고 나서야 식당을 나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대와 우려의 교차점


저녁을 먹은 후 기자는 이번 여정의 마지막인 알펜시아 리조트로 향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다가올 2018 평창동계올림픽(아래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지어진 리조트로, 동계올림픽의 주 무대가 될 곳이다. 마지막 여정지로 알펜시아 리조트를 선정한 이유는 여행 내내 곳곳에 동계올림픽 관련 시설물이 있는 것을 보며 지역 주민들의 올림픽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주민 남정기씨는 “동계올림픽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전 동계올림픽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동계올림픽 대부분이 적자였기 때문에 앞으로가 걱정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기자는 실제로 동계올림픽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를 느껴보기 위해 알펜시아 리조트의 상징인, 스키점프 타워로 향했다.
스키점프대 하단의 스포츠 파크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타워로 이동하면 스키점프대를 바로 옆에서 구경하며 올라갈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직원 박영빈(31)씨는 “왼쪽 스키점프대는 98m 노말(normal) 길이이고, 오른쪽은 125m 라지(large) 길이다”라며 기자들에게 심판 타워와 코치가 출발사인을 주는 철골 구조물, 객석의 종류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시설물과 종목 등에 대해 영화 『국가대표』를 예로 들며 친절히 설명해주는 박씨의 모습에서 동계올림픽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노레일에서 내린 기자들은 스키점프대 라운지로 올라갔다. 스키점프대 라운지는 지상 90m 정도의 높이로 전망대와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있다. 높은 곳에 있는 만큼 세찬 바람에 걷기도 어려울 정도였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대관령의 전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조용한 도시에 반짝이는 불빛들은 양떼목장에서의 풍경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전망대를 둘러보고 내려오면서 동계올림픽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한다는 것이 느껴졌고 앞으로 동계올림픽 진행에 관해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기자의 여정을 담은 그림

이번 대관령 여행은 ‘양의 해를 맞아 양떼목장을 가자’라는 다소 장난스러운 기획으로 시작된 여행이었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개강’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고, 멀게만 느껴졌던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도 가까이서 바라볼 계기가 됐다. 사실 이런 의미들을 다 빼더라도, 일상이 반복되는 도시에서 벗어나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자에겐 나름의 ‘힐링’이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벌써 지쳐가는 사람이 있다면, 주말을 이용해 대관령으로 떠나보자.

 

 


글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사진 박규찬 기자
bodogyu@yonsei.ac.kr

그림 황주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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