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입고 뜯고 즐기고, 그리고 사는 것은 온라인에서!

검색을 하다가 구매했던 옷이 훨씬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 기분 상한 적이 있는가? 그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제품도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그 차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더 크다. 이러한 차이가 부당하다며 하나둘 나타난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쇼루밍 족’이다. 쇼루밍 족이란 오프라인에서 직접 물건을 확인한 뒤 같은 제품을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쇼루밍. 아직도 모른다고? 아직 늦지 않았다! 이 기사를 다 읽고 나면 어느새 온라인 몰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둘러보고 올게요!


오프라인에서 쇼핑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서면 잘 교육받은 직원들이 환한 얼굴로 고객들을 반기며 고객들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럴 때마다 매장을 나가기 황망해진 손님들은 “둘러보고 올게요!”를 연신 외치며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다니곤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돌아다녀도 정가가 그대로 찍혀있는 가격택을 보고는 티셔츠 한 장 사지 않고 집에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봤던 물건들이 온라인 몰에 그대로, 더 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굳이 본 제품을 그 자리에서 사지 않고 온라인 몰을 이용하여 따로 쇼핑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가격 차이!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인터넷 결제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백화점과 같이 비싼 오프라인 매장에서 지갑을 열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쇼루밍 족이라고 밝힌 이상헌(경제·11)씨는 “온라인 몰에서 바로 물건을 사면 반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온라인 몰에서 구매한다면 그런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서 쇼루밍 족이 됐다”고 밝혔다. 이렇듯 쇼루밍 족들은 ‘똑같은 제품인데 과연 더 비싼 값을 낼 이유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봐야 믿음이 생기지만 구매는 하지 않는다는 이들의 이야기에 기자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성장하는 쇼루밍 시장


우리나라는 특히 쇼루밍 족에게 편리한 환경이 조성돼있다. 바로 편리한 인터넷 환경과 발달한 배송 시스템이 그것. 우리나라는 몇 년째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초고속 인터넷 속도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놓지 않고 있으며 어지간한 제품은 주문하고 나서 이틀 내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이 완성돼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유통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가격과 온라인 매장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가격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쇼루밍 족 증가에 이바지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에 입점한 업체의 경우 매출의 30~40%를 백화점 측에 내야 하지만 온라인 몰의 경우는 이러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가격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렇게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등장한 상품이 바로 ‘칩 시크(Cheap Chic)’ 상품이다. 칩시크 상품이란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제품들을 말한다. 꼭 필요한 성능만을 남기고 가격 거품을 뺀 전자 제품들과 ZARA나 유니클로 같은 SPA브랜드, 그리고 진에어와 같은 저가항공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칩시크 상품 시장의 성장은 이런 쇼루밍 족의 증가세를 보여준다.


쇼루밍? 리버스 쇼루밍!


쇼루밍이 쇼핑 유행으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그 반대인 ‘리버스 쇼루밍’ 또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리버스 쇼루밍이란 용어 그대로 쇼루밍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고른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사는 구매 행태를 말한다. 이런 현상은 고가의 제품군을 사는 소비자층에서 주로 나타난다. 서울대 조재민(원자핵공학·10)씨는 “카메라, 노트북, 프로젝터와 같이 고가의 제품은 온라인보다는 믿음이 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보고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조씨는 “특히 하이마트 같은 매장에 가면 사은품도 주고 가격도 온라인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리버스 쇼루밍 족의 증가에 크게 이바지한 것이 바로 바겐헌터(Bargain Hunter)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시즌 오프와 같은 할인 행사 기간을 기다렸다가 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여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이들의 빠르고도 방대한 정보는 바겐헌터가 다른 사람들의 소비를 이끄는 쇼핑 유행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바겐헌터와 같은 신(新) 소비층의 등장과 오프라인 매장들의 경쟁적인 할인 행사는 리버스 쇼루밍을 확산시키고 있다.


쇼루밍과 리버스 쇼루밍, 이는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오늘날의 쇼핑 유행이다. 어느 방법이 맞는지 틀리는지 평가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쇼핑에 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할수록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 ‘호갱’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만큼 소비자 간의 정보 격차가 심해진 지금, ‘호갱’이 되지 않으려는 방법으로 쇼루밍 족이 돼보는 것은 어떨지. 쇼루밍(혹은 리버스 쇼루밍)은 당신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이다.

 


글 김민호 기자
kimin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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