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의 세상을 엿보다
La la la la la la Lovely Linda
with the lovely flowers in her hair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The lovely Linda」 노래 가사 중-
1960년대 ‘세기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락그룹 비틀즈(The Beatles)가 해체한 후 솔로로 전향한 폴 매카트니가 가장 먼저 발표한 곡은 바로 「The lovely Linda」다.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랑스러운’ 그의 아내 린다 매카트니가 바로 이 사진전의 주인공이다. 지난 2014년 11월 6일 대림미술관에서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아래 사진전)이 시작됐다. 사진전은 주로 매카트니 가족과 친구들의 재미있고 따뜻한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로 구성돼있다. 이번 사진전을 통해 주변에 대한 소중함과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경험해 보자.
“린다의 사진에서 묻어나는 진심,
그리고 꾸밈없는 시선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온다.”
-폴 매카트니
사진전을 관람하다 보면 그들의 일상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 속에는 가공되지 않은 매카트니 가족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렇듯 그녀는 사진을 찍을 때 인위적인 연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에서는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인물이 카메라를 보지 않는 사진이나 초점이 어긋난 사진을 보면 그동안 사진작가라면 구도와 초점을 잘 잡고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전시된 많은 사진 중에서 폴과 그의 아들이 함께 거품목욕을 하는 사진은 그녀가 아니면 탄생하지 못할 사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통해 세기의 아이콘이 아닌 평범한 폴 매카트니의 색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 속 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며 매카트니 가족의 친구가 된 것처럼 느꼈던 것은 기자뿐만 아니라 관람객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않았을까?
“나의 사진은 바로 나 자신이다. 좋은 사진이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멈추어 서서 바라보고 진심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천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가치있다.”
-린다 매카트니
미술관 2층이 매카트니 가족의 사진으로 구성됐다면 미술관 3층에서는 ‘사회에 대한 시선’을 담은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동물보호 운동과 채식주의를 알리는 여성으로도 유명했던 그녀는 사진 곳곳에 등장하는 강아지 마사를 통해 동물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기도 했다. 단순히 동물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특히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 심장과 죽은 토끼의 사진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진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이게 무슨 사진이지?’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이런 사진을 찍게 됐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면 동물을 보호하려는 그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사진이 사회의 이슈를 담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러한 사진을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그녀가 채식을 하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는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을 때 양들이 뛰어놀고 있던 순간을 목격했을 때라고 한다. 사진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던 린다 매카트니.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그녀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통해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상으로 향한다.”
-린다 매카트니
린다 매카트니가 찍은 사진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보는 사람에게 ‘행복’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주로 매카트니 가족과 친구였던 여러 음악가들의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진을 바라보는 폴 매카트니의 애정 어린 눈빛과 이를 담는 그녀의 사진을 통해 모처럼 마음이 훈훈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사진에서는 그녀의 주변에 대한 따뜻한 배려도 느낄 수 있다. 일례로 그녀는 작업을 할 때 음악가들의 음반 작업이 방해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셔터만 누르고 스트로보*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그녀의 노력 덕분에 마치 1960년대 음악 거장들의 작업실에 직접 놀러 가 바로 옆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 부분의 사진을 관람할 때 각 음악가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꿀팁! 본인도 모르게 유명 음악가들의 콘서트장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전시를 관람하던 전민현씨는 “음악을 들으면서 전시를 보는데 이 시대의 음악을 공유한 세대라 그런지 추억에 빠질 수 있었다”며 “매카트니 부부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자녀들과 행복한 생활을 했던 것을 보니 부러웠다”고 전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족, 친구, 자연물의 따뜻한 순간을 담으며 행복을 느꼈던 린다 매카트니. 그녀의 행복하고 편안한 작품들과 더불어 폴의 좋은 음악의 원천은 바로 ‘가족’이었다. 이번 사진전을 통해 매카트니 부부와 함께 유명한 사람들도 결국에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주변의 소중함을 잊게 될 때,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을 통해 ‘내 생애 가장 따뜻한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스트로보 : 어두운 곳에서 촬영 시 빛이 부족하기 때문에 광량을 늘리기 위한 촬영 장치. 외장형 플래쉬라고도 불림.
글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사진 심규현 기자
kyuhyun@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