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돌아온 ‘감성변태’ 유희열, 토이의 음악 속으로

‘Da Capo.’ 어렸을 때 피아노라도 배워본 사람이라면 악보에서 한 번쯤 봤을 연주기호이다. ‘처음부터 다시’라는 뜻을 갖는 ‘Da Capo’는 지난 11월 발매된 토이의 7집 앨범 제목이기도 하다. 토이의 프로듀서 유희열은 7년 만에 내는 새로운 앨범의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에 대해 “처음 음악을 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신선한 음악을 하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유씨는 6집 『Thank you』 이후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으려 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 음악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가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토이에 대중들은 ‘음원차트 줄 세우기’로 화답했다. 지난 1992년 제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이어져온 토이의 음악에 다시 한 번 빠져보자.


‘노래 못하는’ 유희열의 프로젝트 그룹 ‘토이’


‘토이=유희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처음에 토이는 유희열과 윤정오의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Toy’라는 이름은 두 사람의 첫 영문 이니셜인 ‘Y’를 따서 만든 것으로 ‘Two+Y’라는 뜻을 가진다고. 하지만 이들은 지난 1994년 1집 『내 마음속에』를 발표한 뒤, 윤씨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2집부터는 유씨의 원맨밴드로 유지됐다. 토이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점이다. 유씨는 작사·작곡, 프로듀싱을 맡고 노래는 다양한 객원가수들이 담당한다. 따라서 다른 가수들의 앨범과 달리 토이의 앨범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토이의 객원가수로 활동했던 사람들은 조규찬, 장필순, 윤종신, 이승환, 김형중, 김연우, 성시경, 이지형 등이 있다. 물론 몇몇 노래에서는 유씨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지만 유씨의 가창력은 몇몇 방송에서 알려진 대로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


back to the 90’s, 「내 마음속에」


‘토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정규앨범만 7개, 곡은 167곡이나 된다. ‘토이의 음악’을 느껴보고 싶지만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먼저 각 앨범의 타이틀곡부터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중에서도 몇 곡을 소개하자면 1집 『내 마음속에』 의 타이틀곡 「내 마음속에」는 조규찬 씨가 부른 곡으로, 유씨의 나레이션인지 랩인지 모를 읖조림으로 시작한다. 이 읖조림은 노래 중간에도 갑자기 등장하는데 ‘옛날 느낌’이 물씬 나게 하는 부분이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꼭 ‘토토가’를 다시 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이니, 90년대 초반 감성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곡이다. 라이브 앨범 『Live Toy』에서는 유씨가 ‘워후 베이베, 룩앳츄얼아이즈~ 컴온! 워우훠’하는 끈적한 나레이션 버전의 「내 마음속에」를 들어볼 수 있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토이표 발라드의 정수, 김연우


2집 『Youheeyeol』의 타이틀곡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과 4집 『A Night In Seoul』의 타이틀곡 「여전히 아름다운지」는 김연우가 객원보컬로 참여했으며, ‘토이표 발라드’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이 두 곡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김연우의 탁월한 고음, 미성이 만나 노래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기자가 ‘토이’를 처음 알게 된 계기도 고등학교 때 친구의 컬러링이었던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듣고 나서였으니, 이는 기자에게도 의미 있는 곡이다. 유씨는 본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의 ‘아프진 않니’ 부분을 부르면서 눈물을 펑펑 쏟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을 만큼 노래의 가사는 이별 후의 슬픔을 덤덤하지만 절절하게 담아낸다.


「좋은 사람」의 십년 후, 「세 사람」


5집 『Fermata』의 타이틀곡 「좋은 사람」과 7집 『Da Capo』의 타이틀곡 「세 사람」은 어찌 보면 서로 연결되는 노래다. 유씨는 “「세 사람」의 곡과 가사를 완성하고 보니 「좋은 사람」의 10년 후 즈음의 버전 같았다”며 “예전 토이 스타일의 청춘이나 사랑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두 곡의 가사는 모두 ‘애인 있는 여자를 짝사랑하는’ 안타까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 마치 드라마처럼 장면이 떠오르게 하는 슬픈 가사와 역설적이게도 밝은 멜로디가 두 곡의 특징이라면 특징. 유씨는 “「좋은 사람」은 복학생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도 다가서지 못하는 것을 보고 쓴 곡이다”라며 뒷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세 사람」의 뮤직비디오에는 ‘짝사랑 전문 배우’ 유연석이 출연, 지난 2013년 인기를 끈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 캐릭터를 떠올리게 해 화제가 됐다. 유희열 씨는 뮤직비디오에 단순한 비디오가 아닌 단편 영화 같은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 지난 2014년 11월에 발매된 토이 7집 앨범 커버.

토이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권민성(경제·11)씨는 “토이의 가사를 보면 표현이 서툰 나를 대신해 어떻게 보면 찌질하게, 그리고 그만큼 절절하게 노래해주는 느낌이 든다”며 토이 음악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1집부터 노래들을 쭉 듣다보면 권씨의 말처럼 토이 음악은 ‘담담하면서 스토리가 있다’는 고유의 색을 유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토이는 20년간 변함없는 자신의 색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감성, 즉 트렌드를 착실히 따라가는 뮤지션이다. ‘옛날 음악’처럼 느껴지던 1집 앨범의 노래들에 비해 힙합 뮤지션들도 여럿 참여한 7집 앨범의 노래들은 말 그대로 ‘요즘 음악’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7년이라는 공백에도 대중들이 그를 반갑게 맞았던 것 역시도 이와 같은 이유는 아닐까?


글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자료사진 안테나뮤직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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