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자전거에 의한, 자전거를 위한 도시 송도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자전거 이용 인구는 어느덧 1천200만 명. 자전거가 심각한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또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교통수단으로 주목 받은 지는 이미 오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는 어디일까?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대학교 국제캠이 위치한 송도국제도시(아래 송도)이기 때문이다. 송도는 자전거 이용객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또 개인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송도만의 수준 높은 자전거 이용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송도가 자전거 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또 이를 위해 정부와 개인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더 나은 자전거 도시가 되기 위해 송도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송도. 자전거의 도시

   
▲ ▶▶ 보도 옆의 자전거 도로가 자전거 전용 횡단도로와 이어져 있다.
   
▲ ▶▶ 송도의 널찍한 자전거 전용 도로.
   
▲ ▶▶ 자전거 전용 횡단도로.

인천시청 도로과 이세영 주무관에 따르면 송도의 자전거 도로는 총 95.12km에 달하고 자전거 보관 대수는 무려 2천584대이다. 또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아래 인천 경제청) U-city과에서 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자전거 이용자 수를 조사해 본 결과, 평균적으로 1가구당 자전거를 1대에서 2대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도가 이렇게 자전거 도시로서의 시설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간척지에 세워진 계획도시이기 때문이다. 이 주무관은 “송도는 계획도시인 만큼 처음부터 자전거 도로를 건설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며 “덕분에 대도시처럼 자전거 도로로 인해 기존의 도로에 교통체증이 생기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연수구청 교통과 전창억 주무관 역시 “송도는 도시 대부분이 평지이기 때문에 노인이나 여성들도 자전거를 쉽게 탈 수 있는 곳”이라고 송도의 장점을 언급했다.
송도 내에 있는 연수구청은 따로 자전거를 관리하는 전담팀을 마련해 관련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송도 구석구석에서 자전거 주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를 찾아볼 수 있는데, 곳곳에 있는 공기 주입기가 그 단적인 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송도가 자전거 도시가 되지는 않았을 터. 송도는 이렇게 거대한 자전거 도로나 자전거 편의시설도 자랑거리이지만 풍경 좋은 공원이나 낭만적인 바닷가 옆에도 넓은 자전거도로가 있어 자전거를 타고 관광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대로변은 물론, 경원대로에도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어 중거리 주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더불어 지난 2009년 전국적으로 자전거 이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송도의 인기는 한층 더 높아졌다. 전 주무관은 “자전거 붐이 일던 2009년에 송도가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송도에서 탈 자전거. 어디서 구하지?

   
▲ ▶▶ 밸로 드 오르쉐에서는 이바이크(e-bike)와 라인봇을 대여해 탈 수 있다.
   
▲ ▶▶ 여행을 컨셉으로 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벨로 드 오르쉐 내부.

그렇다면 이렇게 잘 마련돼 있는 송도의 자전거 도로와 공원을 만끽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당연히 자전거다. 자전거가 없어도 걱정하지 마시라! 송도 곳곳에 숨어있는 자전거 대여 장소들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기 때문이다. 먼저 송도에 있는 자전거 카페 ‘벨로 드 오르쉐(Velo de Orsay)’를 찾아가 보자. 벨로 드 오르쉐는 송도의 자전거 명소 중 하나인 센트럴파크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카페로 여느 카페처럼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동시에 자전거 카페인 만큼 전기 자전거인 이바이크(e-bike)를 유료로 대여해 탈 수 있다.
카페이름인 벨로 드 오르쉐는 라틴어로 자전거를 뜻하는 단어 ‘벨로’와 프랑스의 ‘오르쉐’ 박물관의 이름에서 따왔다. 벨로 드 오르쉐 점장 김수민(28)씨에 따르면 오르쉐 박물관의 지명을 카페 이름으로 따 온 이유는 “폐쇄된 기차역을 이용해 박물관을 지은 오르쉐 박물관처럼 방문한 이들에게 어디로든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마음은 카페 한 편에 보이는 모형기차와 기차 노선도 등 여행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벨로 드 오르쉐에서 대여할 수 있는 이바이크는 쉽게 말해 일반자전거에 전동 배터리가 달린 형식이다. 이바이크는 배터리의 전원을 끄면 일반자전거와 같이 이용할 수 있고 전원을 켜면 적은 힘으로 더 멀리, 혹은 더 빠르게 탈 수 있어 남녀노소가 쉽게 즐길 수 있다. 김씨는 “주말이면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 주민들이나 인천대와 연세대 학생들이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며 “특히 요즘엔 입소문을 타서 이색 카페들에 대해 포스팅하는 블로거들이 먼 곳에서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학생들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인천 경제청사인 G타워와 센트럴 파크 역사다. 현재 인천 경제청에서는 이 두 대여소에 자전거 100여 대를 비치해 놓고 지역주민들에게 무료로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전거 대여는 한 명에 한 대씩 한 번 대여할 때 3시간씩 이용할 수 있으며 성인의 경우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인천 경제청에 따르면 무료 대여소를 이용하는 이용객 수는 하루 평균 50여 명 정도. 주요 이용객은 지역 주민과 인천 경제청 직원들이다. 아울러 인천 경제청은 오는 2016년까지 자전거 대여소는 대여섯 곳으로, 또 대여 가능한 자전거 대수는 최대 320대까지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송도에 위치한 국제캠에서도 역시 이런 자전거 도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굴리샘’(Bike Hub)이다. 국제캠 지하주차장에 위치한 굴리샘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고 나면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고 하니 우리대학교 학생들도 언제든지 캠퍼스 주변에서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니 국제캠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더더욱 망설이지 말고 굴리샘의 문을 두드려보자.

송도의 옥에 티

이렇듯 송도는 자전거 천국이라 불릴 만큼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이지만 여전히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문제는 충분히 마련돼 있는 자전거 도로에 반해 자전거 보관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송도동에는 총 18곳의 자전거 보관함이 마련돼 있지만 대부분이 신송중, 명선초와 같은 학교에 위치해 실제 주민들이나 자전거 애호가들이 체감하기엔 자전거 보관함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은 잘 닦여 있지만 자전거를 놓고 편히 쉴 공간이 부족하다”며 “자전거 보관함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 역시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주변에 자전거 보관함 수를 높여야 사람들이 편하게 자전거를 타며 송도를 즐길 수 있다”며 접근성이 높은 위치에 자전거 보관함을 설치해야 함을 강조했다.
부족한 자전거 보관함도 문제이지만 자전거 도난사고도 심각한 문제다. 이 주무관은 “무엇보다 자전거 도난사고가 심각하다”며 “이로 인해 전체 자전거 이용률이 영향을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학생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대학교 홍석빈(JCL·14)씨는 “지난 2014학년도 1학기가 끝난 후 자전거를 송도에 두고 갔는데 2학기에 돌아와 보니 자전거가 없어졌다”며 “자전거 도둑을 찾으면 강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 경제청 U-City과 우재호 관계자는 “최근 도난 사고가 우려돼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가 도난되면 방도가 없고, 방문자들이 가져오는 값비싼 자전거도 점점 늘어 도난사고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 관계자는 “이에 대비한 자전거 보관함이나 주차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추후 설치할 계획”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자전거 도시 송도의 마지막 문제점으로는 안전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송도 대부분의 횡단보도는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를 포함하고 있다. 일반 횡단보도에서 자전거 이용자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야 하는 데 비해 이런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행자 수가 적어 차량의 신호위반이나 정지선 위반이 빈번한 송도에서 이 같은 자전거 전용 횡단도가 안전한지는 미지수이다.

▲ ▶▶ 송도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자전거는 인생과 같다는 말이 있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전거는 타는 이에게 다른 교통수단들에 비해선 조금 더 특별한 의미와 감성을 선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학교 주변에 이렇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편리한, 또 아름다운 환경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일지 모르겠다. 그러니 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당신이라면 지금이라도 망설이지 말고 송도의 탁 트인 자전거 도로로 출발해보자.


글·사진 김예린 기자
yerinee@yonsei.ac.kr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김민호 기자
kimin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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