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를 둘러싼 기숙사 신축 논란

“지방학생 살리자고 서울 시민 다 죽이겠다는 것이냐”
우리대학교 및 이화여대 주변 임대업자들의 볼멘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기숙사 신축 때문이다.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지역주민, 그리고 학생을 위해 기숙사를 건립하고는 있으나 값을 비싸게 받는 학교, 그 사이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학생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처럼 안정적인 주거의 문턱에서 학생들은 신음하고 있다.
 

‘3천494명 더 기숙사에서 살 수 있습니다’


지난 2014년 9월, 이화여대 후문에서 신촌 주변 임대업자들을 중심으로 기숙사 신축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학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이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과 충돌한 것이다. 신촌의 한 원룸텔 임대업자는 “기숙사를 늘리는 건 지방 학생들 살리겠다고 서울 시민들을 다 죽이겠다는 것”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과연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얼마이며, 앞으로 얼마나 더 수용할 수 있을까? 우리대학교 기숙사는 현재 8천44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기숙사 수용률은 30.6%이다. 그리고 재건축 계획이 있는 제중학사와 법현학사가 완공될 경우 제중학사는 772명, 법현학사는 378명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다. 이화여대 기숙사의 경우는 1천678명이 살 수 있는 규모로 전체 학생 대비 수용률은 8.3%이다. 대학알리미의 조사결과 2014년 기준으로 우리대학교를 포함한 서울 소재 주요 49개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14.12%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와 비교했을 때 이화여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을 타개하기 위해 이화여대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기숙사 신축을 통해 총 2천344명 정도의 학생을 추가로 수용해, 기숙사 수용률을 20% 정도까지 올릴 계획이다. 우리대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기숙사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이 모두 다 들어올 수 있게끔 기숙사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는 학생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총 3천494명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도록 기숙사 신축을 진행하고 있다.


“기숙사 좀 짓지 마세요”


기숙사 신축을 가장 거세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신촌 주변에서 임대업을 하는 임대업자들이다. 임대업자들은 ‘안산 살리기 보전협의회’, ‘북아현동 자연경관 보존협의회’등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의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을 발족해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이유는 주변 임대업 경제 상황 악화와 안산의 환경오염 때문이다.
먼저, 반대단체들은 기숙사 신축에 따른 신촌 주변 임대업 경제 상황 악화는 임대업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주장한다. 우리대학교 서문에서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는 “신촌에서 여태껏 학생들을 상대로 사업을 해왔는데, 갑자기 기숙사가 신축되면 많은 임대업자들이 실업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신촌 주변에 약 3천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 학교 내에 생길 경우 학생들은 기숙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임대업 경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가 기숙사를 신축하는 부지가 안산자락에 있으며, 기숙사 신축으로 인해 안산이 훼손돼 환경오염이 심각해진다는 의견이다. 안산 살리기 보전협의회 위원장 이모씨는 “연세대는 주민들이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이미 안산자락에 우정원을 완공했다”며 “이화여대 내 안산자락은 주민들이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하지만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에서 기숙사를 짓기 위해 안산의 비오톱(biotope)*등급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조정 해버렸다”고 주장했다. 현재 북아현동 자연경관 보존협의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허가 관련 감사를 요청한 상태이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화여대의 기숙사 신축은 약 30,000㎡의 도심 숲을 없애 서대문구의 온실가스 감축 기능을 약화시키며 자연경관을 해치게 된다.
이에 서울시 시설계획과 생태환경계획팀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입장만을 보였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안산 훼손 의혹에 대해 “그 부지는 1930년대부터 이화여대 담장 안에 있는 공간이었으며 산지로 바라볼 수도 없는 작은 언덕”이라며 건물을 짓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주장했다. 이어 관계자는 “신촌 주변 임대업자들이 기숙사 신축 반대이유로 생존권 위협을 내세울 때는 이기적으로 비춰져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그들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갑자기 부각해 반대하는 것으로만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 밖만큼 비싼 신축 기숙사도 문제


신촌 주변 임대업자들 중에서도 학교가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당연히 기숙사를 신축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들도 존재한다. 신촌에서 원룸텔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학교에서 학생을 위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짓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손해가 있겠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기숙사 또한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신촌에서 부동산을 운영중인 김정훈(35)씨는 “기숙사비가 학교 바깥보다 훨씬 저렴하다면 임대업자들이 학생들에게 도움되는 기숙사 신축을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숙사 비용이 월세와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은 임대업자들이 생각하기에 그들을 향한 학교 측의 생존권 위협이라고 밖에 판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싼 기숙사 신축은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학생을 상대로 하는 임대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학년도 1학기를 기준으로 우리대학교 우정원 2인실에 한 학기 동안 거주한다면, 1인 당 33만 6천480원 가량의 월세를 지불하는 꼴이다. 이는 신촌 일대 평균 월세인 45만원보다 약 12만 원 정도 저렴하다 할 수 있다. 우리대학교 홈페이지에 대외협력처가 게재한 공지는 “관리비와 각종 수수료 등을 포함하고 기숙사에서만 제공하는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감안하면 기숙사가 비싼 편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정원은 두 명이 협소한 공간을 나눠 써야 한다는 점과 식사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강모씨는 “우리 하숙집의 경우 보통 40만원에 아침·저녁 식사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신축된 기숙사보다 훨씬 싸게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학생은 1인실에만 입주가 가능한 이화여대 기숙사 한우리집의 경우, 한달에 약 41만 5천 원을 부담해야 하며 이는 학교 밖 임대비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 ‘우리가 봉인가요?’


신촌 주변 학생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학생들 사이에선 신촌 주변 임대업자들의 기숙사 신축 반대가 이기적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서희진(국문·13)씨는 “임대업자들이 대부분 재학생의 거주 덕분에 충분한 금전적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주변 주민들이 학교의 기숙사 건축 결정을 단지 생계 때문에 반대할 명분이나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김지영(노문·14)씨 역시 “자신들이 받고 있는 임대비용을 내려 학생들의 수요를 늘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며 “작은 노력조차 없이 기숙사가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기에 무작정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답했다. 우선시돼야 하는 학생들의 생계를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위협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학들이 기숙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화여대 이예니(보건관리학·11)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대학생들, 특히 여대생들은 안전 측면에서도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와 더불어 학과생활과 교우관계 확립에 있어서 학교 밖 거주생활보다는 기숙사 생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대학교 김민기(경제·10)씨는 “신입생 대부분이 국제캠으로 가는 우리대학교 상황상 무악학사의 수용률이 나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기숙사 신축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부담이 돼 왔던 임대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데 늘리기는커녕 학교가 지역사회를 위해서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처럼 학생들은 비용과 안전을 이유로 기숙사를 선호하고 필요로 하지만, 새로 지어진 우정원의 비용은 학생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2월까지 우정원에서 살았던 김민기씨는 “비싼 비용에 따라 시설이 좋다고 들었는데 스터디룸 빼고는 무악학사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며 “기증받은 건물인데 왜 무악학사보다 비싼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해민(철학·14)씨는 “새로 지은 건물인 것은 이해하지만, 책정된 비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정원 비용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김지영씨는 “신촌 일대 건물의 월세와 비교해보면 기숙사치고는 매우 비싸다”며 “비용 때문이라도 다시 기숙사를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이화여대 박이슬(보건관리학·14)씨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기숙사 비용이 학교 앞 고시텔과 비슷해서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즐거운 곳에 서는 /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 내 집뿐이리
- 즐거운 나의 집 中

유일한 쉴 곳이 되어주는 집. 하지만 현재 신촌 주변 대학생들은 즐거운 나의 집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집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는 것은 너무나도 큰 꿈일까. 학생들의 보금자리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성숙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오톱 : 도시개발과정에서 최소한의 자연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군집 서식지의 공각적 경계. 1등급은 대상지 전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유형이고 2등급은 대상지 전체에 대해 보전을 우선해야 하는 유형으로 건물 건축이 가능함.

 

글 ·그림 오지혜 기자
dolmengemail@yonsei.ac.kr
글 문세린 기자
peace.mak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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