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든 인디아나 존스, 류동현 작가를 만나러 가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OST 「The Raiders March」를 들으면 누구나 숨겨진 유적을 찾아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는 탐험가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가 보물 지도를 따라가며 숨겨진 유적을 찾는 대신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면? 그런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릴 적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탐험가를 꿈꿨던 류동현씨는 현재 이곳저곳을 여행 다니며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탐험하는 칼럼니스트 류씨를 만나 그의 인생, 글, 그리고 예술에 대해 들어봤다.

기자에서 칼럼니스트로

류씨는 『월간미술』에서의 기자 생활을 시작으로 출판사 기획팀장, 그리고 지금의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까지 10년 넘게 ‘글쟁이’로 살아왔다. 10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100권이 넘는 잡지를 만든 류씨는 기자 생활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 “휴식 후 다시 돌아간 기자생활은 여전히 반복되는 일상”이었다며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매우 힘들지만 동시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직업”이라며 “소위 ‘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미래의 기자 지망생들에게 당부했다.
그렇다면 기자와 칼럼니스트 모두를 경험한 류씨가 생각하는 두 직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류씨는 크게 봉급과 자유로움을 꼽았다. 류씨는 “기자 시절에는 꼬박꼬박 나오는 봉급을 받아 생활했다면 칼럼니스트는 청탁받아 쓰는 글의 원고료를 받아서 생활한다”고 말했다. 이어 “칼럼니스트는 글 쓰는 데 있어 자유롭다는 것이 기자와는 다른점”이라며 “어딘가에 소속돼 글을 쓰면 소속된 집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글 그리고 여행

20년 넘게 펜을 잡아온 류씨에게 글을 잘 쓰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기자들의 이와 같은 질문에 그는 여러 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먼저 ‘소설’을 권했다. 류씨는 “소설 속에 담긴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며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생긴다”며 그 중에서도 고전소설읽기를 강조했다. 이어 “고전 속에 녹아든 삶의 모습을 볼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며 사람에 대한 이해가 글을 잘 쓰기 위한 비법이라고 전했다. 또한 “타인의 대한 이해는 갈등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가치”라고 덧붙였다.
글을 통한 타인과의 공감을 강조한 류씨. 그에게 좋은 글이란 진정성을 통해 ‘나를 찾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류씨는 글을 통한 간접 경험뿐만 아니라 여행을 통한 직접 경험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여행은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이자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있게 해준 연결고리였다.

사람의 흔적을 찾아 여행을 다니다

인디아나 존스가 좋아 고고미술학을 전공하게 됐다는 류씨는 대학교 시절 한 선배가 추천한 책을 읽고 여행을 결심하게 됐다. 그 이후 헤어 나올 수 없는 여행의 매력에 빠진 류씨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현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고 싶다면 류씨가 집필한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 『LONDON-기억』중 하나를 집어보자.
우리는 흔히 여행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다. 그렇다면 그가 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사람’과 ‘발견’이라고 대답한 류씨는 "사람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을 포용하게 된다”며 “여행을 하며 세상과 나를 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이라고 무작정 해외로 떠나라는 것은 아니다. 학교 근처에서라도 산책을 하며 사색하는 것 역시 청춘만이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은 만만해야 한다!

외국을 많이 다녀 본 류씨는 우리나라와 달리 예술을 쉽게 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외국처럼 미술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한 점이 뭐냐는 기자들에 질문에 그는 “예술이 만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만만한 예술’이란 맥주 한 캔을 편안히 마시며 최고수준의 오케스트라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어 류씨는 “가볍게 영화 한 편 보러가듯이 미술작품 역시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보러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술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사람들은 미술관보다 쉽게 갈 수 있는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미술이 대중적인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문가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술의 대중화에 항상 고민하는 류씨는 “예술 전체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하며 "대중들이 예술을 만만하게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자신의 역할에 대해 “예술의 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씨는 『LONDON-기억』에는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시장에서라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류씨는 인터뷰 내내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그리고 예술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사랑을 해야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말한 인생철학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류씨의 작품에서도 그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현재 그는 여행과 사랑에 빠져있다. 그의 다음 작품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사랑을 느껴보길 기대한다.


글 김민호 수습기자
이정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류동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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