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으로 거듭나는 이중민 디자이너를 만나다

‘수트빨’, ‘수트간지’ TV에 나온 연예인들의 정장 입은 모습을 보고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말들을 떠올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물론 연예인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평소에 편한 차림으로 다니던 동기들이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양복을 차려입고 오면 섹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마법을 지닌 양복를 만드는 마법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개그맨 신동엽을 비롯한 연예인이 즐겨 찾는 양복점을 운영하는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이중민씨를 만나봤다.

알니스(Allness)=보편성

이씨가 런칭한 알니스는 핸드메이드(hand-made) 양복 브랜드이다. 이씨는 핸드메이드 양복의 고급스러움,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어 양복 디자이너를 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많았던 이씨의 옷에 대한 관심은 그만의 패션 사업으로 이어졌다. 알니스는 ‘보편성’을 뜻하는 영어단어 ‘Allness’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씨는 “알니스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양복으로 되길 꿈꾼다”며 이름의 의의를 설명했다. 알니스를 양복계의 유니클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닌 이씨. 그는 “고객이 어떤 양복을 원하든 모두를 알니스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그는 비싼 맞춤제작 양복을 판매하는 본점뿐만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기성복을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과 프랜차이즈 매장도 운영한다고. 또한 이씨는 고객들의 단점을 가려주고, 유행을 반영하면서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씨의 옷에는 그만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세심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씨는 “모든 층을 아우르면서 좋은 질을 유지하는 양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여성 양복도 점령하고, 해외에서의 트렁크쇼*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그에게 알니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꿈을 그려나가는 일종의 도화지인 셈이다.

운을 찾아가는 사람

뻔한 것을 싫어하는 이씨는 남들이 다 아는 성공의 길 대신 새로운 길에 도전해왔다. 이씨는 요리사를 목표로 실업계 고등학교 식품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했다. 이후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던 중 그는 단순히 취미로만 생각하던 패션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모드패션학교(아래 패션학교)에 입학했다. 이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고등학교 자퇴라면 사회적 낙오자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무의미한 생활을 이어가기는 싫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패션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한국맞춤양복협회에서 운영하는 테일러 아카데미의 1기 수료생이다. 이씨는 “패션학교 재학 중에는 여성복에 더 무게를 두었지만 테일러 아카데미를 통해 맞춤양복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업 처음부터 매장을 개업하지 않고 블로그와SNS를 활용해 옷을 보여주고 출장을 다니며 맞춤제작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이씨는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요리사가 꿈이었던 고등학생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씨는 “운이 좋았다”며 “하고 싶은 일을 했는데 시기가 잘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과감히 시도하고 그에 수반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씨는 단순히 운이 좋은 사람보단 ‘운을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슬럼프, 그리고 극복

운동선수들이 선수경력 중 한차례씩 슬럼프를 겪듯 이씨 역시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이씨는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에 못 미치는 매출이 나올 때 정말 힘들었다”며 “옷이 좋아서 일을 시작했는데 옷이 아닌 돈이 주가 돼 이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한 이씨에게 다시금 일에 대한 열정을 심어준 것은 바로 대중들이 해주는 말들이었다. 이씨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날 알아봐주고 내 브랜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줄 때 마다 다시 열심히 일 할 마음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지난 2013년 11월 성남시 교육청에서 주최한 직업교육 특강에 강사로 나가 강연을 한 경험도 이씨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씨는 “사람들 앞에 나가 내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것도 없던 시절의 초심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단 해봐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의 꿈을 찾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가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다.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그이기에 이씨는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이씨는 철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지만 20대에는 그런 삶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꼭 자신의 흥미를 찾을 것을 이야기했다. 또한 이씨는 10대의 사춘기와 비슷한 30대의 ‘오춘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20대가 가져야 할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이씨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직장 상사의 기대를 맞추는 것에 익숙해지면 30대가 되어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일명 ‘오춘기’가 온다”며 “20대 초중반에 최대한 많은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것을 거부하고 항상 과감하게 도전했던 그의 조언엔 20대를 향한 그의 진심이 묻어 있었다.

이씨는 패션을 넘어 인테리어 디자인, 영화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보편성을 뜻하는 영어단어 'Allness'에서 브랜드명을 가져온 것처럼 ‘알니스’라는 창을 통해 다양한 예술을 다루고 싶다는 이씨. 무(無)에서 시작해 지금의 ‘알니스’를 만든 이씨의 노력으로 보아 이씨의 꿈이 실현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업이 아닌 삶으로 패션(fashion)을 생각하는 이중민 디자이너, 그의 패션(passion)이 멋지다.

*트렁크쇼: 신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소수의 상위소비자(VVIP)를 위해 개최하는 소규모 패션쇼


글 강수련 수습기자
신준혁 수습기자
전준호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이중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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