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대자보 열풍을 향한 엇갈린 시선들

 지난 2013년 12월 10일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이후 약 1년 만에 우리대학교 신촌캠과 국제캠에서 다시 대자보 열풍이 일었다. 신촌캠에는 지난 2014년 12월 3일 중앙도서관 앞에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걸렸으며 비슷한 시기 국제캠에는 ‘J에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기숙사 및 Y-Plaza 등에 게시됐다. 이런 대자보 바람은 학생 사회에 문제의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지나친 감정의 개입 ▲표현상의 문제 등의 측면에서는 비판받고 있다.

 
대학 사회에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문제의식
 
먼저 신촌캠에 붙은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는 ‘Misfits’라는 우리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함께 운영하는 대안 미디어에 의해 게시된 것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을 비판했다. 특히 이 대자보는 정규직의 해고 요건 간소화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우리가 취업 못 하고 창업 망하고 집 못 구하면 부모님 세대도 죽어난다”고 청년 취업의 어려움을 토로해 주목을 끌었다. Misfits 대표 박진영(국문·11)씨는 “기사로 자세하게 내보냈던 글을 대자보로 만들어 문제의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학생이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제캠의 ‘J에게’ 대자보는 우리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국제캠의 학내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최근 불거진 국제캠 노동자 재계약 문제와 관련해 학생들은 대자보 등의 방법을 활용해서 사안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송도1학사 제1열람실 앞에 대자보를 게시한 양동민(경제·14)씨는 “한파주의보까지 발령된 이 추운 겨울에 계약 만료를 명목으로 실업자를 만드는 게 연세대가 강조하는 ‘공동체 문화’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자보를 제작한 박승수(철학·14)씨는 대자보를 작성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학내 노동자 문제가 입시 위주 교육과 취업 등 우리 주변의 교육 현실을 반영하는 사례라고 생각돼 자보를 붙이게 됐다”고 전했다. 
 
대자보 열풍 속 드러나는 문제점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가 게시된 후 이를 반박하는 ‘화가 난 젊은이들에게 고함’이라는 대자보가 우리대학교 정문 앞에 붙여지기도 했다. 이 대자보는 “세상은 자기가 하기에 달려있다”며 “남 탓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이 대자보에 대해 유보영(사복·14)씨는 “해당 대자보에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이를 위해 빚을 지는 것이 학생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이는 대학 서열에 관한 사회적 의식을 간과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유씨는 “대자보가 너무 자기 입장만을 완강하게 고집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J에게’ 글을 본 학생들은 대자보를 게시하게 된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반면, 일부 대자보의 형식 및 내용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했다. 임석인(사복·14)씨는 “대학생들이 지식인으로서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의 하나가 대자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자보가 붙는 현상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송도2학사에 게시된 글은 노동자를 동정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어 일부 학생으로부터 감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진우형(경제·14)씨는 “총장님을 ‘J’ 등으로 표현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다수의 대자보가 글의 내용이나 논리 전개에 있어 천편일률적이라는 한계를 지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진씨는 “특히 다수의 대자보가 최저입찰제의 문제점이나 개선방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공감만을 요구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박승수씨는 “지나친 호소는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넓게 보면 자보도 개인의 생각을 담고 있는 선전”이라며 “자보가 학술적 글이나 신문 기사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는 감정에 호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학생들의 대자보 열풍이 앞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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