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계약안 둘러싸고 계속되는 마찰로 모두가 고충

▲ ▶▶ 지난 2014년 12월 11일 노동자들이 백양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방문하고 있다.

 

국제캠 송도1·2학사 청소·경비 용역업체 재계약(아래 재계약)을 두고 학교-용역업체-국제캠퍼스 노동조합(아래 노조)간 입장 차가 지난 2014년 12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재계약 과정에서 용역업체인 세안텍스는 기존 청소·경비 노동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안을 냈고, 이는 노동자들과 학생 사회에서 반발을 샀다.

지난 2014년 12월 재계약에서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선정된 세안텍스는 국제캠 송도1·2학사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용역업체다. 세안텍스는 기존 72명이었던 청소·경비 노동자를 50명으로 감축하겠다고 우리대학교에 제안했다. 이에 노조는 세안텍스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인 우리대학교의 국제캠 종합행정서비스센터를 수차례 찾아갔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해 지난 12월 11일 낮 5시 신촌캠 총무처 구매팀을 항의 방문했다. 노조는 ▲고용안정 보장 ▲세안텍스 협의 내용 공개 등을 요구했으며,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학생들이 댓글로 단 481개의 지지서명을 함께 전달했다. 구매팀에서는 “용역계약 최종안이 나오면 노조·총학생회와 협의할 것”이라며 “고용승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 이후 세안텍스-노조 간 노사협의회가 몇 차례 진행됐고, 세안텍스는 72명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되 ▲청소 4시간 교대근무(오전/오후) ▲경비 12시간 2교대로 변경하는 것을 최종 합의안으로 제시했다. 노동시간 축소에 따른 임금 감소 문제를 제기한 노조는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지난 12월 23일 낮 5시에 총무처 구매팀을 다시 항의 방문했다. 하지만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다음 날 저녁 6시경까지 구매팀 사무실에서 노조의 밤샘농성이 진행됐고, 이는 학교 측과 26일 면담이 약속되고 나서야 마무리됐다. 노조 측은 “면담 자리에서 학교로부터 ‘본부는 공개입찰내역에 고용승계만을 명시했으므로 용역업체에 이 이상을 강요하기는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세안텍스 측은 국가법령 준수와 고용안정 모두를 고려해 작업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세안텍스는 “14년간의 건물관리 운영 경험과 직원들의 숙련도, 관리직 직원들의 업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안을 마련했다”며 “실제로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노조와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2월 31일 세안텍스가 근로갱신 계약서에 합의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근로관계 종료 통보서’를 보내 논란이 재점화됐다.
 
반면 노조는 우리대학교가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형태로 고용하거나, 진정한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업체를 재입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고용 형태로 변환했을 경우, 기존 70세인 세안텍스 근로자의 정년이 학교 정년에 맞춰 60세로 줄어들고 정식 채용 공고를 다시 내야 하므로 이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또한,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르면 고용승계와 근로조건이 보장돼야 하지만 이 지침은 법적인 강제력을 갖지 않아 업체 재입찰을 강제할 수도 없다. 민주노총 일반노조 김종수 사무국장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살아남기 위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법이 구속력이 없더라도 학교가 자발적으로 지침을 지키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학교 측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입찰과정에서 용역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구매팀은 “물가는 지속해서 상승하나 주 수익원인 학부 등록금은 몇 년째 동결 상태”라며 “교직원 급여 또한 7년째 동결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학 정원 감축안을 우리대학교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정부 지원금도 줄어들었지만, 용역비 지출은 지난 2009년 110억 원에서 2014년 225억 원으로, 매년 20~30억가량 증가해 왔다고 전했다. 구매팀 손성문 과장은 “학교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 협의체가 한 발씩 물러나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 측은 용역업체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현정 총무처장은 “현재 노조에서는 노사관계에 있는 용역업체와 이해관계에 있어 노동자와 갈등이 있을 때 학교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용역회사의 경영권을 침범하는 일이 돼버린다”고 전했다. 학교는 청소나 경비 내용에 대해서는 용역업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지만 회사의 운영 자체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학생사회에서는 지난 달 ‘기숙사 노동권 수비대’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국제캠 노동자 문제를 알리는 활동이 진행됐으며, 국제캠 곳곳에는 대자보가 걸리기도 했다. 기숙사 노동권 수비대 양동민(경제·14)씨는 “노동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부터 책정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방식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글·사진 정서현 기자 
bodowom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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