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길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사랑의 도시락

 지난 2013년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는 전체 노인 340만 명 가운데 독거노인이 54만여 명으로 전체의 약 16%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 2013년에는 독거노인이 125만 명을 넘어섰다. 독거노인들 중 사회적 교류가 거의 없어 고독사 위험군에 포함된 노인은 현재 약 30만 명. 거동이 힘들고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은 밥한 끼 먹는 것도 힘들다. 이러한 독거노인들을 위한 손길 중 그들의 결식을 예방하는 사랑의 도시락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슬픔에 잠겨있었던 2014년과는 달리 조금이라도 희망찬 2015년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주위에 외롭게 사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사랑으로 도시락을 만들어봤다.
 

▲도시락 용기에 음식을 넣고 있는 모습

사랑으로 만드는 도시락

사랑의 도시락은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위치한 선학종합사회복지관(아래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지역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역사회 아동과 주민의 결식을 예방하여 그들이 신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봉사활동이다. 사랑의 도시락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진행되고 있으며 주로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된다. 복지관 나윤철 관장 “월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이며 국가에서 최저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이 주변에 많다”며 “기초생활수급권자 중 특히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다”며 독거노인들의 어려운 생활에 관해 설명했다. 나 관장은 “그들을 위해 매일매일 도시락을 조리하고, 배달하고, 도시락 용기를 씻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며 “지역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많은 독거노인들이 도움이 필요한 만큼 올해부터 사랑의 손길은 더 확대돼 복지관이 담당하고 있는 동춘동, 연수동, 소낙동 지역 이외에 다른 지역에 있는 독거노인들에게도 사랑과 정성이 담긴 도시락이 전달된다. 사회복지사 유대희 씨는 “연세대 학생들이 Holistic Education을 통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도시락 배달이 수월해졌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도시락이 배달되기까지…

복지관에 들어가 보니 사무실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복지사들과 복지관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인들이 보였다. 유씨의 안내로 조리실에 가보니 음식을 만드는 봉사자들과 대학생들이 음식을 조리하고 조리된 음식들을 용기에 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오늘의 주요리는 바로 튀김 요리. 점심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빨라지는 손과 누구 하나 떠들지 않고 도시락을 만드는 모습에서 사뭇 진지함이 느껴졌다. 좁은 조리실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끼니를 거르고 있을 독거노인들을 위해 쉴 새 없이 일하는 모습이 분주해 보였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일하는 고달픔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불평하는 모습이나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사람들은 기자에게 같이 음식 담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며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했고 기자도 옆에서 조리된 음식을 도시락 용기에 담기 시작했다. 유난히 추웠던 12월의 날씨에 조리실에서 나오는 음식의 따뜻한 온기와 봉사자들의 뜨거운 사랑이 기자의 몸을 녹이는 듯했다.
그렇게 도시락이 완성되면 이제 직접 도시락을 집까지 배달해야 한다. 배달은 사회복지사가 지정해 준 집으로 봉사자가 직접 찾아가 해주는 것으로 이뤄진다. 평소 이웃집에도 방문해본 적 없는 기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초인종을 누르고 나오는 할머니의 환한 웃음과 도시락을 받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랑의 도시락을 받는 이지죽 씨는 “도시락이 맛있고 이렇게 신경 써주는 점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봉사자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처음에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도시락을 배달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기자를 반겨주며 도시락에 대해 고마움을 끊임없이 전했다. 모든 배달이 끝나고 남은 도시락 용기를 회수하며 복지관으로 향하는 기자의 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졌다.
그렇게 복지관에 도착하니 먼저 배달을 마친 다른 봉사자들이 도시락 용기를 정리하는 데 한창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음식을 만들고 배달부터 회수까지, 몸이 녹초가 되기 마련이지만 봉사자들은 마지막까지 도시락 용기를 씻으며 늦은 시간까지 일했다. 모든 일을 마치고 복지관을 떠나는 봉사자들의 표정에는 피곤함과 행복함이 교차해 보이는 듯했다. 사랑의 도시락 만들기에 참여했던 강민정(UIC·14)씨는 “온종일 봉사하며 많이 힘들었지만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니 기쁘다”고 말했다.

종일 봉사활동을 하며 몸은 힘들었지만 독거노인들이 보여줬던 따뜻한 웃음을 생각하니 피곤함보다는 보람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했다. 독거노인들이 있는 집을 찾아갔을 때 그들이 건넸던 “감사합니다”라는 그 한 마디가 복지관에 있던 봉사자들이 지속해서 봉사를 할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지 않았을까?
통계청은 오는 2035년 전체 노인 인구가 1천475만 명, 그 중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 인구 중 23%인 343만 명이나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나 관장은 “앞으로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 분들을 위한 관심과 사랑이 점점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2015년에는 도시락에 사랑이라는 재료를 넣어 어렵게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하게 데워진 도시락을 전해보자.


글·사진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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