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화의 명과 암

 “봉사활동이요? 학교에서 시켜서 하죠~”
대신고등학교 3학년 정원재 학생은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를 묻자 위와 같이 답했다. 1995년에 도입된 청소년사회봉사활동의 의무화로 지난 2009년에는 우리나라가 청소년 봉사활동 참여율 세계 1위가 되기에 이르렀지만, 그 실상은 봉사활동이 정씨의 말과 같이 그저 형식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봉사활동의 의무화는 과연 진정한 봉사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겉은 사랑, 속은 스펙인 봉사활동?

서울시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 해결과 변화, 발전을 위해 시민들이 보수를 받지 않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자발적인 참여 활동으로서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정의내렸다. 하지만 청소년부터 대학생에게까지 요구되는 의무적인 봉사활동은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학생들에게 스펙만을 위한 봉사활동이 되어가는 경향을 만들고 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는 우리나라는 봉사할 수 있는 기관이 적은데 반해 학생 수가 너무 많으며, 학생들 또한 시간을 채운다는 생각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자원봉사 수요기관에서도 청소년들은 통제하기 어렵고 업무 수행능력도 비교적 떨어져 봉사활동 참여자로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종현(UD·14)씨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 시간을 강제적으로 채우는 것에 급급하다”며 “학교 측에서 의미 없는 봉사활동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대학 입시 입학사정관제가 확산이 되며 봉사활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커진 반면에 거짓 봉사활동확인증을 걸러낼 수 있는 정확한 제도적 장치와 진정한 의식 변화를 위한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손아무개(20)씨가 대학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위해 알고 지내던 병원에 연락해 봉사활동 시간을 부풀린 후 학내 봉사상을 받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 바도 있다. 우리나라의 그릇된 봉사활동 장려와 미비한 점검 체계가 점점 진정한 봉사활동의 의미를 흐리고 있는 것이다.

강요에 의한 봉사활동도 결국은 봉사활동

이렇게 정부의 봉사활동 의무화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지만 자발적인 봉사 정신은 함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시켜서 하게되는 봉사더라도 봉사활동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리 스펙을 위해서 하는 봉사활동일지라도 아예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는 것이다. 노원구 자원봉사센터 왕난옥 센터장은 “비록 의무적인 봉사활동이 강요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학생들이 봉사활동의 보람을 느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후 지속적인 봉사활동의 밑거름이 될 가능성도 크다”며 의무화의 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박성은(중문·14)씨 역시 “봉사활동을 스펙으로 본다면 그래도 시간을 내서 할 동기 부여가 생길 것이다”며 봉사활동 의무화를 긍정적으로 봤다. 임형섭(UIC·14)씨 또한 “봉사활동을 자신의 경력을 위해 한다고 해서 봉사자가 배우고 느끼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으며 그 활동 자체는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봉사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

봉사활동의 의무화와 형식화를 옹호하는 쪽, 반대하는 쪽 모두의 공통된 의견은 의무적인 봉사활동이 자발적인 봉사활동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것. 그렇다면 봉사활동이 그저 의무적인 활동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왕 센터장은 “정부주도형이 아닌 민간 자율형 자원봉사가 좀 더 확립되도록 자원봉사의 민간 인프라 확립이 시급하다”고 그 방안을 제시했다. 영국, 미국 등의 민간자원봉사단체들처럼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범국민적 사업으로 위탁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왕 센터장은 봉사활동 의무화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원봉사센터의 운영방식을 정부가 아닌 시민이 주체적으로 하게끔 하고 지역 센터들이 민간 모금을 병행하도록 해 자율권과 독립성을 확보해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대학교의 Holistic Education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씨는 “학교가 제공하는 봉사 프로그램들이 대체적으로 배당된 시간은 길지만 질이 좋지 않다고 느껴 아쉬웠다”며 “의무 봉사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질적으로 더 개선시켜 시민들이 다 같이 공감하고 주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봉사활동 의무화 제도에 대해 살펴봤다. 봉사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자발성이다. 학교에서 시켜서 마지못해 하는 봉사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가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글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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