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따스하게 만드는 기부문화

어느덧 2014년도 이제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이지만 추운 겨울이 다가올수록 따뜻한 온정들이 모여 우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주고 있다.
 

지금이야 기부가 대중화됐지만 과거에 기부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에게 거창하고 버거운 의미로 다가왔다. 또한, 현물 기부가 다수를 이루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서민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기부를 꺼렸던 예전에 비해 시대가 흐를수록 기부의 형태는 점차 다양화되고 기부의 기회들이 마련돼 우리 사회 전반에 기부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게 됐다.

확산되는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사회공동복지모금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170억 원의 기부금을 모은 것으로 시작했던 ‘나눔 캠페인’은 지난 2012년 2천593억 원, 2013년엔 3천20억 원을 모았다. 올 1월까지 이루어졌던 2014년 ‘나눔 캠페인’에는 3천억 원인 목표치를 크게 웃돈 4천295억 원이 모여 해가 지날수록 기부의 열기는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외협력본부 이예나 팀장은 “나눔 캠페인 외에 물품 기부나 기업 기부 등을 포함한 지난해 총 모금액은 5천억 원을 웃돌았다”며 “사랑의 열매에서 운영하는 기부 프로그램이 다양화되고 기부 문화가 퍼지면서 매해 기부 액수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접수된 기부금 액수는 매해 평균 15%씩 늘어나고 있고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도 꾸준히 증가해 당분간 기부 액수의 오름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박태규 교수(상경대·재정학)는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증가한 기부 액수 추세를 보면 법인 기부보다 개인 기부가 크게 증가했다”며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민간기부금의 중요성을 알린 것이 기부 증가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 말했다.

다양화되는 기부 방법

이렇게 기부 액수가 증가한 데에는 점차 다양화된 기부 방법도 큰 영향을 끼쳤다. 과거에는 모금 형태의 기부가 주된 방법이었다면 최근엔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기부나 적립 포인트를 이용한 기부, 신용카드를 이용한 기부 등 기부의 지불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자신의 능력을 기부하는 재능 기부나 음악과 출판물을 기부하는 저작권 기부 등, 기부의 형태 자체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 시청과 한국야쿠르트는 서울 시청에 한번 걸을 때마다 10원씩 적립되는 이른바 ‘건강 계단’을 설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계단의 수익금 전액은 비만 예방교육에 쓰여 계단을 오르며 건강도 챙기고 기부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이끌어내 시민들의 호응을 모으고 있다. 이같이 생활 속에서 누구나 편리한 방법으로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형태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기부 형태의 다양화가 기부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양한 형태의 기부유형을 개발함으로써 잠재적 기부자들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기부에 대한 관심을 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는 기부’가 아닌 함께 ‘나누는 기부’

기부 액수가 늘어나고 기부 방법이 다양화됐다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기부의 의미를 어려운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리내 운동’은 이와 같은 편견을 깨는 기부 방식이다.
 

‘미리내’란 ‘미리낸다’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데 그 뜻 그대로 상점에서 누군가 필요한 이를 위해 가격을 미리 내준다는 의미의 나눔 실천 운동이다. 지난 2013년에 시작된 미리내 운동은 경상남도 산청의 한 카페를 시작으로 점차 호응을 얻어 현재 350개의 점포가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참여하고 있는 점포의 종류도 초반엔 요식업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엔 미용실, 체육관, 악기점, 통신대리점, 도로휴게소, 병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점포들로 확대됐다. 또한 대기업들도 미리내 운동 참여에 대해 논의 중에 있어 미리내 운동본부는 올 연말까지 500개 이상의 점포가 미리내 운동에 합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리내 운동을 이끌고 있는 동서울대 전기정보제어과 김준호 교수는 “생활 속에서 나눔의 가치를 우리 사회가 공유하게 하고 싶었다”며 “앞으로 점포의 위치가 담긴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리내 운동을 확장시킬 것”이라 말했다.

‘나눔’은 우리 사회에서 제법 익숙해진 개념이 됐다. 하지만 모든 선행이 그러하듯 대부분이 나눔의 의사가 있더라도 직접 행동으로써 실천하는 것을 무척이나 어렵게 느끼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애초에 나눔이라는 의미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한꺼번에 많은 선행을 하려고 미루는 사람은 어떠한 선행도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 진정한 나눔을 실현하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누기 시작해야 한다.


글 송진영 기자
sjy0815@yonsei.ac.kr
그림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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