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과거를 밝혀내기 위해 떠나는 긴 여행

지난 12일, 혜성탐사선 로제타(Rosetta)호의 탐사로봇 파일리(Philae)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 표면에 착륙했다. 로제타 미션(Rosetta Mission)은 혜성에 탐사로봇을 착륙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993년에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 아래 ESA)가 준비했다. 10여 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2004년 3월 2일 발사된 로제타호는 그 후 10년하고도 8개월이 지나 목성 주변의 혜성 ‘67P/Churyumov-Gerasimenko(아래 67P)’에 도착해 파일리를 내려놓는데 성공했다.

혜성을 향한 10년의 여정

▶▶ 로제타호가 3km상공에서 찍은 67P혜성의 사진
 

로제타호는 어떻게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우주를 항해했을까. 67P에 도착하기 위해 로제타호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40배를 날아가는 동안 중력도움(Gravity Assist)*을 4차례 이용했다. 로제타호는 첫 중력도움으로 지구를 이용했다. 지구의 중력이 로제타호를 끌어당겨 속도를 높인 후에 화성을 향해 밀어줬고 로제타호는 화성에서 다시 중력도움을 받았다. 화성의 중력도움을 받아 더 큰 추진력을 얻은 로제타호는 지난 2007년 11월에 재차 지구의 중력도움을 받았다. 중력도움을 받는 동안 로제타호는 화성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소행성대를 지나가면서 촬영하는 등 태양계를 탐사했다. 지난 2009년 11월에 마지막으로 지구의 중력도움을 받은 로제타호는 목성으로 출발했다.


지난 2011년 6월에 로제타호는 목성에 접근했다. 로제타호로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멀어진 거리만큼 줄어들었고, 태양전지로 움직이는 이 로켓은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무선수신장치나 전원공급장치처럼 꼭 필요한 것들을 제외한 모든 기기의 전원을 끄고 에너지를 아끼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난 1월, 로제타호는 다시 명령을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8월 6일 67P의 궤도에 진입했다. 67P의 주위를 돌면서 안정적인 착륙지점을 찾던 로제타호는 세계표준시(GMT)로 지난 12일 오후 3시 34분, 67P에 착륙했다.

혜성 착륙의 의미

혜성에 착륙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주탐사기술의 발전을 확인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계의 타임캡슐이라 불리는 혜성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같이 만들어졌다. 때문에 혜성은 태양계가 형성되던 당시 존재했던 원시물질들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혜성을 이루고 있는 성분을 분석한다면 태양계 형성의 기원을 알아내는데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파일리는 67P 표면에 구멍을 뚫고 얼음과 유기물을 분석해 그 정보를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혜성 착륙은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어디인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 우주 탐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지구 생명체는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박상영 교수(이과대·위성역학및제어)는 “많은 혜성들이 생체분자(Organic Molecules)**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이번 로제타 미션은 생명체 기원에 있어 혜성의 역할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지만, 여러 혜성들이 지구에 충돌해 생명의 탄생에 중요한 요인인 물과 아미노산을 전해줬다는 학설은 로제타호에서 전송된 정보를 통해 곧 진위가 밝혀질 계획이다. 박 교수는 “이것이 로제타 미션의 가장 중요한 기여”라고 말했다.

‘로제타’호와 탐사로봇 ‘파일리’의 이름은 이집트 문명의 비밀을 밝혀낸 단서에서 따왔다. 로제타석(石)과 파일리 섬에서 발견된 오벨리스크의 문자를 비교해 고대 이집트 문명을 밝혀낸 것처럼, 혜성 탐사를 통해 태양계의 비밀을 찾고 생명체의 기원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 이름에 담긴 뜻처럼 로제타호와 파일리는 오랜 인류의 궁금증을 해결할 첫 시도를 하고 있다.

 

▶▶ 파일리가 67P 혜성에 착륙하는 이미지


*중력도움(Gravity Assist) : 스윙바이(swingby)라고도 하며 우주선이 궤도를  수정하기 위해 행성궤도를 근접 통과하는 것을 말함
**생체분자(Organic Molecules) : 생물계에서 발견돼 생명활동에 참여하는 분자

 

글 박성종 기자
seongjong@yonsei.ac.kr
<자료사진 유럽우주기구(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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