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당선작]

 

가난의 굴레
 
조주형(신학·11)
 
가난(佳蘭)은 부화되자마자 사육용으로 감별됐다.
쓸모 있는 것은 이용가치가 있는 한 좀 더 생존하지만
필요 없는 것은 가차없이 분쇄기에 던져져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살아남았다고 해서 기뻐할 이유는 없다.
삶은 꿈이 아니니까.
 
한 평 되는 고시원 철장에 갇혀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2천 원짜리 컵밥 하나도 마음껏 사먹지 못하며
밤낮 글자들과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날아오르지 못했다.
 
몇 년을 그렇게 살다가, 모아 둔 모이가 떨어질 무렵
편의점에서 시급 4천 5백 원짜리 알을 낳는 산란계(産卵鷄)가 되었다.
노력하지 않아서 가난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수년 동안 쉬지 않고 이를 악물어가며 하루 종일 알을 낳았지만
가난(佳蘭)에게 돌아오는 것은 가난(家難)뿐이었다.
 
산란계보다는 육계(肉鷄)로 사는 것이 낫다기에
오랜 망설임 끝에 육계가 되기로 했다.
노예로 태어나 사육되는 우리에게 무슨 선택권이 있냐며 
몸 파는 것은 산란계나 육계나 마찬가지라는 친구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알 낳는 것도 힘에 부치고, 무엇보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가난의 꿈은 홍등가에서 이루어진다.
도축장의 벨트 컨베이어(belt conveyor)* 위에 내팽겨진 가난은
갈고리 체인에 걸려 공중에 매달린다. 
날마다 속옷까지 발가벗겨지고 난도질당해 
탐욕스럽고 사나운 육식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 벨트 컨베이어(belt conveyor) :  공장에서 재료, 화물 등을 연속적으로 운반하는 기계 장치로, 닭 도축장에서도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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