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학생 간 소통 위한 학교 측 지원 필요

 우리대학교 국제캠에는 200여 명의 RA들이 1학년 학생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RA의 종류는 ▲특임 RA ▲하우스 RA로 나뉜다. 특임 RA는 RC교육원 주최 행사에 실행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지만, 하우스 RA는 하우스별로 일정 수의 학생을 배정받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다음 학기 RA 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현아무개씨는 “아무래도 자기 용돈을 벌어가면서 신촌캠의 무악학사보다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고 후배들과 친해질 기회도 주어지기 때문에 RA 지원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또한, RA들은 매학기 180만원의 장학금과 기숙사비,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RA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RA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들의 하루를 재구성해 RA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해결방법은 없는지 알아봤다.
 
RA, 고단한 일상의 반복
 
오는 2015학년도 1학기 국제캠 RA 모집공고는 지원자격으로 ‘연세대학교 대학원, 학부 2~4학년 재학·휴학생’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캠 거주 단위가 아닌 RA 대부분은 신촌캠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다. 
 
신촌캠에서 오전 수업이 있는 RA들은 아침 7시 20분에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셔틀버스를 놓치면 통학시간이 30분이나 더 걸리는 M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신촌캠으로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가는 RA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부족한 셔틀버스 좌석 수로 인해 오후 신촌행 셔틀버스 예약은 전쟁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RA ㅇ아무개씨는 “시험을 보러 신촌캠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신촌으로 놀러 가는 1학년 학생들에게 셔틀버스 예약이 밀려 매우 당황했다”며 “송도에서 신촌으로 통학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있고 배차간격도 길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촌캠에 도착한 뒤에도 RA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조별 과제를 하기 위해 조원과 시간을 맞춰보려 해도 매일 저녁 8시에 이뤄지는 RA 출석체크 때문에 시간적 제약이 크다. 심지어 RC행사가 있는 날이면 수업도 다 듣지 못하고 국제캠으로 향해야 한다.
 
국제캠으로 돌아온 세순이는 오늘 하우스 회의에서 RA들과 함께 하우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디어 구상부터 포스터 제작까지 RA만의 힘으로 진행해야 하다 보니 오늘 제출 마감인 과제를 언제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모집공고상 RA의 근무시간은 저녁 8시부터 밤 12시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세순이와 같이 많은 RA들이 하우스 프로그램 기획과 같은 RA 업무로 인해 잦은 새벽 근무를 하고 있다.
 
하우스 회의를 마치고 과제를 시작하려던 연돌이는 담당 학생으로부터 “하수구가 막혔는데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기숙사 시설 설비와 관련한 문제는 행정실이 담당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행정실 담당 업무가 RA들에게까지 넘어오고 있어 연돌이는 골치가 아프다. 하지만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는 곳조차 없다는 사실이 막막하다. 이에 학부대학장 최강식 교수(경제학·교육경제)는 “기존에 RA들이 담당할 필요가 없는 일까지 떠맡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에 국제캠총괄본부에 이러한 일들을 일괄적으로 맡겼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10월 1일, RC공연에서 밴드 ‘Con-Fusion’이 연주를 하고 있다.
 
RA, 누구랑 얘기하니?
 
RA들이 호소하는 또 다른 어려움은 학생들의 무관심이다. ▲RA와 학생 간의 소통 부족 ▲저조한 하우스 행사 참여율은 RA들이 꼽은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RA ㅇ아무개씨는 “단체 채팅방에 말을 해도 담당 학생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고 RA와 본인들의 관계를 형식적으로만 여겨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민균(사회·14)씨는 “채팅방에서 RA의 말에 굳이 대답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단체 채팅방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 친하지 않아서 매번 답하기가 어색하다”고 전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학생과 RA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담당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식사를 할 경우 비용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 지원이 있는 하우스에서도 지원 금액이 총비용의 일부로 제한돼 RA들의 사비 부담을 크게 덜어주지는 못한다. 또 세순이는 담당 학생들과의 약속으로 사비를 6만 원 이상 지출했지만 연돌이는 돈을 들여가며 담당 학생들과 약속을 잡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 등 RA 간 사비 지출의 편차가 크다는 것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하우스별 예산 배정은 RM교수의 판단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우스별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예산은 한정돼 있어 하우스에서 진행하는 공식적 행사에 투자되는 비용이 많을수록 사적인 만남에 대한 지원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RA들은 다양한 하우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이렇게 고안한 하우스 프로그램들에 정작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아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다. RA ㅇ아무개씨는 “RC프로그램을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정작 프로그램 진행 당일 RA들밖에 모이지 않아서 당황스러웠고 관심을 두지 않는 학생들이 야속했다”고 전했다. 또한, ㅇ아무개씨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낮아서 프로그램을 폐지하려고 해도 상부에서 허락하지 않아 강행한 경우도 있었는데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렇듯 학생들과 RA 간에는 유대 관계 형성에 실패하면서 상호 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주캠의 경우 RA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최 교수는 “원주캠 학생들의 경우 RA가 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RA경험이 리더십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국제캠 RA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매 학기 초 RC교육원 측은 “후배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여러분의 희생을 보여 달라”고 호소하지만, RA 학생들은 열악한 처우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교수는 “앞으로는 RA들이 하우스 프로그램 구성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의 표준화 도입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표준화가 이루어진다면 RA 간 업무량의 편차도 줄고 시간 관리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후배들에 대한 사랑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RA들의 처우가 개선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변호재 기자
someonelikeyou@yonsei.ac.kr
이채린 기자
hot_issue@yonsei.ac.kr
 
<자료사진 RC교육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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