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 속 현재와 미래

 지난 2012년 7월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취업준비생(아래 취준생)은 56만 9천 명이다. 한때는 대학교만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됐고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학교에 입학하면 일자리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교육부에 따르면 2년제 전문대학 이상 대졸자의 취업은 지난 2009년 76.4%였던 것이 이듬해 급격히 하락해 올해는 58.6%이다. 대학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해준다는 말은 벌써 옛말이 됐다. 도대체 취업하기는 왜 어려워졌고 또 학생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취업난 속에 고통 받는 그들
 
 나날이 취업하기 어려워지는 요즘, 취업난을 견디지 못한 20대 청년들이 건설현장 일용직에 뛰어드는가 하면, 식당 보조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힘들게 직업을 구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취준생들은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한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취업을 준비 중인 고려대 전다은(국제학부·10)씨는 여러 가지 고통 중에서도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했다. 전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생각을 하며 낙심하게 되는 것 같다”며 취업 준비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취준생인 서울대 김진영(건설환경공학부·09)씨 역시 “회사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회사 입사를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취업준비의 막막함을 설명했다. 김씨는 삼성과 현대의 예시를 들며 “삼성과 같은 회사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는 반면 현대는 꾸준히 규칙적으로 일할 수 있고 보수적인 인재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씨는 “취업을 하려면 토익과 같은 공인영어성적을 받아야 한다”며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취업시장은 김씨에게 ‘만능인’이 되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렇게 취업의 문이 좁아질수록 학생들은 공인영어성적이나 자격증 등 전공과 관련 없는 분야를 공부해야 된다. 이러한 스펙을 얻기 위해서는 학원을 다녀야 하는 취준생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은 또 다른 골칫거리다. 취준생인 서울과기대 손나리(컴퓨터공학·11)씨는 “도서관 근로와 과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설명했다. 여러 스펙을 가꿔 만능인이 되는 동시에 돈까지 벌라니, 그야말로 갈수록 태산이었다.
 이렇게 고통받는 취준생들은 입을 모아 하루빨리 취업난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기술직이든 사무직이든 모든 분야에서 화려한 스펙을 원하고 이러한 ‘만능인’을 어디서나 점점 요구하고 있는 추세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그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이유
 
 그렇다면 취업이 이렇게나 어려운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졸자 취업난이 사회구조적인 원인에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층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와 대응방안’은 극심해지는 대졸자의 취업난이 ▲대학 진학률 상승에 따른 대졸 인력 증가 ▲신규채용 부족 ▲대졸자들이 겪는 역차별 ▲이공계 취업 장려 정책 ▲3D업종 기피 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동연구원 보고서는 “대졸 인력이 최근 6년간 15만 명 증가(1995년 32만 4천명, 2001년 47만 3천명)했는데 이는 대학 진학률이 지난 1970년 40%에서 1985년 54%, 2001년 85%로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때문에 대졸인력의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을 하려는 대학생들은 많지만 노동시장에서 신규채용 자리수가 적기 때문에 취업난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 성신여대 소비자경제학과 허경욱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신규 채용자리수가 적어 취업난이 심해진다”며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 더 많은 대졸자들이 취업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유효 노동공급자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즉, 일자리는 부족한데 일자리를 희망하는 대졸자는 점점 늘어난다는 것. 
 허 교수는 예전에 비해 취업을 준비하려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취업을 하려는 여자 대졸자의 증가를 언급했다. 허 교수는 “2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여자 대졸자들은 결혼과 육아에만 신경을 썼지만 요즘은 많은 여자 대졸자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나 기업들이 고졸자를 우선으로 하는 취업정책들이나 채용을 진행하면서 역차별이 발생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고졸자들은 대졸자들과의 차별로 인해 상대적으로 취업문을 뚫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고졸자 우대 정책이 도리어 대졸자에 대한 역차별을 발생시키고고 있다. 원주캠 인재개발원 박소영 취업지원관은 “고졸자들을 우대하는 취업정책들로 인해 그만큼 대졸자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며 “과거 취업에 있어 고졸자들이 받던 차별이 현재는 대졸자들에게 전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역차별로 인해 대졸취업률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으므로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대졸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겪는 역차별을 고치기 위해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정부가 이공계 취업을 장려하면서 취업에 있어 비이공계가 불리해진 점 역시 취업난을 심화시킨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디어다음」과 같은 최근 기성언론에서도 ‘인문계의 위기,’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와 같은 보도를 하면서 취업 시장에서 비이공계가 겪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천대 배나현(중어중문·10)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확실히 이공계를 우대하는 기업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학부생 때 컴퓨터공학이나 응용통계학을 이중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이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에 박씨는 “정부에서 인문계나 이공계가 아닌 타 전공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의 3D(Dirty, Dangerous, Difficult)업종 기피현상이 취업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취준생들이 어렵거나 위험한 직종을 피하면서 선호 직종의 취업 경쟁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이에 허 교수는 “3D업종은 대다수가 해내기 어려운 직종인데 대졸자들은 사무직만 고집하기 때문에 3D업종의 노동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 대기업과 같은 회사에서 사무직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을 희망하지, 위험한 노동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이다.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서는?
 
 그렇다면 바늘구멍과 같은 취업의 관문을 뚫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박 취업지원관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무엇보다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려는 마음가짐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교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꿀팁’이다. 취준생들은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모의면접 등을 사설 업체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다. 학원비를 포함해 취업에 필요한 비용에 이미 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취준생들이 교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그런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다. 신촌캠의 경우 학생복지처 장학지원팀, 원주캠의 경우 인재개발원 인재개발센터가 자기소개서 첨삭을 비롯해 모의면접, 컨설팅 등의 취업 지원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재개발원은 학생들의 경력 개발을 Skill Point로 환급해 장학금으로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박씨는 “교내에서 진행하는 채용설명회나 취업특강 취업캠프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길 바란다”며 “이렇게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 상위 300대 기업 중 200여개사 32%는 올해 신규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였다고 한다. 삼성전자, LG그룹,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 역시 지난해보다 올 하반기 채용 인원을 300명~1천명가량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청년 취업 시장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취업난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다. 취업난 속에서 취준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힘들 것이다. 나날이 취업을 하기 어려워지는 요즘. 그래도 자신감을 가지고 교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이용하며 꾸준하게 그 문을 두드린다면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취업이란 문도 언젠가는 당신에게 활짝 열리지 않을까?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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