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차 서류전형에서 사진을 통해 외모로 사람을 가른다. 외모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불필요한 성형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9월 15일 방송된『비정상회담』에서 미국 출신의 출연자 타일러씨가 우리나라의 취업 현실을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취업 성형’까지 등장한 우리나라의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출연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와 외국의 사례를 비교하며 외모를 우선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면접 현실이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비정상’인 우리나라의 취업 현실. 정말로 ‘취업 성형’이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당신은 438만원입니다”
 
 438만원. ‘등록금인가?’ 생각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438만원은 기자가 직접 홍대의 한 성형외과에 찾아가 ‘취업을 위해 성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니 성형외과에서 기자에게 제안한 수술들의 총 가격, 소위 견적이다. 기대와 걱정을 반쯤 안고 들어선 상담실에서 상담 실장 이아무개씨는 기자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얼굴에서 코가 중심을 잡아야 자신감 있어 보일 것”이라며 코 수술을 추천했다. 또한, 이씨는 “다크서클이 심하면 나이도 들어 보이고 면접 시 지쳐 보이고 피곤해 보이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눈 밑 지방 재배치 수술도 함께 받을 것을 권했다. 코 수술이 350만 원, 눈 밑 지방 재배치 수술이 88만 원으로 기자의 ‘견적’은 총 438만원이었다. 성형외과에 들어서기 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지만 역시 충격적이었다.
 
취업을 위해 겨울 잠자는 취업준비생들
 
 ‘취업 때문에 성형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냐’리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는 “요즘에 특히 많다”며 “내년 봄에 취업을 하려는 대학생들이 겨울에 수술을 받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때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은 눈, 코, 턱 보톡스라고. 눈, 코, 얼굴형이 인상을 결정짓는 3가지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면접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수술보다는 비교적 회복이 빠른 필러 시술을 선호한다고 한다. 실제로도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성형을 많이 하고 있을까?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 4월 대학생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 성형’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을 위한 성형수술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30.5%나 됐다. 이는 2년 전 실시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대비 3% 증가한 수치다. 사회생활 2년 차인 이정원(24)씨는 “고객을 응대하는 직무 특성상 외모 관리는 필수”라며 “취업을 위해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고 취업에도 도움이 됐던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취업 성형은 여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올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고병수(경제·09)씨는 “취업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며 “쌍꺼풀이 있으면 인상이 조금 순해질 것 같아 수술도 함께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남자들도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취업 성형, 찬·반 갈려
 
 대학생들은 취업 성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몇몇 학생들은 현실과 성형수술의 효용을 고려해 취업 성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고씨는 “외모도 스펙 중 하나인 것이 현실”이라며 “직장에 따라 주거지, 삶 패턴까지 바뀌곤 하는데 기업 이미지에 맞는 외모를 선호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지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에서 외모가 평가요소 중 하나인 것도 사실이고, 성형 수술을 통해 자기만족과 자신감을 얻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면 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취업만을 목적으로 성형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백효정(영문·10)씨는 “평소에 성형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취업을 대비하며 겸사겸사 수술하는 경우는 봤지만, 취업만을 목적으로 수술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극단적으로 인상이 나쁜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취업 때문에 성형수술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대학가에 성형외과들이 즐비해 있다.
 
 앞선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성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취업난·외모지상주의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는 대답이 32.7%로 가장 많았다. 전현무 전 아나운서 역시 카메라 테스트에서 탈락한 이후 다이어트를 하고 보톡스도 맞았다는 경험을 전했다. 우리나라의 취업 현실이 취업준비생들로 하여금 성형을 고려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취업 때문에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도 몇몇 취업준비생들은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수술대 위에 누웠을지도 모른다. 성형 권하는 사회,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글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사진 손준영 기자 
son113@yonsei.ac.kr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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