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놓고 벌이는 부모님과의 줄다리기

 취업준비생(아래 취준생)들은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많은 갈등을 겪는다. 이러한 갈등 중 하나는 취업의 방향을 두고 부모와 대립하는 취업갈등이다. 커리어 컨설턴트 고영혁씨가 쓴『고민이 없다면 20대가 아니다』는 취업과 관련한 부모님과의 갈등을 “10대부터 이어져오는 부모님과의 갈등이 20대에 절정에 이르게 되는 것 같다”며 “취업과 관련하여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귓가에 윙윙대기도 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취업갈등은 취준생이 느끼는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이며 우리 주변에서도 그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취업을 앞두고 부모님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취준생들을 만나봤다.
 
‘내’가 원하는 길과 ‘그들’이 원하는 길
  
 서울소재 4년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정아무개(24)씨는 이번 학기가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학기다. 여느 취준생들과 마찬가지로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싶어하는 정씨와는 달리 부모님은 정씨가 전공을 살려 금융권에 취업하기를 바란다. 특히 정씨의 아버지는 은행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정씨가 금융권에 취업하길 바랄 수밖에…. 정씨는 “대학 진학은 부모님의 뜻에 따랐지만 취업만큼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정씨는 틈틈이 패션과 관련된 대외활동과 인턴활동을 하며 자신만의 경력을 채워왔다고 한다. 단호한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정씨는 현재 부모님으로부터의 경제적인 지원도 끊긴 상황이다. 이에 정씨는 “이미 예상했던 반대였다”며 “부모님이 원하는 길이 아닌 내가 원하는 길로 가겠다”며 다짐했다.
 수도권 소재 전문대에서 영어학을 전공하고 지난 2013년 8월에 졸업한 이아무개(22)씨 역시 취업과 관련해 부모님과의 갈등을 1년 넘게 지속해오고 있다. 이 갈등으로 인해 이씨는 한때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스튜어디스가 꿈인 이씨와는 다르게 부모님은 이씨가 졸업 후 바로 아무 회사에나 취업하기를 바랐다. 사실 이씨의 집안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항공사에 입사하기까지 학원비 같은 부가비용이 많은 드는 스튜어디스는 이씨 부모님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이씨의 부모님은 “딸이 졸업 후 바로 취직해 경제활동을 하길 바랐다”며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딸을 지원하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씨는 이러한 부모님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튜어디스 학원을 다니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부모님에게 아쉬움을 드러내며 이씨는 “현재까지도 나의 꿈은 변함이 없다”며 “아르바이트와 함께 학원을 다니는 것이 힘들지만 꼭 스튜어디스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안타깝게도 이런 사례들이 단순히 일부 취준생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재학생·휴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3%가 취업을 준비하며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75.3%는 부모님 및 가족과 가장 많은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통계자료에서 볼 수 있듯 취업과 관련해 부모님과 취준생들의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잡매거진』 취업신문고에 따르면 부모와의 취업갈등으로 인한 상담요청이 전체 진로상담건수 중 상당수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관습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가 부모의 가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취준생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부모님의 조언을 따라야 할지에 대해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기탐색 및 진로지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스토리코치 윤성혜 씨는 “부모님과 취업으로 인한 갈등은 대부분 스스로 확신이 없거나 앞날에 대한 막막함 때문에 생긴다”며 “이런 경우 진로선택을 위해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부모님에게 본인의 주장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부모님은 여러분의 길을 지지해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취업의 방향을 두고 부모님과 갈등을 겪었던 이민주(24)씨 역시 “부모님에게 졸업 후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해 진지하게 말씀 드렸더니 내 뜻을 지지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기자가 만났던 사람들은 취업 목표가 뚜렷했지만 많은 취준생들은 앞날에 대한 확신도 없이 부모님과 취업에 대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의 시간이 불안하고 막연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부모님에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소모적인 갈등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듯 부모님은 당신의 길을 응원해주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실 것이다.
 
 
 
글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그림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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