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인이 생각하는 학생식당의 현주소

 

그림 김혜빈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김훈 『칼의 노래』중-

위는 임진왜란 중 힘든 상황에서 하루에 세 번씩 돌아오는 끼니에 대한 내용을 담은 대목이다. 하루에 세 번씩 끼니가 돌아오는 것은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어디서 가장 많이 삼시 세끼를 해결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학생식당에서가 아닐까? 만남의 광장이 돼주기도 하고,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배고픔을 책임져주기도 하는 학생식당!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학생식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신문사는 신촌캠 318명, 국제캠 358명, 원주캠 351명, 총 1천2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내가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야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학생식당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을까? 설문 결과 학생들은 하루 평균 1.35회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캠퍼스 별로 이용횟수에 차이가 있었는데 국제캠, 원주캠, 신촌캠 순이었다. 특히 국제캠은 1.66회로 평균 이용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강민정(UIC·14)씨는 이에 대해 “국제캠퍼스 주변에는 먹을 식당이 없어서 학식을 자주 먹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식당을 왜 이용하십니까?’라는 질문에서 국제캠의 기타 의견 대부분이 ‘다른 먹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였던 것을 고려하면 신촌캠에 비해 국제캠 학생들의 식당 선택 자유가 적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이용횟수가 많은 국제캠과 원주캠이 학식의 맛과 가격 만족도에서는 신촌캠에 비해 만족하는 비율이 낮은 것도 학생들이 맛과 가격 때문에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2천742원으로는 택도 없지!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식의 적정가격은 한 끼 평균 2천742원! 하지만 안타깝게도 2천742원으로 우리대학교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적어도 너무 적었다. 라면이나 김밥, 떡볶이 같은 분식 메뉴를 제외했을 때 2천742원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신촌캠에서는 맛나샘의 소반(백반류), Noodle(국수류), 조식이 전부였다. 대부분의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국제캠도 2천742원으로는 2천5백원짜리 조식메뉴 말곤 어떤 메뉴도 먹을 수 없다. 원주캠 역시 도시락과 백반 메뉴 말고는 모두 2천742원보다 비쌌다. 캠퍼스 3개에 학생식당만 17개, 정말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우리학교 학식이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2천742원으로는 분식 몇 가지와 백반밖에 먹을 수 없다니, 학생들의 기대가격과 학식의 실제가격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고를샘·라온샘·푸드코트 ‘내가 제일 잘 나가’

우리대학교의 인기 학생식당은 어디일까? 우리대학교의 학생식당 전체를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진행한 결과, 신촌캠에서는 주로 스파게티와 그라탕 메뉴를 파는 고를샘이 37.5%로 1위를 차지했다. 신촌캠 2위인 청경관이 고를샘과 거의 같은 메뉴를 파는 것을 고려하면 신촌캠 학생들의 57.7%가 같은 식당을 고른 셈! 이수림(사복·11)씨는 “청경관이나 고를샘의 파스타의 맛이 밖에서 파는 것 못지않다”며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아 청경관과 고를샘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국제캠 1위는 라온샘! 라온샘 역시 고를샘과 같은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국제캠의 어지훈(수학·14)씨 역시 “라온샘은 제한시간도 없고 음식도 맛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원주캠의 인기 학생식당 1위는 푸드코트였다. 원주캠 학생들이 꼽는 푸드코트의 매력은 한식, 중식, 양식, 분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현(사회과학부·14)씨는 “푸드코트는 메뉴도 다양하고 다른 식당들 보다 더 맛있어서 가게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대학교 최고 인기메뉴는?

이어진 메뉴 선호도 조사에서는 역시 스파게티와 그라탕 메뉴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이는 학생식당 선호도 조사에서 고를샘, 청경관, 라온샘이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식당에 새로 생겼으면 하는 메뉴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는 깔끔하고 맛있는 한식, 초밥 같은 일식메뉴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또한, 새로운 메뉴 말고도 기존 메뉴 중 없어진 그라탕 메뉴나 쥬파라면을 다시 만들어달라는 의견도 종종 보였다. 카페음료 중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메뉴는 노래로도 유명한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는 총 202표를 받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교내카페만의 대표 메뉴인 ‘쿠키 바닐라 버블티’를 꼽은 사람이 121명이나 된다는 점도 눈에 띄는 점이었다. 평소에 쿠키 바닐라 버블티를 즐겨 마신다는 신지현(경제·11)씨는 “쿠키 바닐라 버블티는 버블티계의 혁명”이라며 “4년 전에는 버블이 딱딱했는데 요즘은 버블마저 쫄깃쫄깃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커피, 원래 안 마셔요”

그렇다면 교내 카페는 어떨까?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하루 평균 교내 카페를 0.84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학생식당 이용횟수는 국제캠, 원주캠 학생들이 더 많았던 반면 카페 이용횟수는 신촌캠 학생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원주캠은 하루 평균 0.68회로 교내 카페 이용횟수가 가장 적었는데 이에 대해 김영단(경영학부·14)씨는 “교내 카페인 그라지에보다는 자판기나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며 “교내 카페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한 ‘교내 카페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서 원래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답변이 317명으로 49%를 차지했던 것을 볼 때, 원래 커피를 즐기지 않는 학생들이 꽤 많고, 이 점이 교내 카페 이용횟수에 영향을 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먹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우리대학교 학생식당. 우리대학교 학생식당은 다양한 식당과 메뉴를 자랑하지만 맛이나 가격 면에서는 여전히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만큼은 가격 걱정 없이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학생들과 학교의 쫄깃쫄깃한 유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그림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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