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행복한 서대문구를 꿈꾸다

 우리대학교 학생들 중에 ‘서대문구’하면 우리대학교가 위치한 신촌의 번화가 혹은 젊은이들의 거리라고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서대문구의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14.3%로 서울시 자치구 중 5번째로 노인비율이 많다. 이에 서대문구는 노인 복지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특히 ▲서대문구청 ▲연희동 주민센터 ▲신촌동 주민센터는 자체적으로 복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서대문구 주민들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대문구, 지속 가능한 복지를 생각하다
 
 사실 서대문구는 오래전부터 노인 복지에 힘을 기울여왔으며, 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06년 노인 복지사업 종합평가에서 전국 2위를 거둔 이후, 서대문구는 10월 31일에도 ‘제4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생산성 대상’에서 문화 복지의 ‘주민복지 증진’ 부문에 호평을 받으며 대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서대문구가 복지 정책 우수 자치구, 그리고 어른 공경 으뜸구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대문구의 복지 정책은 단순한 기초 생활수급의 보장이나 1회성 봉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서대문구만의 비결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 기업이 한 명 이상의 노인을 채용하는 ‘1사 1어르신 채용’ 정책이다. 공공기관의 일자리 중 일부를 지역 노인에게 제공하는 사업은 이미 인천시와 수원시 등에서 추진해온 사업이지만 서대문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7월 22일 서대문구 상공회와 ‘기업연계 어르신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동노력 및 지원’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구청의 취지에 공감한 지역 민간 기업들이 노인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노인들은 적게나마 급여를 받으며 이전보다 더 넓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1사 1어르신 채용 사업은 늘어나는 노인 일자리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면서도 구 차원의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 어르신 청소년과 김상한 주무관은 “예산을 투입해야 유지되는 공공기관 일자리는 재취업을 희망하는 노인의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역부족해 민간 기업을 연계한 민간 일자리를 추진하게 됐다”며 “경제적 효과 외에도 업체들은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과 함께 일을 함으로써 효의 사회화에 기여하고 있고 어르신들은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씨는 “어르신들께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업체를 발굴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현재까지 1사 1어르신 채용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 기업은 신촌 메가스터디 학원, 오복여행사, 화창코리아, 에버8레지던스 등을 포함한 24개 업체로 이들은 총 52명의 노인을 고용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에버8레지던스는 지난 3일부터 서대문구청과 협력해 21명의 노인을 고용하고 있다. 에버8레지던스 차장 강대철씨는 “이전부터 지역 노인들에게 식사제공과 같은 사회기여 활동을 하던 중 서대문구청의 제의를 받아 노인 고용 정책에 참여하게 됐다”며 “작은 시도이긴 하지만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이 나서는 사례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현재로서는 어르신들의 21분의 어르신이 안정적으로 직무에 적응하시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좀 더 장기적인 바람은 우리 회사를 모범 케이스로 앞으로 이러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확대되는 것”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에버8레지던스에 고용된 노인들의 의견은 어떨까. 최병기(73)씨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하던 관광버스 운전을 그만두고 할 일이 없었는데 운동도 할 겸 일을 할 수 있어 즐겁다”며 “에버8레지던스의 직원들 역시 함께 일하는 노인들에게 친절해 고맙다”고 말했다. 또 최태만(70)씨 역시 “구청과 레지던스에서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서대문구는 복지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제반 시스템을 완전히 개편했다. 서대문구는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주민의 복지수요를 중심으로 인력구조를 개편해 주민등록, 인감 증명 등의 업무는 무인민원발급기 20대로 대체하고 주민센터 공무원의 70% 이상을 복지업무에 투입했다. 이와 같은 개편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지난 7월부터 기초연금제도가 확대 시행되면서 복지대상자가 140만 명 가량 늘어났지만 막상 복지현장에서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경일보」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업무 강도가 센 기초노령연금과 무상보육 등의 복지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여러 주민센터에서는 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 내 인력 운용과 업무 배분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대문구처럼 복지확대에 맞춰 대대적으로 조직 인력을 개편한 것은 효율적인 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신의 한 수’라고 볼 수 있다.
 
▲ ▶ 에버8레지던스에서 청소하는 노인들
 
 
동 차원의 노력들은?
 
 서대문구 내에서 동 차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노인 복지와 이를 위한 주민들의 자치 활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서대문구는 ▲충현동 ▲아현동 ▲천연동 ▲연희동 등의 주민센터에서 지난 9월부터 주1회, 10주 과정으로 노인 문화대학(아래 문화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각 동에서 제공하는 문화대학 프로그램은 상이하며 주로 영화감독, 시인, 의사, 대학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초청된다.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문화대학은 ‘연희 청춘학교’라는 이름으로 이번에 최초로 시행돼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박사가 ‘올바른 건강생활, 활력 넘치는 노후,’ 강철구 변호사가 ‘알고 있으면 유익한 생활법률,’ 한국인성교육원 황화룡 원장이 ‘노인의 성(性)과 부부 대화법’ 등을 강의했다. 황 원장은 “우리나라는 성문화가 너무 닫혀있어 특히 어르신들은 평생 성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지만 사랑에는 정년이 없지 않느냐”라며 “아름다운 성에 대해 강의를 해 행복해지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강의를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연희동 주민센터 이광민 동장은 “청춘학교 강의들은 171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연희동 주민 센터의 자치위원들이 직접 강사로 강의를 하시기도 하고 서대문구 문화관과 협력을 하는 등 구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연희 청춘학교의 의의에 대해 말했다. 연희 청춘학교의 수강생 황기인 씨는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열리는 프로그램들이 재밌어서 다닌 지 벌써 5,6년이 됐다”며 “특히 이번 청춘학교는 수업 주제들도 다양하고 유용해서 여가생활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수강생 이희자 씨는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들에게 전문가들이 많은 배움을 줘서 고맙다”며 “앞으로 수업의 횟수와 시간를 늘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 복지에 앞장서고 있는 동네는 연희동뿐만이 아니다. 우리 대학교가 위치한 신촌동에선 지난 9월, 주민들과 신촌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힘을 합쳐 노인들을 위한 ‘장수사진 찍어드리기’를 추진했다. 이 재능기부에 기꺼이 동참한 신촌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위원장이자 ‘준오헤어 이대2호점’ 원장인 백선영 씨와 직원들은 사진촬영을 앞둔 저소득층 노인 30여명에게 미용 서비스를 제공했다. 백선영 씨는 “어르신들께서 결혼하고 40년 만에 치장을 받아본다며 매우 고마워하시는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아파왔다”며 “앞으로도 노인들이 원하실 때 미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신촌동 주민센터에서는 지난 10월 29일,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을 관내 180여명의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어르신 점심식사 대접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는 주민 센터의 노력에 ‘뽕잎사랑’ 신촌점 등의 관내 음식점들의 잇단 참여가 있었던 덕이다.
 
▶ 노인들이 연희 청춘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은? 
 
 그렇다면 서대문구 노인복지정책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없을까? 우선 모든 ‘복지’ 정책이 항상 겪는 ‘예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서대문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후원 정책과 기부 정책 등을 펼쳐왔다. 특히 서대문구청은 저소득 가정에 민간 후원 결연을 주선하는 ‘100가정 보듬기’ 시행해 현재까지 245가정에 13억2000만원의 지원을 주선했다. 하지만 서대문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는 아직도 40% 수준밖에 되지 않으며 이 수치마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수준으로 각 자치구에 맞는 자율적이고 원활한 복지정책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각 자치구에 맞는 복지 정책을 위해선 재정 자립도의 확보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구청은 주민들에게 현재 어떤 복지정책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리고 이에 함께하기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보다 넓은 참여의 길들을 마련해줘야 한다. 마음은 늘 노인들을 돕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모르는 주민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선영 씨는 “이전에는 이렇게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줄도 몰라 재능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만 간직하고 있었다”며 “나처럼 이렇게 노인들을 돕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도와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에버8레지던스에서 일하고 있는 김연순(67)씨 역시 자신은 “서대문구 소식지인 서대문마당을 통해 이전부터 청춘학교와 복지관 활동에 참여해왔지만 더 많은 노인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구청이 어떤 복지사업을 실행하고 있고 이에 일반 주민이나 노인들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더욱 다양한 경로로 홍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반 주민들과 노인들도 ‘알아야’ 뭘 하지 않겠는가.
 
 이렇듯 서대문구에선 인구 고령화라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복지 정책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교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일임에도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은 미비한 실정이다. 박성근(교육·13)씨는 “서대문구의 노인 비율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다”며 “늘 노인문제에 관심이 있었어도 도울 방법을 멀리서 찾았는데 이제부터는 서대문구에 관심을 갖고 싶다”고 답했다. 젊음의 거리 신촌도 좋지만 더 거시적인 관점을 갖고 서대문구에 위치한 다른 지역들로도 눈을 돌려 이러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 지역 대학생들과의 협력을 통해 서대문구에 주어진 숙제를 개선해 나감으로써 지금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는 복지 정책 우수 자치구로서의 서대문구가 되길 기대해본다.
 
 
글·사진 홍문령 기자 
lalalala24@yonsei.ac.kr
글 김예린 기자
yerinee@yonsei.ac.kr
사진 유자헌 기자
yjoo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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